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승자의 저주'로 기울어지는 HDC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4-09 04:05:00

글로벌-국내 상황 현저히 달라...정부 지원효과 크지 않을 것

HDC,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사진 = 아시아나항공 제공 ]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주춤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자금조달 등에도 문제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 경쟁력에도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실 투자 관련 문제도 발생하면서 신용등급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와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으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또 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업은 유독 경쟁이 심해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항공업은 FSC(대형항공사)와 다수의 LCC(저비용항공사)가 있다”며 “FSC와 LCC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 과연 매력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업은 글로벌 경제 동향, 환율, 유가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 부채비율을 개선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 2015년 5조5407억원에서 지난해 6조965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4조9314억원에서 6조6887억원으로 증가했다.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매출총이익 급감은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86.7%다.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로 진입한 상황에서 현금성자산은 1942억원에 불과하다. 12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다.

물론 HDC그룹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유동성 해소 이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이유는 이동제한뿐만 아니라 공급과잉 여파도 있다. 규제 산업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사실상 진입장벽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공급과잉 산업에서 가장 먼저 단행하는 조치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만약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도 완화되면 정부 지원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친 미국과 일본 등 항공업계와 달리 국내 항공산업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국내 항공업계는 정부 지원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드는 것은 막대한 자금유출을 초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항공업계와 국내 항공업계를 동일시하고 판단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조달 창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최근 대한항공이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ABS로 최근 10년간 항공사들의 주력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번 대한항공의 ABS 발행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약 15개 증권사들이 총액인수 방식으로 사들인 것이다. 리테일을 통해 시장에 팔아야 하지만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항공업에 투자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HDC그룹이 인수에 나서면서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지만 막대한 부채를 오버롤 할 수 있을 정도의 우량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HDC그룹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부여받았다. 건설사 특성상 신용도가 낮아지면 다방면에서 자금문제가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현 상황이 지속되고 HDC그룹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또 다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HDC그룹 덕에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ABS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리스와 최근 라임자산운용 관련 투자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신용등급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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