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르포] '100만원 인상 D-1' 샤넬 대기줄 서보니…4시간 기다려 입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현미·강지수 기자
2020-05-13 21:50:07

14일 가격 인상 소식에 아침부터 긴 줄 만들어져

첫 입장객 새벽4시부터 대기...인기 제품 금세 동나

1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사람들이 샤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강지수 기자]

"클래식과 보이 라인은 블랙은 다 나가고 다른 컬러만 남았습니다."

1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건물 반 바퀴 정도를 채웠다. 다음날인 14일 샤넬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몰려든 것이다. 혼수와 재판매(리세일링), 선물 등 이유는 다양했다. '샤테크(샤넬+재테크)'족도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비껴간 듯한 모습이었다.
 
대기자 상당수는 클래식·보이 라인 블랙 제품을 찾았다. 샤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오전 9시부터 기다렸다는 A씨는 "얼마 전부터 샤넬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찾는 물건이 없어 매번 발길을 돌렸다"면서 "2~3일 전부터 인기 라인 물량이 많이 풀리고 있어서 왔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자 그동안 입고 되지 않았던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샤넬 측은 최근 풀린 물량이 얼마인지는 답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늘은 주요 제품 입고가 없습니다." 오전 10시경 샤넬 직원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직원은 이어 "클래식과 보이라인은 블랙은 다 나가고 컬러만 남아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상품 입고는 당일 아침에 결정되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없다"고 했다.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직원에게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이건 남아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없다는데 어떡하냐. 계속 기다려?"라고 통화하는 대기자도 있었다. 일부는 찾는 제품이 없다는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 이탈자가 생기자 10시 15분쯤 겨우 앞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샤넬 직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니 한 걸음씩만 뒤로 서 주세요"라면서 바짝 붙어선 사람들 사이 간격을 조금이라도 띄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대기 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매장 앞에 서 있다. [사진=강지수 기자]

 
오전 10시 30분, 매장 입장이 시작됐다. 첫 번째로 입장한 B씨는 새벽 4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B씨는 "어제는 오전 9시에 도착해 대기번호 50번을 받았는데 오후로 넘어가서 들어가지도 못했다"면서 "오늘은 출근 전에 매장에 들릴 수 있게 다 포기하고 왔다"고 했다.

오전 11시쯤 매장 외부로 나온 B씨에게 원하는 제품을 샀냐고 묻자 "오늘 풀린 물량이 없어서 못 샀다"고 말했다. 일찍 왔는데 허무하지 않냐고 하자 "그렇지 않다"며 "샤넬은 평소에도 특정 제품이 입고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줄을 서서 사는 경우가 많아 (이번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고 말하며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오전 11시 샤넬 대기번호를 받았다. 이로부터 4시간 뒤 입장 안내 연락이 왔다. [사진=강지수 기자]


오전 9시 4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기자는 오전 10시 50분경 매장 내부에서 대기순서 92번을 받았다. 아이패드에 휴대번호와 이름을 적자 샤넬에서 대기예약이 등록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직원이 말한 예상 대기시간은 세 시간 반. 직원은 "보시다시피 대기하는 분이 워낙 많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매장 내부에 몇몇 팀만 입장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표를 받은 사람들은 한동안 샤넬 매장 앞을 떠나지 않았다. 찾는 제품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부티크 경험이 곧 준비될 예정입니다. 부티크 방문 준비 부탁드립니다." 약 4시간이 지난 2시 55분쯤 카카오톡에 차례가 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문자를 받고 5분 안에 가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기 때문에 바삐 움직였다.

오후 3시에 들어간 매장. 이미 4~5팀이 있었다. 클래식·보이 라인 중 남아있는 건 '클래식백 라지 사이즈 은장' 하나뿐이었다. 가격은 700만원대 후반. 한 손님에게 "요즘 클래식백 인기가 너무 많아서 정말 운이 좋아야 건질 수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직원 목소리도 들려 왔다. 오랜 대기 끝에 손에 쥔 제품이 든 검은색 샤넬 쇼핑백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샤넬 클래식 백. [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제공]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은 지난 8일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본사가 있는 프랑스 등 해외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나라 가격도 인상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샤넬은 공식 홈페이지에 기존에 있던 가격을 빼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불과 7개월 만이다. 샤넬은 지난해 10월에도 인기 가방 가격을 100만원가량 올렸다.

각종 명품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르기 전 가격에 샤넬을 사는 게 재테크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여파로 8일부터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대기번호를 주지 않아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해외 인상률을 반영할 때 '클래식 미디어 플랩 백'은 약 100만원(14.6%) 오른 819만원, '미니 플랩 백'은 367만원에서 468만원으로 27.4%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샤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관계자는 "내일(14일)부터 가격 조정이 있다"고 인상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인상 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최근 가격 인상 소식을 전한 브랜드는 샤넬뿐이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명품 수요가 늘자 루이비통과 티파니, 셀린 등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은 1년 만에 세 번째 조정이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이달 초에도 가격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핸드백은 5~6%, 의류 10%까지 올랐다. 티파니도 11% 가까운 인상을 단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거나 인기 제품이 들어오면 명품 브랜드 매장에 사람이 몰리는 일이 자주 있다"면서도 "이를 고려하더라도 며칠 사이 샤넬 대기자 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보다는 가격 인상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샤넬 현상은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보복 소비와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에서 샤넬을 사려던 고객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전통적인 혼수 구매철이 겹치면서 수요가 더욱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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