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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같은 듯 다른 성장 방정식...핵심은 ‘자사주’ [이해진 네이버 GIO. 그래픽=김효곤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대표 주자란 점에서 서로 비교대상이 되지만 성장 방식에선 서로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네이버가 지분스왑을 통한 동맹전선 구축을 선호한다면 카카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흘 확장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활용된 재원은 공통적으로 자사주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자금유출을 최소화하고 재차 사세를 확장하는 선순환구조로 평가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가액은 약 6억달러(6600억원)으로 지분 100%를 확보한다. 네이버 M&A 사상 최대규모로, 네이버의 성장 방정식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웹소설과 웹툰 등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IP 관련 수입도 증가하게 된다. 앞서 네이버는 지분스왑을 통해 ‘스위트홈’으로 유명한 스튜디오드래곤과 동맹전선을 맺고 있다. 스위트홈은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 자회사다. 네이버는 스튜디오드래곤뿐만 아니라 CJ ENM, CJ대한통운과도 지분스왑을 통해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도 협업하고 있다. 네이버가 CJ그룹과 연합하는 과정에서 활용된 재원은 단연 자사주다. 각 주체별로 서로 지분을 맞교환해 실질 자금유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에서도 자사주를 재원 카드 중 하나로 꺼내들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그래픽=임이슬 기자] 네이버와 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카카오는 태생 자체가 M&A다. 포털 사업자인 다음과 합병해 출범한 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해 사세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업들을 인수해 성장시켜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하는 등 ‘상장’은 카카오 기업가치 제고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실제로 현재 카카오 시장 평가액 대비 자회사 가치가 50%를 상회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SK그룹과 지분스왑을 단행했지만 네이버와 CJ그룹에 비하면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서로 극명한 성장 방식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는 자사주가 꼽힌다. 네이버의 현재 자사주 비중은 10%를 넘으며 5조원이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자사주 2.8%(약 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규모가 큰 대기업들과 협업 등에서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3억달러(3395억원) 규모 외화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자기주식 71만1552주(카카오M 합병 당시 취득한 것으로 처분 의무가 있음)이며 교환가액은 47만7225원이다. 당시 주가를 고려하면 35%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발행금리는 0%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하이브리드채권(메자닌) 시장에서 제로(0) 금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상 블록딜을 통한 자사주 매각 등에 할인율이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오히려 자사주를 비싸게 판 격이다. 조달한 재원은 플랫폼과 콘텐츠 등 M&A에 쓰이게 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늘 비교 대상이지만 두 기업은 자금조달과 공급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며 “커머스, 콘텐츠, 금융 등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부분은 유사하지만 두 기업은 각자가 가진 장점을 기반으로 접근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향후에도 자금활용과 M&A 등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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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백스 백신 기술이전 앞둔 SK바이오…백신 전초기지 기대감↑ [사진=아주경제DB]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위탁생산에 이어 노바백스의 기술이전 계약까지 앞두고 있어 전세계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전초기지로 도약하고 있다. 이같은 백신 위탁생산에 힘입어 올해 예정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IPO)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정부는 노바백스 코로나 백신 2000만명분 구매 계약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뒤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2000만명분 물량을 구매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CMO),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백신 물량은 이미 생산 중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노바백스 기술이전 계약은 앞서 체결된 CDMO 계약과 별개다.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되는 2000만명분은 노바백스 측으로 전달되지 않고 국내에서 바로 접종할 수 있을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냉장(2~8℃) 조건으로 보관과 유통이 용이하다. 또한 국내 생산에 따라 원액 생산과 보관이 가능해 유효기간도 1~3년으로, 약 6개월 수준인 타 백신에 비해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노바백스 코로나 백신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면 올해 2분기쯤 국내에서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바백스 물량까지 합쳐지면 정부가 도입하는 백신 물량은 약 7600만명분이 된다. 올해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을 시작으로 화이자 10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코백스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에 이어 노바백슨 2000만명분이 더해지면서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달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오는 3월께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3~5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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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가파른 성장세에 흥행 전망 [사진=픽사베이 제공]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핀테크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어로 분류되는 카카오 계열 페이사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웹케시 계열사인 정보 중계 플랫폼 ‘쿠콘’, 스마트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는 핑거 등 대거 상장 준비 중이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면서 핀테크 업종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IPO 시장에서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 시장에서는 ‘대어’로 불리는 카카오페이는 삼성증권, JP모간을 공동 주간사로 선정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약 3400만명으로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 중 가장 많으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거래액만 2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를 약 9조7600억원 추산하고 있다. 이는 국내 3대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8조3600억원)보다 큰 규모다.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핑거는 이번달 말 상장 예정이다. 핑거는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내 최다 금융권 스마트 뱅킹 구축을 했으며, 금융정보를 개인이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에 핑거가 공모하는 주식은 총 130만주, 희망공모가액은 1만3000~1만5000원이다. 