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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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사진=서초구청 제공] “10년간 주택공급을 틀어막은 전임시장과 문재인정부의 땜질식 오판이 부동산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도 서울시도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불공정하고 무능한 정부와 서울시를 국민이 분명 심판할 겁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정부의 6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안에 대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올리고, 늘어난 세금 중에서 6억 이하 주택만 찔끔 깎아주겠다고 한다"면서 "'세금 폭탄'이라는 병을 먼저 주고, 약을 준답시고 생색만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서초구의 경우 정부안대로하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세 세입이 14억 정도 줄어든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6억 이하 주택이 더 줄어들고, 1주택자를 선별하면 실제 감경 혜택은 아주 미미하다는 게 조 구청장의 주장이다. 지난 3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이 6억원과 9억원 사이인 주택을 가진 중산층이 서울에만 28만3천 가구가 있는데, 정부가 지난 1주일간 이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것”이라며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또 다른 부동산정치"라고 정부 안을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그 동안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에는 능수능란, 전광석화였지만, 세금을 감경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완행열차였다“면서 ”그리고는 엎질러진 물 담듯이 '표'를 의식해서 '세금 정치'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존중도, 설득 과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구청장, “불공정‧무능한 文정부, 국민 심판 받을 것”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강한 반대에도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올해 재산세를 감경하는 조례를 지난달 23일 공포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재산세 감면을 강행한 것이다. 재산세를 '징벌적 과세'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조 구청장의 ‘뚝심’은 서초구민은 물론 국민 여론을 움직였고, 집값 급등과 전월세난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당정도 결국 1주택자 재산세 감면안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재산세 인하안이 선거용이 아니라, 서민 위한 정책이라는 진정성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며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안에 대한 협조 거부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중단할 것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른 후가 아니라 올해분 재산세를 환급해 줄 것 △내년에 공시가격을 올리는 것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는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에 대해 “재산세 감경에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데, 도대체 서울시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짓밟고,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박 전 시장 때 청년수당 문제로 보건복지부가 재의요구를 하자 대법원제소까지 했는데, 서울시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고, 구청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 아닌가? 이건 말 그대로 서울시의 ‘내로남불’이다"고 일갈했다. ◆“10년간 정체된 서울, 활력 필요…세계적인 메가시티로 경쟁력 갖춰야” 그는 서울시 첫 여성부시장에서 재선 구청장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서울시 행정에 참여해왔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심각하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도전 의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야당 출신 구청장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기준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군은 비교적 참신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제시하면서부터다. 조 구청장은 “지난 10년간 시정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서울이 안고 있는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민들의 행복, 서울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조은희에게 맡기면 야무지게 잘할 수 있다'고 후보군으로 거론해주시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서울시장은 오직 1000만 시민의 편안한 삶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만 전념하는 분이어야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대선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10년간 서울은 너무 정체됐습니다. 이제는 활력이 필요해요. 돌아가신 전임 시장께서 서울시 곳곳에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쓰신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정책이나 ‘디자인서울’ 같은 정책을 모두 급하게 뒤집어 버렸어요. 그러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요. 이제 서울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삶과, 서울의 큰 그림이 함께 가야 서울이 매력적이고 세계적인 메가시티가 되는 거죠.” 조 구청장은 강남‧북 균형발전도 이러한 비전속에서 추진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종로에 평창동이 있고, 강남에도 구룡마을이 있다. 강남과 강북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갈라치기는 순전히 정치권의 표계산 때문”이라며 “서울은 25개 다양한 중소 도시들이 다핵구조로 연결된 인구 천만의 메가시티다.