#경제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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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좌담회> ‘경제3법, 개혁인가 개악인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고, 한국경제도 벼랑 끝에 서 있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글로벌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수출 위주인 우리 기업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기업에 활력을 주는 정책은 외면하고 오히려 기업 경영을 옥죄는 ‘경제3법’을 통과시켰다. 경영계에서는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제3법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전문가그룹에서는 3%룰 완화 등 '알맹이가 빠졌다'며 '반쪽 개혁'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경제3법의 쟁점을 짚어보고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책임 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경제회생을 위해 기업 활력을 제고할 방안은 무엇인지 정치권과 경영계, 시민사회,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아주경제DB] ◆경제3법, 투명한 경영 위해 꼭 필요 VS 기업 옥죄는 과잉입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공정거래3법은 경제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고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30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 상법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도록 개정했다. 공정거래3법은 오래된 현안이고 기업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 먹이기 위한 개정안이 아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병든 닭 몇 마리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있는 닭 모두가 어렵지 않겠느냐. 법률이 이미 통과됐으니 법 테두리 안에서 부작용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경제3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서도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이 반영돼야 하고, 기업도 투명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경제·사회가 성숙하려면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는 방식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진적인 방식이 더욱 바람직하다. 기업들도 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노력하겠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기업규제3법, 노동관계법 등의 연이은 입법으로 기업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 = 공정경제3법 그 자체로 기업의 소유, 지배구조 개선이나 공정경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안 자체가 경영계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으로 제안됐고, 이마저도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시장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정부와 국회는 지속적인 제도개선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3%룰' 명시한 상법개정안, 기업 경영권 침해 논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외국계 펀드나 경쟁 세력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 기업 방어권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다. 기업이 시간을 어느 정도 두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 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하는 보완 장치를 임시국회에서 입법해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공정경제 3법이 기업을 옥죈다고 하는 주장은 틀렸다. 오히려 공정경제 3법이 친기업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친시장질서법이다. 대한민국 기업에서 이사회란 재벌 총수의 단순 거수기에 불과하다. 얼마 전 공정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2292개 기업이 소속된 재벌집단 총수일가 내부지분율은 평균 3.6%다. 다시 말해 96.4%의 다른 투자자들의 이해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니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정부안은 주식수에 따라 주주권을 배분한다는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과잉 입법이다. 투기펀드 등에게 이사 선임권을 사실상 넘겨줘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 당초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은 합산해 3% 의결권 제한을 받고 나머지 주주들은 개별 3% 의결권 제한을 받는 것으로 제안됐지만, 재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모든 주주 ‘개별 3%’ 의결권 제한으로 완화됐다. 다중대표소송제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안도 원안에서 크게 후퇴해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지주회사에 CVC설립을 허용하는 규제완화 법안이 포함된 것도 유감이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사진=아주경제DB] ◆집단소송법 확대로 소송 남발, 기업 경영활동 큰 타격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변호사가 제한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집단소송제 범위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기업은 피소사실만으로도 신뢰도가 떨어지고 매출이 급감해 사업 활동이 어려워진다. 영세기업은 도산까지 이를 수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 전문적인 입증이 필요한 사건임에도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알아서 소송하라고 사실상 방치하는 민사소송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고, 현재의 처벌 수준으로는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기업들의 불법행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 징벌적 배상은 고의나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이마저도 상한액을 최대 5배로 두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정부 예방 대책 없이 기업 책임만 강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 규제와 처벌보다는 기업이 직접 규범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정책은 제도적으로 정부도 공동책임이 있는데, 장관과 지자체장만 빠진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논리모순성 법안이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죽어가도 말단 안전관리자만 처벌 받고 벌금도 평균 5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안전예산을 투자할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 처벌은 어렵다.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재해는 특정 노동자의 개인 과실이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과 기업내 관리시스템 부재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 무엇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해 예방정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고, 전문성도 약하다. 이런 점부터 개선하는 게 우선 아닌가. 개선 없이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부과, 행정 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은 너무 가혹하다. ▲최명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상황실장 = 한국 산재사망 특징은 고도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재래형 사고'다. 기업들 중에서도 정말 사명감을 갖고 잘해보자는 중간 관리자나 임원이 있다. 그러나 기업이 법을 위반하는 풍토 위에서는 그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당 임원은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안전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투자한 만큼 경쟁력을 갖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 ‘언택트 시대’ 역행..오프라인 점포만 규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유산법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를 정하는 법이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일제를 도입하는 등 추가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 유통산업의 온라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경쟁구도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의무휴업 등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 규제는 오프라인의 온라인 전환을 가속화시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모두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 = 유통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기존의 유통규제가 변화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적합한지에 대한 정책효과 분석이 필요하다. 