웹케시 계열사인 쿠콘도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쿠콘은 올해 상장을 마무리하고 정보 비즈니스 전문 기업으로서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성공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8년 웹케시 상장 이후로 핀테크기업은 지난해 상장하는 기업이 없었기에 흥행 여부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성이 높은 산업인만큼, IPO 시장에서의 흥행도 당연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도 핀테크 기업의 상장 열기가 뜨겁다. 실제 선구매·후지불(BNPL) 서비스 핀테크 기업 어펌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인 13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98%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 활동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전환’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며 “개인의 금융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마이데이터, 인터넷은행 등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사업이 확산됨에 따라 핀테크 기업의 IPO 역시 흥행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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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2000억 'G'(녹색) 채권 발행 추진...'C'(탄소) 줄인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지난해 선언한 ‘탄소 중립’에 박차를 가하는 격이다. 탄소배출 주범으로 주목되는 정유·화학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업공개(IPO) 과정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금줄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ESG채권 발행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일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는 3년(600억원)·5년(700억원)·7년(300억원)·10년(4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으로 증액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각각 –0.3~+0.3%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담당한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전부 녹색채권(Green Bond)이다. 녹색채권은 ESG채권(SRI채권) 중 하나다. 조달한 자금은 전량 탈황시설 설치, 이산화탄소 및 대기오염 물질 저감시설 설치, 에너지효율 증대 등을 위한 환경개선 설비투자에 쓰인다. 올해 들어 일반기업이 발행한 ESG채권은 장기물 중심이다. 금리 수준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향후를 대비해 발행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혹은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가 ESG채권 시장에 첫 발을 들이는 동시에 발행 사채 전량을 녹색채권으로 구성했다는 점은 시장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부산물을 사용해 ‘탄소 중립’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석회석을 가공해 탄산칼슘을 만드는 것보다 원가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 시도는 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그린기업’으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 아람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도 이전부터 ‘탄소 경영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아람코 또한 탄소 저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다. 통상 정유·화학 기업은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의 탄소경영과 이번 ESG채권 발행 성공 여부는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프리IPO(사전 기업공개)로 일단락된 상장 절차를 재가동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8년 회계 감리 이슈로 철회됐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의 자금줄이자 안정적 체제를 위해 IPO는 필수다. 탄소 경영을 통해 ESG채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 부각에 따른 성공적인 상장이 기대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발행 채권 전부를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는 점은 그만큼 탄소 경영에 자신 있다는 뜻 아니겠냐”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상장 재시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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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승부수 띄우는 쿠팡, 출구 찾는 이베이 [사진=쿠팡 제공] 지난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도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온라인유통 매출액은 전체 유통업태 매출액 가운데 49.3%를 차지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선두를 다투던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가 13%씩 차지했다. 그러나 쿠팡이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거듭하는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며 G마켓·옥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 나스닥 상장 앞둔 쿠팡…로켓배송·배달앱·OTT·택배 등 '쿠팡 유니버스' 본격화 쿠팡은 지난해 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출범한 데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승인받는 등 새해 벽두부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론칭한 배달앱 '쿠팡이츠'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대전·울산 등 일부 광역시에 머물렀던 서비스지역을 이달부터는 대구·광주시로 확대한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경상도·충청도·강원도·전라도·제주도 등 전국을 커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쿠팡이 진출하는 사업마다 차별화를 추구해 고객층의 충성도롤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켓배송으로 '신세계'를 경험하고 로켓와우에 가입한 유료회원은 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주문 1배달' 전략을 내세운 쿠팡이츠는 서비스지역이 전국을 커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 10%에 달하며 배민, 요기요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출시한 쿠팡플레이도 와우멤버십과 연계한 무료 혜택을 기반으로 3주 만에 설치자수 80만명을 돌파했다. 쿠팡플레이(OTT)를 비롯해 쿠팡라이브(라이브커머스), 쿠친(택배서비스) 등 신규 사업들도 쿠팡의 멤버십 세계관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이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출시해 아마존 생태계를 넓힌 행보와 닮았다. 특히 쿠팡이 자진 반납했던 택배 운송사업을 최근 다시 취득하면서 3자 물류사업(3PL)에 진출한 것에서도 아마존의 풀필먼트 사업이 오버랩된다. 쿠팡은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우선적으로 로켓배송 물량을 소화한 뒤 장기적으로는 다른 온라인쇼핑의 물량까지 소화하는 3자 물류사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주문 이후 선별, 포장, 배송 등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리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포장·배송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아마존도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통해 수익구조를 정착시킨 바 있다. 다만 쿠팡에게 있어 '옥에 티'는 적자 재무구조다. 지난해 매출액이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급격한 외형성장에도 불구,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누적 적자는 3조7210에 달한다. 쿠팡의 '버팀목'이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도 투자손실액이 커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하려는 배경이다. 