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의 예견된 회사채 참패…아시아나 인수 포기 명분 쌓기 의혹

​HDC현산의 예견된 회사채 참패…아시아나 인수 포기 명분 쌓기 의혹

이성규 기자입력 2020-07-08 14:06:56
싸늘한 시장 반응만 확인…산은과 재협상 카드 추가 확보 인수가 조정 명분으로는 충분…산은 대응에 관심 쏠려

[사진=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서도 참패했다. 시장에선 예견된 흥행 실패에도 HDC현산이 공모를 강행한 것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혹은 산은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명분 확보가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A+, 부정적)은 전일 3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대표 주간사를 5곳이나 선정하고, 5년물은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최대 120bp(베이시스포인트)나 올려주면서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투자 심리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비우량채이자 ‘부정적’ 꼬리표(등급전망)가 붙어 있는 것이 외면의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시장에선 조달한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참여에 사용한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한다.

◆ '부정적 등급전망'을 알면서도 '증자 위한 회사채 발행' 명시에 의혹 불거져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면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인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증자 참여를 위한 회사채 조달을 명시한 것은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액인수 방식이어서 당장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겠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엔 크레딧 라인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HDC현산은 10년물 1700억원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7%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약 4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자 규모가 3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주하기 위해선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

이번 5년물은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에서 결정되면 발행금리는 3.5% 수준이었다. 통상 사모채 금리는 공모채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앞서 발행된 10년물과 비교하면 금리 메리트는 높은 편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꺼림칙하게 생각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자금 조달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3000억원) 발행도 검토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분명히 강했다고 본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 발 안 빼면서 쉽지 않은 자금 조달만 선택···시장에선 "사실상 인수 포기 명분용" 해석  

HDC현산은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신뢰성 등을 문제 삼아 채권단에게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가치가 낮아지고 M&A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자금 조달 계획 전반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유상증자 부진에 따른 사모채 발행과 어려워진 EB 발행 환경은 물론 이번 공모 조달 참패는 HDC현산의 현 방식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주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각에선 애초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M&A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렸지만, 산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당장 인수를 철회하기에도 부담이다. 인수 포기 명분 또는 산은과 재협상에서 설득할 카드가 필요한 가운데 공모 조달을 그 수단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을 기초자산으로 한 EB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은 자금을 투입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로부터 출발했다”며 “향후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일부 개선은 가능하지만, 악화한 현금흐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진 환경에서 공모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태핑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참여 의지가 낮았던 만큼 흥행 실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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