논의 중인 유통규제 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 출점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져 소비자 후생이 저하할 수 있다. 대형 쇼핑몰, 대형마트 등 임대매장 소상공인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임원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 =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탈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지지에 힘입어 거대 여당이 탄생해 희망을 가졌으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소상공인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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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배반적인 법안…자・손회사 지분 늘리라면서 사익편취・3%룰로 규제 [출처=픽사베이] 지난해 말 경제3법이 통과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면서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기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각각 오르게 된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시기는 2022년 1월 이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시행 시기 이전 체제 변경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상당한 부담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됐다. SK㈜와 ㈜한화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 통과로 포함됐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로 국내 그룹들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통상 책임경영 명목으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기대요인은 사라질 전망이다. ‘3%룰’ 적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대치된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늘려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탓이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확대할수록 투기자본은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통과는 국내 주요 그룹들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간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요건은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내 그룹사들이 지주체제로 전환했고 계열 지배력은 약해졌다. 지주체제 전환의 불완전성(경제력 집중 억제 제도 부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책에 순응한 결과가 오히려 고립된 위치로 자신들을 몰아붙이는 형국이 돼 버린 탓이다. 국내 그룹 계열사들은 자회사 등에 대한 지분을 늘려도, 줄여도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 탓에 투기자본의 주력 타겟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최대 목적으로 ‘적대적 M&A’ 방어에 중점을 뒀으나 각종 법안 개정으로 그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이 시장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마저도 막을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국내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정치와 경제 이슈를 구분하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제3법 통과를 두고 기업을 옥죄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발언 또한 그 연장성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경제3법 등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입법됐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제한하고 경제활력도 저하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비용이 늘어나는 정책은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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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反기업법…2021년도 '규제 쓰나미' 몰려온다 [사진=자료사진] 신축년을 맞은 재계는 장기화 국면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 보다 거대 여당 중심의 잇단 '반(反)기업법' 발의에 탄식을 쏟아낸다. 이미 코로나19로 위축된 시장에 각종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올해 대거 시행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의석수 174석의 우위에 선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기업규제 법안 발의에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를 통과한 이른바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노조법 개정안 등이다. 경제3법은 재계의 수위 높은 비판은 물론 "당초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민주당 내 불만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었던 의결권 '3% 룰'은 완화됐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이 유지된 채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금융회사 2개 이상을 운영하고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감독하는 내용의 금융집단감독법도 통과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한 노동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역시 노조의 세력만 키워 회사 경영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재계의 우려를 보란듯이 따돌렸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모두 가결됐다. 여당 뿐만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까지 경제3법 등의 추진에 힘을 실었다. 한 예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에 "노사 입장의 균형을 맞췄다"고 자평했다. 청와대는 경제3법이 채용 시장을 얼어붙게 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오히려 시장 활력을 높일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간 녹록지 않은 기업 사정을 호소하며 경제3법 등의 입법을 강력 반대해 온 재계는 이런 반기업법이 과잉 양상을 띤다고 비판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렇게까지 처리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있다"며 "대다수의 성실한 기업을 생각하면 과잉 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3법 입법 저지에 나섰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번 가결이 경제 회복은커녕 기업 활력을 떨어뜨려 미래성장 동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내 경제 단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경제3법에 따라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평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겨냥해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개정 법안에 따라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 시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퓰너 회장은 기업의 방어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경제 단체들은 지속해서 규제들의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이 주주 권리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간접지분에 대해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초부터 입법 예고된 기업규제들이 겹겹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업대상 소송에서 피해자 일부가 이길 경우 소송 미참여자들도 같은 배상을 받는 '집단소송법' △기업 행위에 따른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형점포의 영업규제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등이 줄줄이 국회 가결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오는 3월 열리는 올해 첫 임시국회에서 집단소송법 등을 통과시킬 방침인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 단체는 불필요한 소송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결사 반대"를 주장한다. 