쿠팡은 'IPO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쿠팡이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것 또한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이르면 올해 2분기쯤 이뤄질 것"이라면서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32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보수적 투자기조에 성장 정체된 이베이코리아…매각 착수 반면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선두경쟁을 펼치던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 매각작업에 돌입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등을 앞세워 한 때 시장점유율 70%를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티몬 등 경쟁업체가 치고 올라서면서 2010년대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오히려 수익성에 집중하느라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한 것이 성장 측면에서는 독이 됐다. 쿠팡과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적자 속에서도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이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는 정체됐던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기준 1조954억원을 기록해 2016년 8633억원, 2017년 9518억원, 2018년 9811억원 대비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615억원에 그쳐 2016년(669억원)이나 2017년(623억원)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커머스업계가 급성장세에 들어선 것에 비해 이베이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수순에 이르렀지만 인수업체에 따라 G마켓과 옥션이 시너지를 창출하며 새롭게 도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이 인수에 나설 경우 만들어질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PEF) 등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 대기업과 사모펀드 간 연합 형태로 인수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피인수 후 사업적 시너지 혹은 재무적 투자에 따라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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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거부에 정부 규제까지...ESG경영, 이젠 ‘선택’ 아닌 ‘필수’ [표=김성훈기자]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ESG 경영을 주장하는 학계나 정계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국내 5대 기업 그룹 총수 중 한 명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다. SK그룹뿐만 아니라 주요 그룹 총수와 기업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는 우리 기업에도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주요 임원 회의에서 “CEO들이 고객·임직원·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울 때 강력한 실행력이 발휘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메시지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기업의 목표로 제시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와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고객 중심 경영”을 역설했다. 카카오는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해 ESG 경영 현황과 성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화는 인수합병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ESG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14일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손잡고 미국에 태양광 사업 관련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태양광·수소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달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그 첫 행보로 미국의 수소·항공 우주용 탱크 전문 기업 ‘시마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이처럼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등 ‘ESG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ESG 경영이 기업의 실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정책에 따라, 현대·기아차도 내년에는 유럽에서 벌금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은 2030년부터 가솔린·디젤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프랑스도 2040년까지 가솔린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일본도 2030년까지, 중국은 2035년까지 가솔린 신차 판매 비중을 5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나라도 전기차 충전기 의무 구축 비율을 높이고, 친환경차 보급 의무제를 예고하는 등 친환경 미래차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하지 않는 완성차 기업은 먹고살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Social)과 지배구조 문제(Governance)에 소홀한 기업들도 법의 제재를 받고,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공적연금 등 투자기관들은 ‘여성 인덱스’를 만들어 투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성 인덱스란 기업의 여성 비율·여성 신규 채용 비율·여성 임원 비율 등을 말한다. 여성을 채용이나 승진에서 차별하는 기업들은 투자를 받지 못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했고, 상장기업 사외이사의 재직 연한을 6년 이내로 제한하도록 상법이 개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회사의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ESG’라는 용어가 기업의 평판 관리 수단이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기업들은 이제 생존과 성장을 위해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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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ESG 경영?…서방의 '탄소관세' 칼날 숨어있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만 이면엔 서방국가들이 ‘탄소관세’를 앞세우면서 보호주의무역을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자본주의 대표주자인 영국과 미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SG경영이 불가피한 시대지만 과도한 정보 공개와 이에 따른 비용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건 친환경, 책임·투명 경영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기업은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 시장과 신뢰를 쌓고 원활한 자금조달과 공급을 통해 성장을 하게 된다. ‘착한 기업’은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성장하게 되고 ‘나쁜 기업’은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 ESG 경영으로 기업이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자금 조달비용 감소다. 유엔 책임투자원칙기구(PRI)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지난 2006년 6조5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0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50조 달러에서 90조 달러로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ESG 투자가 집행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철저히 따르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부담을 현저히 낮추는 배경이 된다. 경제는 거대해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금은 특정 분야로 집중된다. 주도적으로 성장한 산업은 여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시 전체 경제를 이끌어간다. 즉 ESG 경영은 단순 조달 비용 감소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시장과 소통을 통해 사회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굴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과 달리 시장평가는 박하다. ESG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ESG가 기업 생존 여부와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국내서는 주요 그룹들의 승계와 사업재편 등이 활발해지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반면, 글로벌 시장은 이전부터 환경과 사회에 집중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지난 1990년 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환경 관련 국제무역 회의와 협약 체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이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기후협약 당사국들을 중심으로 도입됐으나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탄소배출 규제가 없는 국가들로 탄소집약 산업이 몰릴 경우 교토의정서의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 탄소관세다. 