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에쓰오일, 2년째 이어진 실적 부진…아람코 의존도 과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승룡 기자
2020-08-16 08:16:00

원유도입 대부분 아람코에서…"비용 낮추기 어려워"

RUC&ODC로 휘발유 생산↑…휘발유 마진 급락세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재무부담 대비 현금창출력 ↓"

[사진=백승룡 기자]

 정유업계 3위 에쓰오일(S-OIL) 실적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유업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S-OIL의 수익성 부진 추세가 비교적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특히 대주주인 아람코로부터 원유 도입이 단일화됐다는 점이 본업인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라잡힌 영업이익…2년여에 걸쳐 정유부문 수익성 급락

최근 정유사들이 발표한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2조2148억원) △S-OIL(-1조1716억원) △GS칼텍스(-1조1651억원) △현대오일뱅크(-5500억원) 순으로 영업손실 폭이 컸다. 올 1분기처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사들은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해 보통 정제설비 규모 순으로 적자도 크게 발생한다. S-OIL(일산 66만9000배럴)이 GS칼텍스(일산 80만배럴) 손실규모를 소폭이나마 웃돌았다는 것은 재고관련손실 외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S-OIL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올 상반기뿐만이 아니다. 2018년 이후 업계 4위인 현대오일뱅크에도 영업이익 규모가 뒤쳐져왔다. 2018년 연간 영업이익은 △S-OIL 6395억원 △현대오일뱅크 6610억원으로,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은 △S-OIL 4201억원 △현대오일뱅크 5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S-OIL 실적부진 주범은 정유부문이다. 지난 2018년 S-OIL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연간기준 330억원에 그쳐 SK이노베이션(7093억원)·GS칼텍스(6605억원)·현대오일뱅크(5968억원)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2019년에도 정유부문에서 홀로 523억원 적자를 기록, SK이노베이션(4503억원)·GS칼텍스(4451억원)·현대오일뱅크(3675억원) 등과 동떨어진 흐름을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실적 희비가 아닌 장기적인 추세와 트렌드"라며 "1~2분기 정도 사이에는 얼마든지 실적순위가 엇갈릴 수 있지만 S-OIL이 2년여에 걸쳐 실적부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게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S-OIL(왼쪽)과 현대오일뱅크(오른쪽) 부문별 실적.(자료=한국기업평가)]

◆'양날의 검' 원유도입 단일화…시황 잘못 만난 RUC&ODC

정유사 실적은 각 사 원유 계약조건, 투입 원료, 제품별 마진과 생산비중, 가동률 등 수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S-OIL 정유부문 실적부진 원인을 명확하게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에서는 S-OIL의 단일 원유 도입구조가 최근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S-OIL은 원유 대부분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장기계약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 부분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 원유를 투입함으로써 공정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유 도입 비용이 타사 대비 높아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중동 원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저렴한 원유를 찾아 미국, 중남미, 아시아 등으로 도입망을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고도화설비를 기반으로 원유 도입망을 가장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와 비교해보면 도입단가 차이가 2018년과 2019년 배럴당 2~3달러가량 발생했다. 정유사들이 1년간 10억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도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2조~3조원에 달하는 격차가 벌어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유 도입 단일화는 양면성이 있어 S-OIL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면서도 "최근처럼 업황이 악화돼 유종을 섞어서 비용을 낮춰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S-OIL의 도입구조가 경직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S-OIL이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추진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이 업황을 잘못 만난 영향도 있다. 지난 2018년 말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 RUC/ODC는 석유제품으로는 휘발유, 석유화학제품으로는 폴리프로필렌과 프로필렌옥사이드를 생산하는 설비다. 휘발유의 경우 일일 2만1000배럴가량 더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18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10달러를 웃돌았던 휘발유 마진은 미국에서 셰일 기반으로 공급량을 늘리면서 같은해 말 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휘발유 마진은 2019년에 7~8달러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1~2달러대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RUC/ODC가 초기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준공식이 1년 가까이 늦춰지는 등 트러블이 발생한 데다가 가동 시점과 맞물려 석유제품 시황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재무부담에 비해 현금창출력 약화…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

부진한 실적 흐름은 신용등급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RUC/ODC 프로젝트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실적부진으로 인해 현금창출력은 약화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S-OIL은 올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은 상황이다. S-OIL의 '조정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는 △2018년 3.5배 △2019년 3.8배 등으로 등급하향 변동요인(1.5배)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도 2017년 32.1%에서 2018년 40.1%, 2019년 41% 수준으로 확대된 바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재무부담이 증가하면 그만큼 EBITDA가 높게 나와야 기존의 신용도가 유지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일시적인 악재를 차치하더라도 정유·석유화학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면서 투자회수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기에 향후 1년가량은 실적개선 및 재무안정성 변화 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쯤 신용도를 다시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OIL 관계자는 "이 정도 실적 변동성은 내부적으로 생산여건이나 공장 운영수율 등에 따라서 정유사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원유 도입망 단일화나 대규모 프로젝트 등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업황 악화와 맞물린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OIL 조정순차입금, 조정순차입금/EBITDA 지표 추이
(자료=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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