전경련은 현행 30대 그룹 기준의 소송비용을 1조65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집단소송법 등이 시행되면 소송비만 최대 1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총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소비자나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 로펌까지 소송 제기를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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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리면 3%룰, 줄이면 少지분으로 지배…뭘 해도 기업은 욕먹게 만들었다” “이번 법안들은 외부 투기세력이 우리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대비해 지분을 늘리면 규제를 받고, 지분을 분산하면 꼼수라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뭘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법안입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데 기업이 투자를 못하게 만들었다”며 경제3법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9일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등 경제3법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배구조의 투명화 등을 내세워 경제3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경제3법이 기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법률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 팀장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계와 공청회를 갖기도 했지만 경제3법에는 기업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입장만 고려한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경제3법 중 가장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부문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소액주주를 위한 것이고, 3%룰 기준도 기업의 의사를 반영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에서 개별로 나눴기 때문에 우려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도 지나친 과장이라는 입장이다. ◆"유동성 많아져 헤지펀드 공격 커질 수 있어" 하지만 재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유 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활용할 주체는 경영권에 욕심을 내는 3대주주나 투기자본일 것”이라며 “결국 기업은 이들과 싸움을 위해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과거 소버린, 칼아이칸, 엘리엇 등 우리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사례는 많다. 결국 이 법안은 해외 투기자본의 활동 도와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가 저금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심해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팀장은 “현재 전 세계는 저금리 현상으로 유동성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이 자금이 헤지펀드로 간다면 수익을 노리기 위한 기업 공격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공정’을 말하고 있지만, 경제3법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제로 글로벌 경쟁에서 또 다른 짐을 짊어진 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유 팀장은 “우리 기업들은 이미 해외 매출이 70~8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 족쇄를 채우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을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 내모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80년대 이론으로 기업 규제" 정부가 경제3법을 도입하면서 내세운 이유에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등이 있다. 재계에서 반대를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목적들은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던 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확실한 근거가 없는 단순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유 팀장은 “기업 투명성이 얼마나 나쁜지,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러한 주장은 80년대에 나왔던 주장으로 그 때 상황에서 한치도 변하지 않은 이론으로 펼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이미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상황으로 또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유 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기업규제 부담은 하위권”이라며 “경제3법에서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사외이사 자격 또한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방어위한 보완입법 필요 유 팀장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업들이 경제3법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3법에는 투기세력이 기업 대주주를 이길 수 있도록 만 해 놓았을 뿐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공정거래법에서는 계열사 지분을 높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상법의 3%룰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제3자 등에 지분을 분산하면 ‘꼼수’라고 지적할 것이고, 대주주 지분이 낮아지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도 기업은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기업 입장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은 외부에서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법에 명시된 만큼 기업주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3%룰 등 기업이 공격당한 수단이 많은 만큼 기업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경제3법에 대한 후속적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기업이 불안 없이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제도의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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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분 늘리라고 장려했는데…이젠 지분 많다고 규제 [사진=인터넷] 598개. 2022년 1월부터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수다. 현재는 210곳이지만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388곳이 늘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고자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하지만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22년 1월부터는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감시 대상 범위가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계열사로 확대된다. 이에 더해 규제 대상 계열사들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공정위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전경련 "정상적 계열사 거래마저 위축" 개정안에 따라 사익편취 감시 대상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정의선 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9.9%를 갖고 있다. 2014년 말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43.4%였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지분을 대량 매각해 현재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번 추가 개정으로 지분 10% 정도를 더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와 한화·삼성생명 등도 규제 대상이 된다. ㈜SK와 ㈜한화는 총수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각각 28.59%·26.76%이며, 삼성생명은 20.82%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9곳 이상의 계열사 자회사가 규제 대상에 새로 편입된다. 이번 개정으로 규제 대상 자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자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카드·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삼성자산운용·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 등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 계열사 중에서는 서울레이크사이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제일패션리테일·삼성웰스토리 등이 새로 규제를 받게 된다. SK디스커버리가 약 60%의 지분을 보유한 SK가스·SK플라즈마와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머티리얼의 100% 자회사 현대첨단소재도 사익편취 감시 대상이 된다. [표=김성훈기자] 이처럼 개정안 통과에 따라 늘어나는 규제 대상 기업은 388곳이다. 