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5년 전쟁' 롯데-'내실 다진' 대상…후계구도는 닮은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현미·이범종 기자
2020-07-21 04:00:00

[맏이의 눈물로 보는 승계의 법칙]

롯데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신동빈 '원톱체제' 굳혀

잡음없는 대상…등기이사 오른 차녀 임상민 한발 앞서

[그래픽=김효곤 기자]


롯데그룹과 대상그룹. 두 그룹의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의 64개 기업집단(재계) 순위에서 롯데는 5위를 차지했지만 대상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는 창업주 일가가 전면에서 경영하는 반면 대상은 전문경영진 운영체제다. 주력 사업도 각각 유통과 식품으로 겹치지 않는다.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두 그룹이 최근 닮아가고 있다. 첫째 대신 둘째가 그룹 승계자로 굳어지는 흔치 않은 모습 때문이다.

과정에선 정반대 모습이다. 롯데는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다툼이 치열한 반면 대상 자매는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롯데가 차남은 '승리자'로, 대상가 차녀는 '유력자'로 불리는 이유다.

◆끊임없는 다툼·처절한 총력전

지난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은 갈라선 형제의 거리를 선명히 보여줬다. 장남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은 각자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장례 절차 외엔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전부터 아버지 성공 신화 이면의 씁쓸한 가정사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2015년 7월 형 신동주 회장이 동생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동생은 무효라고 맞섰고, 형은 아버지와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롯데 일가가 평소 일본어만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후계자가 자신임을 내세우려는 장남이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아내에게 기자회견문을 읽게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결론은 동생의 완승이다. 총 여섯 차례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 모두 이긴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공여와 경영비리 사건 등 위기에도 주도권을 가져갔다. 올해 4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하고, 이달 초 대표이사도 맡으면서 지루한 싸움이 사실상 끝났다. 지난달에는 신동빈 회장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지목한 아버지 유언장이 공개됐다.

형은 5년간 안 써본 무기가 없다. 2015년 8월 주총 1차전에서 신동빈 회장 단일체제가 세워지자, 그해 10월 한국을 찾아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뽑은 창을 한국에 가져와 던진 셈이다.

동생 방패는 뚫린 적이 없다. 이듬해 2016년 3월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 해임과 장남의 이사 선임 등을 반대했다. 같은 해 6월 주총도 동생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차지한 종업원지주회 표심이 동생을 향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과장급 이상 임원급 미만 130여명으로 구성됐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직원들 신망이 두텁다는 의미다.

2017년 6월에 치러진 4차전 역시 신동주 회장 패배였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에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 이사직 해임안을 주주들은 수용하지 않았다. 내리 4패를 한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의혹에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후반전을 예고했다.

2018년 2월 13일 장남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 70억원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이다. 형은 같은 해 4월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누리집에서 "한·일 롯데 대표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것은 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5차전에 나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동생이 주총 참석을 위해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최악의 상황에 웃은 사람은 옥중에 있던 동생이었다. 승리를 확인한 롯데그룹은 "신동주 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추길 바란다"며 쐐기를 박았다.

올해 열린 6차전. 와신상담하던 총력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지난 4월 28일 신동주 회장은 6월에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총에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 등을 내고 반전을 기다렸다. 동생이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회사 가치와 평판이 크게 훼손됐으니 책임을 물으라는 논리였다.

주주들은 6차전에서도 동생 손을 들어줬다. 신동빈 회장의 유죄 판결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신동주 회장은 오히려 아버지 별세 101일만에 형제간 갈등을 일으킨 점 때문에 본인 이미지만 훼손됐다. 올해 1월 설을 앞두고 동생에게 가족 회동을 제안한 진정성도 의심 받았다. 최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에게 200억원 가까운 자문료를 줘 가며 동생과 회사를 흔들어온 게 알려지면서 도덕적 타격도 입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분쟁보단 내실···잡음 없는 대상 후계구도

3세 경영을 준비하면서도 경영권 다툼 없이 조용하게 후계구도를 그리는 기업도 있다. 4년 전 3세 경영 시대를 연 대상은 어떤 잡음도 없이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승계 가능성이 높은 쪽은 동생이다. 임창욱 명예회장 차녀 임상민 전무는 지난 3월 창업주 일가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입사 11년 만이다. 대상 최대주주인 대상홀딩스 지분도 임상민 전무가 36.71%를 보유해 언니 임세령 전무(20.41%)를 앞선다. 

임상민 전무는 언니보다 일찍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7년 대상그룹 계열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일을 시작해 2009년 대상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해 8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MBA 과정을 밟으며 실전과 이론을 고루 습득했다.

유학을 마친 뒤 2012년 10월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직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지금은 회사 핵심사업인 식품과 소재BU(비즈니스유닛) 2곳의 전략담당 임원을 맡아 전략기획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언니 임세령 전무는 동생보다 출발이 늦었다. 그가 회사에 들어온 건 이혼 3년 후인 2012년이다. 책임지는 분야도 다르다. 자매간 경쟁을 지양해서다. 임세령 전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으로 대상에 합류했다. 

성과면에선 동생이 다소 두드러진다. 임상민 전무는 2015년 결혼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상 아메리카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홍콩법인 중국사업 전략담당 중역으로 근무했다. 이 기간 북미와 중화권 시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임세령 전무는 2014년 대상 대표 브랜드인 '청정원' 브랜드아이덴티티(BI) 리뉴얼 작업을 이끌었다. 1996년 청정원 출시 이후 18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리뉴얼이다. 임 전무는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엔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두 자매는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이 때문에 동생 승계를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도 지켜봐야 할 이유다. 대상은 임창욱 명예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1997년 이후 23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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