탄소관세는 교토의정서 목적을 광범위한 차원에서 달성하는 수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무역주도권을 확보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려는 취지로 해석했다. 실제로 당시 미국은 중국 생산물품에 대해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프랑스도 탄소관세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그린보호무역주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유럽연합(EU)은 2023년을 목표로 탄소관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탄소관세를 공약하면서 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경제·산업 성장 측면에서 보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대비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수입 대비 수출의존도가 높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는 기업은 선진국으로 수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도 어렵게 된다. 단연 기업 가치는 점차 하락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단순히 탄소배출만 줄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ESG채권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등급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하고 사후보고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ESG 관련 투자자와 ‘약속’을 지켰는지 지속 감시를 받게 된다. 이러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성장’이 없다면 ESG 경영은 오히려 독이 된다. 따라서 성장을 위한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ESG경영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ESG등급 조정 대상은 CJ대한통운, 포스코, 한온시스템, 한화솔루션, 효성, 애경산업, 한익스프레스 등 7개 기업이다. 각기 다른 이슈가 ESG평가 등급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공통점은 비재무정보다. 비재무정보는 재무정보 대비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ESG는 환경문제로부터 출발해 각국 기업의 세부 정보 공개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ESG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영국이며 뒤이어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나라이며 미국은 달러를 통해 글로벌 통화 패권을 쥐고 있는 곳이다. ESG가 단순 경영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 기존 자본주의가 업그레이드된 형태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과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구도 측면에서 보면 ESG는 서방국가들의 힘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 기업은 물론 수출주도국들이 만반의 준비를 해도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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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도 ESG 바람···관련 ETF 개발 본격화 [사진=픽사베이 제공] 해외 주식시장에서 ESG(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 관련 ETF 상품 수익률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ESG 관련 ETF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펀드·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ESG 상품 비중이 0.5% 수준에 그쳐 향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ETF 신규 자금 유입 규모는 2조8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원 순유출이 나타난 액티브주식 상품과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연금계좌에서 ETF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의 ETF 잔고는 총 1조1912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306% 증가했다. 6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연금저축계좌의 상장지수펀드(ETF) 잔고는 총 1조1912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306% 급증했다. ETF 상품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액티브형 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저렴하고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ETF가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모펀드에 자금을 묶어놓는 것보다 장중 매매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최근에는 ESG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ETF 상품에 많은 투자자금이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되면서, 친환경과 지배구조 개편, 사회공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주식시장에서의 ESG ETF 상품의 수익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38%의 수익률을 올린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는 맥글로벌태양광에너지지수(MAC Global SEI)를 추종한다. 또 친환경에너지 관련 미국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윌더힐클린에너지 ETF’의 경우 220% 수익을 냈다. 국내에서는 KB자산운용이 지난 2018년 상장한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의 순자산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ESG경영을 선언하고 국민연금과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난해 초 73억원에 불과하던 운용규모가 지난해 말에는 1047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자산운용은 주주총회에서 “대체투자 및 OCIO, ETF 부문의 투자를 확대해 투자자의 다변화되는 니즈를 충족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ESG투자 대표운용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세계적인 추세로 살펴봤을 때 국내 ESG ETF는 걸음마 수준이다. 전세계 ESG 펀드·ETF 규모는 1조3000억달러(약 1400조원)지만 국내 ESG 펀드·ETF 순자산 규모는 1조3000억원에 그친다. 300조원 규모인 국내 펀드·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도 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경제 사회 전반에서 ESG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데다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연기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ESG가 반영된 투자 규모를 늘리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ESG 관련 ETF 상품 개발과 출시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관련 상품 구매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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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녹록치 않은 배터리 사업...더 절실해진 자본확충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LG화학을 대상으로 한 소송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재무안정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SK루브리컨츠를 생각하면 SK IET 상장 성공이 더욱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 신용등급을 각각 ‘Baa2’에서 ‘Baa3’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 자체 실적 부진은 물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등급 강등 영향도 작용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부진한 실적과 대규모 설비투자로 내년까지 재무 지표가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국내서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는 AA+를 부여하고 있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사실상 AA0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SK이노베이션 등급 부여 과정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다. 