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교육,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서 특성화 시키고, 하나의 서울로 통합돼 ‘함께 성장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수락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죄다 아파트들이 들어서있어요. 서울 도심은 저밀도 공동화, 외곽은 고밀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습니다. 동대문, 도봉구 같은 베드타운 지역에 기업이 들어가야 상권이 생기고, 교육‧문화인프라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도시 활력도 생기죠.” 또 한강변 오래된 아파트의 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을 풀어 재건축을 허용하면 새로운 수변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민간 주도 재건축을 허용해주고 이에 따른 초과이익을 환수해 다른 지역 개발에 사용토록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사진=서초구청 제공]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F'…“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 풀어야” = 조 구청장은 서울시 주택 공급 대책으로 서초구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를 입체화(지하화)시킨 뒤 이곳에 아파트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남대교 남단부터 양재IC까지 총 6.8㎞구간을 2층 복층 터널로 지하화해 만성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한편, 지상공간에는 친환경 도심공원과 아파트 1만5000호를 지어 '청년 내집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소유인 시설 녹지에 건축비만 들이면 평당 500만원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를 임대주택으로 주지 않고 청년들이나 다자녀 가정에 분양해 내 집을 마련하게 해주자는 거죠. 가령 4억원에 분양해도 20%만 내면, 나머지는 30년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면 ‘영끌’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자연히 줄어들겠죠.” 아울러 한남대교에서 양재IC 주변의 R&D 혁신거점을 거쳐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어지는 ‘한ㆍ양ㆍ판 AI밸리’도 만들어 4차 산업 시대에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제공할 핵심축을 삼을 계획이다. 또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약 11km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하는 경부선 철도 입체화 사업을 추진해 이곳 지상에도 공원·주택공급을 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만성적인 교통, 주택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태릉골프장‧용산 부지, 국립외교원 등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부 정책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용산·태릉·마포·강남은 서울의 미래를 담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용산은 국제업무지구인데 그곳 절반을 아파트로 채우면 국제업무지구는 반쪽이 됩니다. 전임 시장도 용산‧여의도 개발을 내세웠다가 정부 눈치에 결국 접지 않았습니까?” ◆리더, 이해관계 안 따지는 원칙‧소신 중요 조 구청장의 명함에는 ‘엄마 행정’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빨간색 에이프런을 두른 조 구청장이 열심히 뛰어가는 캐리컬쳐도 눈길을 끈다.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정치인은 ‘무티(독일어로 엄마를 지칭) 리더십’으로 불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 총리가 가진 리더십으로 통합과 포용, 원칙, 겸손을 꼽았다. 그는 “이해관계를 안 따지는 원칙을 가진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청 앞 인도를 무단 점거한 윤석열 검찰총장 격려화환들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수단체에 2차례나 보낸 것도 이러한 원칙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이냐’며 보수진영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성 문자가 쇄도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저는 법과 원칙은 공정해야 한다고 봐요. 내편은 잘 봐주고 상대편은 가혹하고 이러면 차별적 법치주의이자 그런 불공정이 포퓰리즘 아니겠어요?” ..................................................................................................... ▣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프로필 △1961년 경상북도 청송 △경북여고졸업‧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서울대 대학원 국문학 석사‧단국대학교 행정학 박사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우먼타임스 편집국장△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세종대 행정학과초빙교수△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1급)△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차관급)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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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서울시장은 대선 디딤돌 아냐…출마 심각하게 고민"
[사진=서초구청 제공] “10년간 주택공급을 틀어막은 전임시장과 문재인 정부의 땜질식 오판이 부동산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도 서울시도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불공정하고 무능한 정부와 서울시를 국민이 분명 심판할 겁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정부의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안에 대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올리고, 늘어난 세금 중에서 6억원 이하 주택만 찔끔 깎아주겠다고 한다"면서 "'세금 폭탄'이라는 병을 먼저 주고, 약을 준답시고 생색만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서초구의 경우 정부안대로 하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세 세입이 14억원 정도 줄어든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6억원 이하 주택이 더 줄어들고, 1주택자를 선별하면 실제 감경 혜택은 아주 미미하다는 게 조 구청장의 주장이다. 