기존 감시 기업이 210곳이므로, 2022년 1월에는 총 598개 이상의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4%, 내부거래 금액은 27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규제 강화에 대해 “총수 일가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7조5000억원이 모두 총수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내부거래 감소로 인한 사업 경쟁력 약화와 해당 계열사·자회사의 임직원들이 겪을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았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 기업집단이 가지고 있던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잠식해서 경쟁력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의 효율성 증대·보안성·긴급성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기존 내부거래의 목적도 대부분 ‘효율성 증대’이기 때문에 사실상 예외 조항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마저 위축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국가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정책 따른 기업, 정책 역차별 그간 정부가 장려해온 지주사 체제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평균은 72.7%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 도입과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 왔는데, 정책에 순응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고 나니 오히려 규제를 받는 정책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번 개정으로 감시 대상이 되는 598개 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총 10조8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나 기업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지분 매각으로 얻는 이익보다 지배력 저하·주가 하락 등 문제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4년 규제 도입 당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약 15% 급락하기도 했다. 정부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모든 감시 대상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경우에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상 기업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 제공”을 금지 조항에 추가한 시점에서 모든 감시 대상 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는 위축된다.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한 공정거래법이 만들게 될 부작용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말처럼 "이번에 의결한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할 것이다.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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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주사 장려 방식에 '신규 고용'보다 자회사 지분 확보에 돈 쏟을 판 [사진=아주경제DB]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2018년 11월 발의됐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그러다 이달 3일 하루 논의 후 일주일이 지난 9일 1980년 법 제정 후 40년 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모든 반대와 읍소를 무색하게 한 졸속 입법이었다. 논란이 됐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됐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독소 개정안은 그대로 담겼다. 담합(매출액 10%→20%), 시장지배력 남용해외(3%→6%), 불공정거래행위(2%→4%) 등에 대한 과징금이 각각 두 배로 늘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업결합(M&A) 시에도 인수금액이 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합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현행 인수대상 회사 매출액이나 자산총액 300억원 이하면 면제). 공정위는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관련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간 M&A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김성훈기자] ◆개정안이 오히려 지주회사 체체 가로막아 이 외에도 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많은 규정이 생겼다. 그 중 재계에서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지주회사에 대하 자·손회사에 대한 의무 보유 지분율 확대다. 현행 기준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 비상장사의 경우 4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까지 늘려야 한다. 정부 스스로 그간 장려해 온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정부는 “기존에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높지 않아 대기업이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 강화로 인해 지주사 체제 전환 시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능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개정 요건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확보에 약 30조9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약 24만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한 비용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현재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이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따르려면 SK하이닉스의 지분 보유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 SK텔레콤은 현재 SK하이닉스 지분 20.01%를 보유한 상태다. 10일 기준 약 84조8000원에 달는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약 8조4800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SK텔레콤이 이를 미리 상정하고 자금을 확보해두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2년 1월 전까지 8조4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법적 문제나 세금 정산 등의 작업을 1년 안에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정책에 따라 사업 전략을 마련해 실천한 기업집단이 많다"며 "편법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변질된 기업집단과 동일하게 보고 강화된 틀 안에서 규제를 하는 것은 신뢰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지분율 지키려다 신용도 하락에 재무안정성 문제 발생도 지주사 지분율 확대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비용 관련 문제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3월 롯데지주 비상장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같은 롯데지주 자회사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했다.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확보해야 한다는 현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롯데지주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흡수합병 이후 롯데로지스틱스 회사채가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관하면서 A+였던 신용도가 A로 떨어졌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익성 약화와 투자 부담이 원인이었다.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자회사 분할합병 과정에서 비용은 물론 신용도 문제와 재무안정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롯데지주 설립 때에도 분할합병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약화 문제가 발생했었다”며 “현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도 많은 기업이 손해를 감수했는데, 코로나19로 경영에 골머리를 앓는 이 시기에 공정거래법까지 신경쓰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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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제, 기업 견제하려다 투기자본에 좌지우지될판 [출처=픽사베이] #대그룹 계열사 전자회사인 A사는 미국의 동종업종 B사를 100억달러에 인수하려던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A사는 B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A사의 지주회사 C사의 지분 0.5%를 보유한 외국계 투기자본이 A사가 B사 인수를 위해 투자하는 100억원으로 인해 재무상태가 나빠졌다며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C사의 대주주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C사 주주인 외국계 투기자본의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했다. A사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C사 연결재무제표도 악영향을 미친 만큼 A사 대표가 B사 인수 결정으로 나빠진 이익에 대해 C사 주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가짜 뉴스’다. 