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둘째에 지분 넘긴 한국타이어…롯데가 될까 아모레가 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7-01 03:07:0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둘째 조현범 최대주주로

삼성·현대·롯데·동아쏘시오, 동생 승계 중 분쟁

아모레·동원, 잡음 없이 차남이 모태기업 승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4월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후계자로 급부상하면서 재벌가 후계 구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조 사장은 26일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 전량(23.59%)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 기존 지분 19.31%를 합쳐 42.9%로 최대주주가 된다.

그의 지분은 이전까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 사장은 그룹 최고운영책임자·사장(COO)와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을 맡았다. 조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 주력하며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그동안 몇몇 기업에서 형을 제치고 동생을 후계자로 내세웠다. 동생을 후계자로 내세운 많은 기업에서 치열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큰 탈 없이 승계가 이어질 기업도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형제간 분쟁이 시작될지, 아니면 부친 뜻에 따른 형의 양보로 평화적인 승계로 마무리할지가 관심을 끈다

◆ 2·3세 승계 ‘비운의 황태자’ 생겨

장자 승계를 택하지 않은 재벌가는 삼성과 롯데, 현대와 동아쏘시오그룹 등이 유명하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장남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다. 그는 경영권 승계 도중 아버지와 갈등하며 셋째 이건희 회장에게 밀려났다. 이후 제일비료를 세워 재기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1980년대부터 해외에서 여생을 보냈다.

형제간 다툼은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4조원대 상속재산 소송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동생이 단독명의로 변경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이맹희 회장은 동생이 형제간 불화를 가중하고 자기 욕심만 챙겼다고 비난했다. 이건희 회장 역시 형을 가리켜 “우리 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장외 설전을 이어갔다.

소송은 동생 승소로 끝났다. 법원은 상속 회복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고 재산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맹희 회장은 이후 중국에서 폐암 투병을 하다 2015년 8월 눈을 감았다.

롯데그룹도 형제 간 다툼 끝에 장남이 아닌 둘째 승리로 마무리되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은 당초 일본은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각각 승계받는 구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차남인 신동주 회장이 일본과 한국 롯데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신동주 회장은 최근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에 실패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4월 동생의 이사 해임 건과 범죄사실이 입증된 자의 이사직을 금하는 정관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24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부결됐다. 신동주 회장은 부결된 안건에 대한 소송 진행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들 싸움은 2015년 본격화했다. 신 부회장은 그해 7월 동생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했다. 동생 신 회장은 이를 무효 행위로 규정하고 맞섰다.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 잇따라 형을 이긴 신 회장은 이후 승기를 놓지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서 ‘왕자의 난’을 겪은 현대그룹은 그룹이 나눠졌다. 1세대가 물러나면서 자연스러운 계열분리가 아닌 형제간 갈등으로 쪼개졌다. 현대가는 정주영 회장 장남인 정몽필 인천제철 회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차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장남 역할을 맡았다. 정몽구 회장은 2000년 3월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 정몽헌 회장과 경영권 승계다툼을 벌였다. 1차 분쟁 승자는 정몽헌 회장이다.

현대그룹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수사 도중 정몽헌 회장 타계로 위기를 맞았다. 이후 현대그룹은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게 됐다. 대북사업을 주도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2008년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어 2013년 시작한 해운업 장기불황으로 현대택배·현대증권·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넘기며 현대그룹은 중견업체가 됐다.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범(汎)현대그룹 모태가 된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세게 붙었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현대건설을 인수해야 그룹 정통성을 이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있는 현대차그룹과 그룹명을 그대로 이은 현정은 회장 현대그룹이 경쟁을 벌였다. 2011년 정몽구 회장 승리로 결말이 났다.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은 강신호 명예회장 4남이다. 강 회장은 2013년 지주사 사장을 거쳐 2017년 회장직에 올랐다.

동아쏘시오 3세 후계자가 처음부터 네 번째 아들은 아니었다. 강 명예회장 차남인 강문석 전 동아제약 사장이 초반 후계 구도를 만들었다. 강문석 전 사장은 1992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후 아버지와 경영전략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박카스 아성이 경쟁사인 광동제약 ‘비타500’에 위협받자 2004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에서 해임됐다. 2007년 3월 이사가 됐지만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 그해 11월 자진 사임 형태로 물러났다.

이후 강정석 회장이 동아제약 메디컬본부장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하며 후계자로 올라섰다. 현재 강 회장은 동아쏘시오 지분 27.58%를 가진 최대주주다.
 

(사진 왼쪽부터)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최윤진 본아미호 선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9월 24일 부산 다대항에서 신규 최신형 선망선인 ‘본아미’호 출항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명확하고 조용한 동원·아모레

동원그룹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형제간 갈등 없이 둘째가 그룹 모기업을 이어받는 후계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재 동원그룹은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명예회장이 지난해 말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지만 김 부회장은 아직 ‘부회장’ 직함을 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경영일선에 있었던 만큼 김 부회장이 동원그룹을 이끌 것에 의문을 표하는 곳은 없다.

김 명예회장 장남이자 김 부회장 형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004년 동원그룹으로 계열분리돼 김 회장이 이끌어 왔다. 형제간 갈등 없이 차남이 그룹 모태를 이끌고 장남은 금융을 맡고 있는 것이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차남을 2014년 부회장에 앉히고, 장남에게는 금융을 맡겨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김 명예회장은 장남을 명태잡이 어선에 태우고 차남은 참치공장에 보내며 ‘밑바닥 교육’을 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분쟁 없이 그룹을 물려받은 차남이다. 고 서성환 창업주는 2남4녀를 뒀는데, 둘째 아들이 서경배 회장이다. 장남은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다. 처음엔 장남이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1990년대 선제적 구조조정을 이어간 차남이 두각을 보였다.

서경배 회장은 금융과 야구·농구단 등 24개에 이르던 계열사를 차례로 정리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넘겼다.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취임 이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 주식 증여로 서경배 회장 지분은 점차 늘어갔다. 2006년 6월에는 태평양을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 맞교환 이후 전체 지분율 50%를 넘기며 1인 체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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