지난 3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이 6억원과 9억원 사이인 주택을 가진 중산층이 서울에만 28만3000가구가 있는데, 정부가 지난 1주일간 이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것”이라며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또 다른 부동산정치"라고 정부 안을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그동안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에는 능수능란, 전광석화였지만, 세금을 감경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완행열차였다“면서 ”그리고는 엎질러진 물을 담듯이 '표'를 의식해서 '세금 정치'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존중도, 설득 과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구청장, “불공정‧무능한 文 정부, 국민 심판 받을 것”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강한 반대에도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올해 재산세를 감경하는 조례를 지난달 23일 공포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재산세 감면을 강행한 것이다. 재산세를 '징벌적 과세'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조 구청장의 ‘뚝심’은 서초구민은 물론 국민 여론을 움직였고, 집값 급등과 전월세난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당정도 결국 1주택자 재산세 감면안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재산세 인하안이 선거용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진정성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며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안에 대한 협조 거부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중단할 것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른 후가 아니라 올해분 재산세를 환급해 줄 것 △내년에 공시가격을 올리는 것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는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에 대해 “재산세 감경에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데, 도대체 서울시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짓밟고,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박 전 시장 때 청년수당 문제로 보건복지부가 재의요구를 하자 대법원제소까지 했는데, 서울시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고, 구청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 아닌가? 이건 말 그대로 서울시의 ‘내로남불’이다"라고 일갈했다. 조 구청장은 "최선을 다해 서울시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밝힐 계획"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 서초구가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신청을 받아서 올해 분 재산세 감경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정체된 서울, 활력 필요…세계적인 메가시티로 경쟁력 갖춰야” 그는 서울시 첫 여성부시장에서 재선 구청장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서울시 행정에 참여해왔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심각하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도전 의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야당 출신 구청장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기준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군은 비교적 참신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제시하면서부터다. 조 구청장은 “지난 10년간 시정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서울이 안고 있는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민들의 행복, 서울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조은희에게 맡기면 야무지게 잘할 수 있다'고 후보군으로 거론해주시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서울시장은 오직 1000만 시민의 편안한 삶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만 전념하는 분이어야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대선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차기 서울 시장의 재임기간이 14개월밖에 안되는 만큼, 빠르게 시정을 장악할 경험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경륜과 지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서울은 너무 정체됐습니다. 이제는 활력이 필요해요. 돌아가신 전임 시장께서 서울시 곳곳에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쓰신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정책이나 ‘디자인서울’ 같은 정책을 모두 급하게 뒤집어 버렸어요. 그러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요. 이제 서울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삶과, 서울의 큰 그림이 함께 가야 서울이 매력적이고 세계적인 메가시티가 되는 거죠.” 조 구청장은 강남‧북 균형발전도 이러한 비전 속에서 추진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종로에 평창동이 있고, 강남에도 구룡마을이 있다. 강남과 강북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갈라치기는 순전히 정치권의 표계산 때문”이라며 “서울은 25개 다양한 중소 도시들이 다핵구조로 연결된 인구 천만의 메가시티다.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교육,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서 특성화시키고, 하나의 서울로 통합돼 ‘함께 성장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수락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죄다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요. 서울 도심은 저밀도 공동화, 외곽은 고밀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습니다. 동대문, 도봉구 같은 베드타운 지역에 기업이 들어가야 상권이 생기고, 교육‧문화인프라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도시 활력도 생기죠.” 