즉 등급 하향은 EBITDA가 줄어드는 반면 순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수요 위축, 원유 공급 과잉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 등으로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80%가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실적 회복이 기대되지만 자본적지출(CAPEX)과 신성장 동력인 배터리 부문 대규모 투자는 부담이다. 재무안정성과 성장을 모두 챙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배터리 부문은 시장 기대와 달리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투자 압박이 지속되면 차입금 확대에 따른 신용도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이는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다시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자본 확충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인 SK IET 상장이 절실한 이유다. 과거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SK루브리컨츠도 아쉬움이 남는다. SK루브리컨츠는 일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하고 관련 거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미 수차례 시장 매물로 거론되면서 투자 메리트는 이전 대비 낮아진 수준이다. SK IET 상장과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이 성공한다면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 약 5조원 가량의 자금(구주매출, 지분 매각 기준)이 유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연간 3조~4조원 이상을 지속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대상으로 한 특허 무효소송 8건을 모두 기각했다. 소송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설비 투자 등 자금유출이 불가피하다”며 “SK IET,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을 통해 일부 자금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재무안정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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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성장 기대...투자부담 극복 관건 [자료=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전기차 배터리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도 존재한다. 적자 전환 등 수익성 불안도 문제다.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채권투자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3일 3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를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1500억원)·5년물(900억원)·10년물(6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으로 증액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각각 개별민평금리 대비 –0.3%~+0.3%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으며 조달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상환에 쓰인다. 주관업무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AA+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고 있어 등급 스플릿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한기평이 제시한 등급하향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과 지난해 적자전환 등으로 사실상 AA0로 평가된다. 등급 하향과 실적 부진에도 우량채 면모는 충분히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공모채 시장을 노크한 SK텔레콤과 GSS는 시장 수요가 차고 넘쳤다. 풍부한 유동성과 연초 기관투자자들의 캐리(이자수익)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한 탓이다. 다만 얼마나 많은 수요가 몰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0(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무려 5배 넘게 상승했다. 반면, 성장 기대감보다는 수익안정성에 집중하는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주가 상승은 큰 의미가 없다. 배터리 부문 성장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차입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는 부담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지난 2017년 1조3000억원에서 2019년 말 7조1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0% 완전자회사인 SK IET(디스플레이, 배터리 부품)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다면 재무부담을 축소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인 정유, 화학, 전기차 배터리 부문 설비투자를 통한 외형 유지와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다. 과거 SK루브리컨츠가 세 번 상장 시도 끝에 무산됐다는 점에서 SK IET의 성공적인 상장은 더욱 절실해진다. SK루브리컨츠 상장이 무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격이 꼽힌다. SK그룹이 다소 공격적 밸류를 적용하면서 시장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IB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 상장 당시 자동차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던 시기였다”며 “전기차도 윤활유가 필요하지만 내연기관과는 일부 다른 측면이 있고 해당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지분 매각으로 선회했으나 이미 시장에서 여러 번 거론된 매물인 탓에 이전 대비 매력은 다소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 수준이다. 채권투자자들은 배터리 부문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과 SK IET 상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무안정성 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속 상승하는 주가와 달리 채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좀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뜻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배터리 업계는 투자를 위한 자금수요를 늘리고 있다”며 “성장을 통한 외형과 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문 글로벌 5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조달비용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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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올 때 노 젓는다’...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가능성 커져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빠르면 올해 안에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는 지금, 상장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가까운 시일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주요 증권사에 보낼 계획이다. 제안서를 통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 올해 안에 상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1분기 지정 감사를 받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요청하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 상반기 중에 승인받을 수 있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애초 내년으로 예상한 상장 시기를 앞당긴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2차전지 수요의 급증이다. KB증권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130GWh에서 2025년 626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37%씩 성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2배 늘어난 129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쟁업체들의 약진도 상장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CATL이다. 