하지만 몇 년 후 발생할 수도 있는 ‘가상 뉴스’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경제3법 중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포함돼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경영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대표소송제(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가 확장된 개념이다. ◆단기 차익 노리는 투기자본, 지배구조 개편 방해할 수도 이 가상 뉴스는 말 그대로 가상 뉴스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몇 년 후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경쟁사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 입장에서는 한 기업의 대규모 자금 투입을 반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최소 0.5%의 모회사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하면 자회사 경영까지 관여할 수 있다. 최소의 금액 투입으로 단순 투자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경제3법 개정으로 정부와 여당이 목표로 한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 작업 자체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많은 그룹 총수들이 책임경영을 위해 계열사 이사로 등재되는 상황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투기자본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와 학계에서는 투기자본의 공격이 활발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양측 의견 모두 일리가 있지만 문제는 다중대표소송제가 국내 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을 태우는 격이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다. [다중대표소송제 국회 본회의 통과 내용과 문제점] ['3%룰' 국회 본회의 통과 내용과 문제점] ◆국내 기업 투명화 노력에도 기업통제 의지 투기자본이 지분 확보 후 차익을 최우선으로 하더라도 대표소송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통해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큰 문제는 없다. 또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투기자본 공격은 우려할 일은 아니다. 정작 해당 법안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괄성에 있다. 그간 국내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주사 전환은 물론 이사회 구성 등에도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그룹별 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고 신동빈 회장은 호텔, 건설, 쇼핑, 칠성 등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사임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핵심 계열사 이사로 등재돼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취지 측면에서 보면 롯데그룹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노력은 인정받지 못한 채 관련 제도로부터 압박만 강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와 각종 결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 투기자본으로부터 방어를 위한 자금 투입은 그룹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대 변화로 산업이 다양화되고 각 기업별 상황에 따라 대응 속도가 다른 만큼 법과 제도 또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시대에 함몰돼 일괄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한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실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는 국내 환경에 맞지 않은 선진국 지주사 제도 도입 후 불거진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기준에 맞춰진 만큼 현 시대에 맞게 제도 개선을 위한 추가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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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인방' 교체?…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에 기아차가 빠진 이유는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홈페이지 캡쳐]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현대차그룹 3인방’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가 제외되고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하면서 시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3법’ 통과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의존도를 낮추는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의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11일 이사회를 갖고 인수 참여를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분야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정하고 공정작업 효율화(현대차),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현대모비스), 물류 혁신(현대글로비스)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 지분을 인수 당시에는 현대차(26%), 현대모비스(10%)와 함께 기아차(14%)가 힘을 모았다. 이전에도 현대차그룹 3인방은 각종 자산매입(한전부지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시장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 기아차가 빠지고 그 자리를 현대글로비스가 대신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3인방’ 개념이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공통점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순환출자 해소로 이어지고 해당 지분을 확보하는 주체는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다. 기아차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할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기아차 지분은 단 한 주도 사들이지 않았다. 최근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중대표소송제 근간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에 있다. 그간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문제와 임원 겸직에 따른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이사 견제 수단 부재 등이 그 배경에 깔려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관련 법안 통과로 다수의 국내 그룹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특히 현대차그룹은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룹 수장인 정의선 회장이 주요 계열사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탓이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 반발로 막히면서 현대차그룹도 주주친화정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래자동차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양적·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과 함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핵심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존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이 20% 이상인 경우다. 기준이 30%에서 20%로 하향되면서 현대글로비스(총수일가 지분 29.9%)는 지분 10%를 팔거나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을 감안하면 방향성은 후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수년 전부터 거론되면서 현대차그룹도 꾸준히 대응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고 수차례 거론된 얘기”라며 “기업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중고차 시장 진출 이전부터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지속 노력해왔기 때문에 개정안에 떠밀려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수대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2025년까지 60조원 투자’ 내용을 보면 단순 ‘자동차’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다”라며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사업 특성상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점차 탈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만큼 다양한 매물에 접근해 목표 달성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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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상법 개정안, 주주 재산권 침해하고 투기세력만 돕는다 [출처=픽사베이] 일명 ‘3%룰’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 투기세력으로부터 방어가 어려운 것은 물론 기업이 오히려 지분 쪼개기에 나설 수 있는 탓이다. 