또 한강변 오래된 아파트의 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을 풀어 재건축을 허용하면 새로운 수변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민간 주도 재건축을 허용해주고 이에 따른 초과이익을 환수해 다른 지역 개발에 사용토록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태릉골프장‧용산 부지, 국립외교원 등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부 정책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용산·태릉·마포·강남은 서울의 미래를 담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용산은 국제업무지구인데 그곳 절반을 아파트로 채우면 국제업무지구는 반쪽이 됩니다. 전임 시장도 용산‧여의도 개발을 내세웠다가 정부 눈치에 결국 접지 않았습니까?” 조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정치적 표’ 계산으로 뒤틀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 세금 폭탄, 전세대란을 불러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서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임대차3법이 부른 전월세 대란을 꼽았다. "불과 3일 만에 졸속으로 처리한 임대차3법으로 석달 만에 서울 전셋값이 지난 2년치만큼 폭등했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마저 전세난민이 돼서, 위로금 명목으로 뒷돈 찔러 주고 세입자를 내보내야 했을 정도니 일반 국민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금은 과도기이며 서민 불편을 덜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잘못은 슬쩍 가리고, 국민의 고통을 변화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밀어붙이니 정말 몰염치하고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사진=서초구청 제공]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F'…“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 풀어야” 조 구청장은 서울시 주택 공급 대책으로 서초구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를 입체화(지하화)시킨 뒤 이곳에 아파트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남대교 남단부터 양재IC까지 총 6.8㎞구간을 2층 복층 터널로 지하화해 만성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한편, 지상공간에는 친환경 도심공원과 아파트 1만5000호를 지어 '청년 내집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소유인 시설 녹지에 건축비만 들이면 평당 500만원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를 임대주택으로 주지 않고 청년들이나 다자녀 가정에 분양해 내 집을 마련하게 해주자는 거죠. 가령 4억원에 분양해도 20%만 내면, 나머지는 30년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면 ‘영끌’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자연히 줄어들겠죠.” 아울러 한남대교에서 양재IC 주변의 R&D 혁신거점을 거쳐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어지는 ‘한·양·판 AI밸리’도 만들어 4차 산업 시대에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제공할 핵심축을 삼을 계획이다. 또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약 11㎞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하는 경부선 철도 입체화 사업을 추진해 이곳 지상에도 공원·주택공급을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양대에서 잠실, 신도림에서 신림까지 전철2호선 지상구간 18㎞를 지하화해서 생활권을 연결시키는 구상도 갖고 있다. 2호선 주변에는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큰데다 동부간선도로의 경우도 월계에서 삼성역까지 약 10㎞를 지하화하면 중랑천을 양재천 못지않은 생태하천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의 만성적인 교통, 주택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조 구청장은 이러한 도심 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서울균형발전기금’을 구상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남은 재원을 기금화해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균형발전기금’은 서울 자치구의 공공기여금을 모아 어디 살든 서울시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똑같은 혜택을 받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강남 3구뿐 아니라 강북·마포 등을 개발해서 나오는 공공기여금을 모두 기금화해 그 일부를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에 사용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합니다." ◆리더, 이해관계 안 따지는 원칙‧소신 중요 조 구청장의 명함에는 ‘엄마 행정’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빨간색 에이프런을 두른 조 구청장이 열심히 뛰어가는 캐리커처도 눈길을 끈다.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정치인은 ‘무티(독일어로 엄마를 지칭) 리더십’으로 불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 총리가 가진 리더십으로 통합과 포용, 원칙, 겸손을 꼽았다. 그는 “이해관계를 안 따지는 원칙을 가진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청 앞 인도를 무단 점거한 윤석열 검찰총장 격려화환들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수단체에 2차례나 보낸 것도 이러한 원칙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이냐’며 보수진영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성 문자가 쇄도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저는 법과 원칙은 공정해야 한다고 봐요. 내편은 잘 봐주고 상대편은 가혹하고 이러면 차별적 법치주의이자 그런 불공정이 포퓰리즘 아니겠어요?” ▣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프로필 △1961년 경상북도 청송 △경북여고졸업‧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서울대 대학원 국문학 석사‧단국대학교 행정학 박사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우먼타임스 편집국장△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세종대 행정학과초빙교수△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1급)△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차관급)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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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코로나진단키트 승인ㆍ램시마SC 효과 입증…하반기 실적↑
