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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CB 발행’ 현대로템, 그룹 지원 업고 투심 잡을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4-21 03:07:00

생소한 발행사 조기상환청구권...등급 추가 강등 저지 안간힘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창사 이래 첫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자금조달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이 붙으면서 빠르게 자본을 확충하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그만큼 현대로템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콜옵션 탓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원 등을 감안하면 안정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오는 6월 17일 24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만기는 3년이며 표면금리는 1%, 만기보장수익률은 3.7%다. 전환가액은 9750원이다.

현대로템이 CB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 2014년부터 공모시장을 통해 채권을 발행해 온 가운데 작년 말에는 신종자본증권(1510억원)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2018년 196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적자(2799억원) 폭이 더욱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2017년 180.7%에서 2019년 362.6%로 급격히 치솟으면서 재무구조개선이 필요해진 것이다.
 

[현대로템 영업이익 추이.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부채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안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현대로템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단계 강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조달시장이 다소 경색되면서 공모채 발행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공모시장이 비우량채(A급 이하)에 대해 경계심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흥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지만 이 또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CB는 채권과 주식 형태가 복합된 투자상품이다. 통상 투자자가 전환청구기간에 행사가를 넘어서면 그 차익만큼 이익을 가져가거나 행사하지 않고 이자만 받기도 한다. 주가가 부진하면 전환가액을 낮추기도 한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옵션)을 갖고 있는 만큼 회사채 대비 이자율은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경영구조가 개선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CB만큼 좋은 상품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기상환청구권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로템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발행사(현대로템)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조기상환청구기간(2020년 7월 17일~2023년 5월 17일) 개시 이후 연속 15거래일간 현대로템 주가가 전환가액의 140%를 초과해야 한다. 현대로템 주가가 1만3650원(9750원*1.4배) 이상 15일 동안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을 넘는 차익을 ‘무한대’로 즐길 수 없는 셈이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현대로템 주가는 1만3950원이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현대로템 주가는 9000원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반등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투자자들은 전환권을 행사할 유인이 커진다. 그렇지 않으면 만기수익률(연 3.7%)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현대로템은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CB 발행조건은 현재 현대로템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실적 회복 시기가 묘연한 가운데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어려움, 시급한 재무구조개선 등이 함축돼 있는 것이다.
 

[현대로템 부채비율 추이.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로템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전망은 ‘안정적’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매출원가율이 100%를 넘어서고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단기차입금 상환 등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장기물(3년 만기)인 CB로 자금을 확보하는 격”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추가 신용등급도 막으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철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해외 부문에서 공사 지연 등이 지속되고 있어 펀더멘탈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하락한다면 CB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현대로템이 발행하는 CB는 구주주에게 우선 청약권이 있다. 현대로템 최대주주는 현대차로 43.3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가 지원 관련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는지 여부에 따라 청약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만큼 현대로템 자체에 단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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