그간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한국 자본시장이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 3% 룰’(감사위원 분리선출 입법안)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한 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합산 주식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었지만 본회의에서는 주주별 1인당 3%로 변경됐다.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시 투기자본 등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재계 목소리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내이사 감사 선임 시에는 ‘합산 3%’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3%룰은 기업 총수의 잘못된 결정을 견제하고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긍정적 측면이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주주 평등권을 무력화 시키는 행위다. 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투입하는 만큼 헌법이 규정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연장선이다. ◆'트로이 목마' 만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이러한 기본 원칙이 깨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단연 ‘꼼수’다. 예를 들면 투기자본이 특정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체를 이용하는 경우다. 통상 일반주주는 감사위원을 제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투기자본은 이사회에 핵심 인물을 심어놓고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 수 있고, 중요 기술의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3%룰은 투기세력의 '트라이 목마'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룰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투기세력이 이사회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만이라도 3% 제한 규정을 풀어달라고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무차별 공격에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뜻이었으나 묵살 당했다. 주요 지배주주가 개정안을 역이용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수의 계열사과 특수관계자들을 동원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주요 그룹들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시장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3%룰은 이러한 기조에 훼방을 놓는 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 보유 비율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각각 10%포인트 인상)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지배주주가 자회사에 대한 일정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투기세력으로부터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 국내서는 삼성, 현대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그룹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지주사 전환은 비가역성을 갖고 있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선 그간 정부의 독려와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해 체제를 전환했지만 오히려 뒷통수를 맞는 꼴이다. ◆'정도경영' 노력 인정 못받는 상황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기업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국내 그룹 총수들은 ‘재벌’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며 “그 의미가 단순히 돈만 밝히고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주체라는 뜻으로 점차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편법 지분 확보, 편법 승계, 편법 경영 등에 대해서는 질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사회 인식이 바뀌면서 각 그룹 총수들도 ‘정도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변화하려는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 정답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제기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자체부터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그룹 지배구조 핵심은 이사회이며 이사회에 산정된 안건 찬반 여부는 의결권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상법 개정안은 결국 지배구조를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상황별 예외 조항이라도 포함해야 한다”며 “무조건 기업을 때리는 행위는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기업들도 국내서 활동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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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으로 포장된 ‘반기업’ 규제 3법 [사진=데일리동방 DB] 공정거래법 개정안·상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경제’와 ‘경제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공정경제 3법’이 아닌 ‘기업 규제 3법’이라고 지적한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얘기다. 9일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경제 3법은 상임위 처리 하루 만에 국회 법사위까지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날에 이어 회의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일방적인 의결이었다. 민주당은 경제 3법이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에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낙연 대표는 9일 본회의를 앞두고 실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발전의 도도한 소명에 동참하고 성원해주길 국민께 호소드린다"며 법 개정에 역사의 소명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표=김성훈기자] 하지만 업계와 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강도 높게 아쉬움을 표했다. 박 회장은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서둘러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개정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박 회장은 "그대로 강행 처리될 경우 혹시 부작용이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그땐 의결한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 6곳도 "여당 단독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의결권 제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소송 대응 여력이 적고 투기자본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이 더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투기 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해 영업 기밀과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돼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지적했다. 전경련은 기업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경제3법 등의 시행을 1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계에서도 경제 3법 통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3법은 기본적으로 기업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러면 기업들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어 결국 한국을 떠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지난달 경제개혁연대 측이 상법 개정안의 3% 룰을 두고 “대주주 의결권이 0%로 제한되는 국가도 있다”고 주장하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고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법률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관련 학계 관계자는 “경제 3법이 기업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충분한 합의를 거치지 않고 한쪽의 의견에 치중된 채 입법이 되고 있다”며 “기업의 자연스러운 경영활동과 경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 국회에서 강행돼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