배터리 시장 전문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은 24.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차이는 불과 1.6%다. 같은 해 10월까지만 해도 LG가 1위였지만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증가로 CATL이 역전했다. CATL 외에도 국내에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가, 해외 기업으로는 파나소닉이 TOP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1·2위와의 점유율 차이는 큰 편이지만 이들 기업 모두 큰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부문 진출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들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인수한 맥스웰테크놀로지의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한 배터리를 시범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협력사인 파나소닉과도 이미 조인트벤처(JV)를 세웠다. BMW도 독일 뮌헨에 ‘배터리 센터’를 열고, 오는 2022년 가동울 목표로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귀쉬안’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고, BMW와 함께 출자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대기업 PSA도 석유업체 ‘토탈’의 자회사이자 배터리 제조업체 ‘사프트’와 합작사를 설립해 프랑스와 독일에 각각 24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와 경쟁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금을 마련을 위해 상장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발표 당시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를 통해 모집 가능한 자금도 약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120GWh였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260GWh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증시가 좋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상장 계획을 앞당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며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하반기 IPO 대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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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티몬, 연내 상장 추진…'눈덩이 적자 어떻게?' [사진=쿠팡]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티몬이 연내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코로나 국면 속에서 이커머스 업계가 '파죽지세' 성장으로 주목받으면서 상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이 수 년간 지속된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해 불안정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도 7일(현지시간) 쿠팡 IPO가 올해 2분기 진행될 수 있으며 300억달러(약 32조67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이 최근 쿠팡이츠(배달앱),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펼치는 배경 중 하나도 IPO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티몬도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상장을 성공리에 마친 전인천 전 최고재무책임자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들 업체들에게 올해는 상장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시기로 꼽힌다.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세도 가속화된 데다가 추가적인 자금 수혈도 시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 7조1530억원을 기록한 쿠팡은 40%대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매출액이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추가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외형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성은 상장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다. 매년 적자 행진을 거듭한 쿠팡의 누적 적자규모는 2019년까지 3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적자도 6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어 그 동안 쌓인 적자만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나스닥은 성장 가능성이나 혁신성을 입증할 수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상장할 수 있지만,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인 위워크(Wework)의 경우 3조원 이상의 적자가 문제되면서 IPO가 무산되기도 했다. 티몬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티몬이 지난 2017년 상장에 실패한 까닭도 대규모 적자가 발목을 잡으면서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티몬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 지난해 월 단위 첫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40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으로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팔라졌고, 적자 폭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재평가 받는 이 시기가 IPO를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과 티몬 모두 흑자 전환까지는 최소한 1~3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수익성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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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4000만원 돌파…디지털 金 논란 재점화 [비트코인 가격 상승, 사진=빗썸 제공] 비트코인이 3000만원을 돌파한 지 11일 만에 4000만원을 돌파하면서 비트코인의 효율성에 관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데 반해 여전히 비트코인의 효용성 의심하며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1년새 약 400% 상승 7일 16시50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는 1비트코인이 전일 대비 약 8.2% 오른 413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월1일 832만원에 거래된 후 11월에는 2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27일에는 3000만원을 돌파했고 이후 11일 만에 4000만원을 뛰어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초 대비 거래 가격이 무려 380% 상승한 셈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은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가상자산으로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상 저금리가 지속되면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데, 최근 들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각국이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움직임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6일 미국의 최고 은행규제기관인 통화감독국(OCC)은 은행이 결제수단으로 공용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OCC는 미국 전체 은행업무의 70%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1200여개의 국립은행과 연방저축협회, 외국은행의 연방지점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대부분의 은행은 달러와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도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금법은 고객신원인증(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정보보호 관리 체계 확립 등의 조치를 하면 가상자산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트코인 효율성 두고 시각차 “팽팽” 이처럼 가상자산도 주류 금융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JP모건은 분석노트에서 비트코인이 ‘대체 통화’로 금과 경쟁하면서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파생상품으로 확장한 만큼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역시 