[코로나 항원진단키트 '샘피뉴트'. 사진=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로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한 데 이어 '램시마SC' 임상 3상 결과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효과'가 입증돼 올 하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증권은 27일 셀트리온에 대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되는 3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4652억원, 영업이익 19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 86.3%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컨센서스와 유사한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 7월 램시마SC가 유럽에서 IBD(염증성 장질환)적응증을 획득하며 기존 류머티즘 관절염 이외에도 IBD에 대한 추가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램시마SC 매출확대와 미국 트룩시마 점유율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이 예상되고 테바향 물량 대부분이 3, 4분기 중으로 인식돼 성장성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가 현재 2, 3상을 진행 중에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2상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다면 긴급승인사용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르면 2021년초에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발표…10조 규모 신규시장 개척 셀트리온은 지난 24일부터 온라인으로 열린 '2020 아시아태평양 류마티스 학회'(APLAR)에서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SC'와 관련해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 임상 3상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43명을 대상으로 30주 동안 램시마 정맥주사(IV) 제형과 피하주사(SC)제형을 각각 투입한 뒤 54주까지 격주로 램시마SC를 전체 투여한 결과, 항체 반응이 의미있는 지표임을 확인했고 제형에 따른 면역원성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램시마SC 임상 3상 결과를 구연 발표한 유대현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교수는 "램시마SC를 처방한 환자군의 약물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한 결과 기존 램시마와 비교해 비열등성을 확인했다"며 "램시마SC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편의성이 높은 치료 수단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램시마SC는 지난해 11월 류마티스 관절염(RA) 적응증으로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고 올해 초 유럽시장에 본격 출시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램시마 정맥주사 제형의 빠른 투약 효과와 함께 피하주사 제형의 편리성을 결합시킨 램시마SC가 전 세계 55조원 규모의 TNF-α(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약 10조원 규모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램시마SC] ◇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 승인도 앞서 셀트리온은 전날인 26일 코로나19 신속진단 항원키트인 '샘피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샘피뉴트는 국내 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비비비와 셀트리온이 공동 개발해 지난 7월 출시한 제품이다. 현재 미국에서 항원진단키트로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은 샘피뉴트를 포함해 총 7개로, 미국·영국 기업을 제외하면 셀트리온 제품이 유일하다. 이번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기점으로 셀트리온은 재택근무 후 직원들의 근무 복귀를 앞두고 있는 대형 기업체와 정부기관 위주로 신속진단 항원키트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 현지 전문 도매상을 통해 미 전역에 샘피뉴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코로나19 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198억달러(약 22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직장, 학교, 기관에서 신속진단 항원키트의 수요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샘피뉴트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 내 코로나19 방역 효과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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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정의선 중심으로 가까워진 총수 거리…"뭉쳐야 산다"
[사진=아주경제DB]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4대 그룹 총수 간 거리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실물경제에 침투해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위기 속에서 ‘협력’이 절실해진 것이다. 위기 속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간 협력은 이종 업종은 물론 라이벌 그룹·기업도 넘나든다. 또한 노사 문제도 서로 양보하는 개선된 협력관계를 보여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막지 못한 총수 회동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던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평상시에도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총수들이 강화된 거리두기 속에서도 비공식 회동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들 4대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 이후 8개월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전망이 악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힘을 모으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도 4대 그룹 총수들은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차례차례 회동을 가져 화제가 됐다. 