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14일 2000억원 규모 3년물 CP 발행을 위한 청약을 실시한다. 금리는 연 2.161%로 책정됐으며 조달한 자금 중 1500억원은 오는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CP(금리 2.455%) 상환에 쓰인다.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주관업무는 대신증권이 담당한다.
롯데쇼핑이 공모사채가 아닌 CP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예측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신용등급은 AA0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지난 3일 기준 AA0 등급 3년물 평균 금리는 1.5%, AA- 1.57%다. 등급 하락을 감안해도 롯데쇼핑 입장에선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금리 측면 유리하다.
그러나 지난 4월 24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가까스로 미매각을 면하는 등 체면을 지키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 상황과 비교해 최근 채권시장이 더 녹록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P는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아 롯데쇼핑 입장에선 시장 반응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통산 주간사들은 채권발행을 총액인수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미매각이 발생해도 발행사 입장에선 당장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경우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에서 금리가 결정되면서 이자부담이 높아진다.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온라인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9년부터 변경된 리스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부채비율은 2018년(111.3%)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185.4%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도 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면서 롯데쇼핑에 대한 지원여력도 축소된 상태다.
롯데쇼핑은 이익창출력 둔화에 대비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온라인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이 따른다.
롯데쇼핑 개별민평금리는 1.8% 수준으로 AA0는 물론 AA-등급 평균 대비로도 높다. A+ 민평금리가 1.8%라는 점에서 시장은 사실상 롯데쇼핑을 A+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희망금리밴드 산정시 개별민평금리에 위 아래로 일정 수준에 버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CP 발행이 절차 간소화 등 이점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우량채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우량채도 희망금리밴드 하단에서 결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롯데쇼핑 개별민평금리를 감안하면 CP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