충분히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비트코인이 화폐의 가치가 없으며 결국 가격 거품은 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쓸 데도 없고 효용도 없다”며 “자기실현에 의한 투기적인 상승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의해 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도 최근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교환수단과 가치저장 기능 등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며 “높은 변동성과 정부의 불법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2018년 폭등에 이어 폭락했던 과거 사례의 학습효과로 대중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2018년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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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 신용등급’ SK텔레콤 공모채, 금리밴드 하단 뚫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초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SK텔레콤이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오버부킹’ 단골손님인 만큼 총수요보다 희망금리밴드 하단보다 낮은 수준에서 얼마의 주문이 들어올지 관심이 쏠린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7일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3년(600억원)·5년(800억원)·10년(300억원)·20년(300억원)으로 구성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4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0.2~+0.2%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SK텔레콤은 A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초우량채다. 통신업 특성상 우수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수요는 늘 차고 넘쳤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속에서도 사실상 무풍지대에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발행한 20년물 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0.2%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수준의 주문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무선부문 수익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사업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유선부문은 티브로드 합병 효과가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SK텔레콤의 부문별 매출비중을 보면 무선 66%, 유선 18%, 보안 7%, 커머스 4% 등이다. SK텔레콤은 ‘탈(脫)통신’을 선언하고 종합ICT 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자회사인 ADT캡스와 SK인포섹 합병으로 융합보안 기업으로 도약,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으로 외형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통신 부문 성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다. SK텔레콤이 가진 막강한 고객 인프라와 ICT 역량, 풍부한 현금흐름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비통신 부문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지배구조 개편 속도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자사주 마법’ 활용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 명분으로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 온전한 ‘가치 제고’로 볼 수 없다. 자사주는 지주사 전환 시 의결권이 부활되면서 투자회사의 사업회사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국회에서는 자사주 마법을 막는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의무지분율 20%→30%)로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다만 개정안은 2022년 1월 이후 신규 지주사만 해당된다.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은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큰 관심거리는 아니다. 지주사 전환 후 발행 채권도 사업회사에 귀속된다. 다만 연대보증을 담당하는 지주사 역량에 따라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통신업 현금흐름이 워낙 안정적인 탓에 지배구조 개편 등은 수요예측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비통신 부문 강화와 지주전환 후 그룹 전반 지원 능력이 향상되면 조달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늘 수요가 많았던 만큼 오버부킹이나 증액발행규모 보다 희망금리밴드 하단 대비 낮은 수준에서 얼마나 주문이 들어올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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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박 행진 속 상장철회도 증가…양극화 현상 뚜렷 [사진=픽사베이 제공] 2021년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상장철회를 결심하는 기업도 늘고 있어 IPO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 도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사업이 부진하거나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어가 아닌 기업들은 경영상황이 어려워지거나 막상 상장에 성공해도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 달 만에 5개 기업 상장 철회…코로나19 쇼크에 포기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 조 단위의 대어급 공모가 대기하고 있다. 특히 공모주 청약 물량 배정 방식이 바뀌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더욱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는 개인투자자가 배정받는 공모주 물량이 최대 30%로 늘어나고, 개인 청약자 물량 가운데 50% 이상은 균등 방식으로 배정되면서 소액 청약자에게도 물량 배정이 늘어나게 된다.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IPO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IPO시장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달동안 캠시스, 패스트파이브, 에이피알, 제이에스글로벌, 애니원 등 5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캠시스는 휴대폰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회사로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6월 특수목적회사(SPC)인 캠시스글로벌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올해 상장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법인의 현지 실사가 어려워지자 상장을 보류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도 지난달 16일 상장을 철회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건물 공실률이 높아지고, 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결정이다. 특히 높은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는 임대한 건물 자산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2000%에 육박했다. 화장품 유통기업인 JS글로벌도 지난달 18일 코스닥본부에 신청했던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JS글로벌의 상장철회는 사업구조상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140여개 브랜드와 약 3000여개 SKU(운영상품수)를 중국과 아시아 권역에 유통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의 절반 수준(5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대어나 바이오주에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대어로 분류됐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모두 10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90대 1 수준에 불과했다. 대어급 IPO가 아닌 일반 IPO에는 10분의 1 수준의 투자자들이 몰린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는 SK바이오팜을 필두로 공모주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묻지마' 장세가 지속됐지만 하반기부터는 기업의 성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무조건적인 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잠재 가치를 확인하는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