상반기 내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졌지만 이보다 우선순위에 오른 것은 협력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정의선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 사업장에서 만난 데 이어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각각 6월과 7월 정 부회장을 공식 초대해 회동을 가졌다. 특히 재계 1, 2위 그룹을 이끄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총수가 만난 목적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현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아직 공식적인 사업협력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 도요타자동차-파나소닉 연합에 이어 삼성-현대차 사업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5월에 이어 7월 다시 한 번 이 부회장을 만나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 ◆“AI, 개별 기업 수준으론 안 된다”…필사적 결합 배터리 분야에서 한 차례 협력을 모색한 이들 그룹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카카오 등 각 영역 1위 기업들이 AI 협력을 위해 손을 잡은 데 맞서 KT·LG전자·LG유플러스 등도 ‘AI 원팀’으로 뭉쳤다. 단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플랫폼 수준으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결코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초협력을 하지 않으면 두 회사 모두 플레이어가 아닌 사용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고 협력 취지를 밝혔다. 후발 연합체인 AI원팀은 올 초부터 분주하게 세를 불려가고 있다. KT와 LG 외에도 현대중공업, 동원그룹, 한국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산학연에 걸쳐 연합군이 형성됐다. 여러 산업군이 한 데 모인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로봇, 스마트가전, 스마트선박, 물류, 식품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I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위기 타파 위한 협력에 노사가 따로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에 노조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이 반복되는 강성노조였다. 하지만 올해 파업 없이 임단협에 합의했다. 정 부회장이 준비하는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노사가 힘을 합친 것이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던 삼성도 올해 기조를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더"이상 무노조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7월 ‘울산CLX 행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울산CLX 행복협의회는 현장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조직이다.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 의지에 노조가 화답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을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선임했다. 대기업으로 향한 첫 진보정당 출신 자문위원이다. 추 위원의 LG행은 ㈜LG 최고 경영자 층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추 위원을 선임한 것은 결국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노사간 원만한 협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 위원은 피감기관에 취업했다는 이해충돌 문제로 인해 사퇴했다.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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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막스 베버가 문재인 대통령에 묻다
정도전(좌), 막스 베버(우)[사진=국사편찬위원회(우리역사넷) 등] #. "명군(明君)만 나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새 왕조 조선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1342~1398). 그의 삶은 굳이 역서를 탐독하지 않아도 낯설지 않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 500년'이 그렇다. 정권교체 때마다 삼봉을 소재로 드라마가 쏟아졌다. 그가 말한 '민본(民本)'을 향한 목마른 기대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개국한 후 개경을 버리고 한양 천도를 주도했다. 경복궁과 도성 자리도 정했다. 서울 곳곳엔 그의 손때가 묻은 지명과 상징물이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을 맞고 있다. 왕조시대가 끝나고 근대를 지나 현대, 이젠 인공지능(AI)의 초시대가 온다는 지금도 말이다. "똑똑한 명군(明君)이 태평성대를 이룰 수도 있지만, 멍청한 암군(暗君)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역사가는 절대군주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하고 입헌군주제(재상총재제)로의 대안을 제시한 정도전의 통찰력에 감탄한다. 절대군주를 폐지한 서양의 시민혁명은 영국(1688년)과 미국(1776년)을 거쳐 프랑스(1789년)에 완성됐다. 조선이 1392년에 개국했으니, 실현하진 못했으나 300~400년은 족히 앞선 선견지명이다. 정도전의 문제의식은 그가 고려말 유배 생활을 하면서 백성의 삶을 직접 목격한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민본'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그의 사상은 백성의 현실 삶에 발 딛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도대체 국민의 삶이 어떤지 현장에서 제대로 보고 대안을 만드는 재상(정치인과 행정관료)들은 어디 있소." 정도전에게 '민본'과 '재상총재제'의 영감을 줬다는 한 농부의 '국가 안위와 민생의 안락·근심에 뜻을 두지 않으면서 녹봉만 축내는 관리들'에 관한 일갈은 2020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자기 부정'을 통해 명예를 얻는 근대의 관료 522년의 세월이 흘러 독일인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관료의 상(像)을 새로 정리했다. 사회발전의 결과다.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형성된 근대 국가에선 직접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행정관료가 분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베버의 눈에 근대국가는 공적 법인체다. 특정한 영토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을 지배수단으로 독점하는 데 성공한 세력(지배조직)이다. 정당 지도자들은 충성한 대가로 국가기관의 관직을 보상으로 받는다. 전리품이다. 그래서 정당 간의 모든 투쟁은 관직 수여권을 위한 투쟁이다. 자신을 지지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 정권을 재창출하고 관직 수여권을 지키는 것을 정당 정치의 본질로 봤다. 근대 관료층은 장기간 예비교육을 통해 전문적 훈련을 받은 고급 정신 노동자로 정의했다. 청렴성과 신분적 명예심을 고도로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관료는 분노나 편견 없이 직무를 수행하고(정치적 중립성), 자기가 보기엔 잘못된 명령이더라도 자기 신념에 일치하는 듯이 수행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베버는 이런 '도덕적 자기 통제'와 '자기 부정'을 관료로서 명예를 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2018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소득주도성장 비판, 2019년부터 최근까지 윤석렬 검찰총장의 검찰 개혁 갈등, 2020년 최재형 감사원장의 탈원전 감사 논란 등은 관료로서 직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 당파성, 투쟁, 분노와 편견 등은 정치가의 본령(本領)이지, 관료의 덕목이나 명예가 아니어서 그렇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최 원장과 윤 총장을 가리켜 "간간이 직분에서 벗어난다.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베버의 말대로 정치인 이낙연 의원의 눈엔 이들이 관료 직분에서 일탈해 정치인 행세를 했다는 얘기다. #. 개발연대의 숨은 영웅, 고시 패스한 대한민국 행정관료 우리나라에서 관료는 애증이 공존하는 존재다.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난 기쁨도 잠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은 것이 공무원이다. 친일 청산을 할 겨를도 없이, 그나마 행정을 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혀 국가 재건의 주도 세력으로 복권된 그들이다.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권력을 거머쥔 군인들도 자신들의 정책을 힘있게 밀고 가기 위해 그들이 필요했다. 현재의 우리들은 그렇게 정책 실행력을 담보한 그 시절 관료들이 '그림자 정치'를 했다고 표현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스른 권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원죄를 사(赦) 받고, 일심동체로 국가 재건에 나섰다. 물론 떡고물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관치(官治)는 공고해졌다. 행정 부문에선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의해 하향적으로 처리되는 일이 심해졌다. 독재정권이라는 말도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국민이 그들 자신에 의해 또는 그들이 선출한 기관에 의해, 상향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영국식 자치행정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금융 부문에선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하면서 관치금융이 뿌리내렸다. 1982년 ‘금융기관 임시 조치법’을 폐지(1982년)해 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졌으나, 감독권을 통해 여전히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의 특수한 조건에서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방식을 표현한 관치. 우리나라에선 임용 자격을 결정하는 고시(考試)를 통과한 엘리트 집단이 정통성이 부족한 정치 집단과의 동거를 통해 권력을 분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진화했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개국 500여 년이 흐른 뒤 개창자 정도전이 대한민국으로 소환됐다. 대한민국 행정관료들에게 여전히 구전(口傳)하는, 자신들의 탄생 비밀을 간직한 존재론적 해석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과 함께. #. "당신들이 5년마다 뽑는 대통령은 언제나 명군입니까?" 우리는 일제 강점을 계기로 타의에 의해 근대로 들어섰다. 잔혹한 수탈이 이어지고 자본을 축적할 기회는 박탈당했다. 좌우 논쟁과 분단을 비롯한 정치 혼란으로 허송세월하고, 군인들에 의한 국가 주도 경제 재건 시기만 30년을 겪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금리자유화는 1991년 11월부터 시작해 1997년 7월 4단계 자유화를 끝으로 형식적이나마 이뤄졌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에 편입되자마자 바로 국제 투기자본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다.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세월은 흘러 흘러 이젠 진보정권이라고 말하는 정치 세력의 집권도 몇 차례 이뤄졌다. 봉건 절대군주의 취약점을 보완하려 관료를 중심에 둔 정도전과 근대 정당정치의 민낯을 고찰하면서 영혼 없는 관료를 말한 막스 베버의 관료 상(像)은 극명하게 갈린다. 동서양, 그리고 시대의 차이는 있겠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관료는 정도전과 막스 베버가 정의한 역할의 중간쯤에 있는 듯하다. 국가 주도의 경제 재건과 맞물리면서 그들의 역할도 '그림자 정치'로 진화했다. 그리고 현재 여당은 그런 그들이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정권의 국정과제를 흔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버의 생각을 따르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윤석렬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같은 분은 공직 수장에 오르지 못한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권력을 쟁취했으니, 지금 당장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정부는 행정부처 수장들을 정치인과 정권의 핵심 브레인으로 모두 채우지 않았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도 그렇게 한 적은 없다. 아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이유는 잘 몰라도 분명한 건 필요하니까 그랬을 것이다. 522년이라는 세월의 차를 두고 꼭 56년만 똑같이 이 세상에서 살다간 정도전과 막스 베버가 대한민국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당신들이 5년마다 뽑는 대통령은 언제나 명군(明君) 입니까?" "문 대통령님, 당신에게 전문 행정관료들은 어떤 존재입니까?"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