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산은 ‘파격조건’ 받아도 신용도 불안 지속

이성규 기자입력 2020-08-28 14:49:52
코로나19, 인수부담 경감 무색하게 만들어 추가 자금 투입 불가피...본업까지 흔들 수도 신평사 "인수 철회해야 현 등급 유지 가능"

[사진=아시아나 제공]

HDC현산이 산업은행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파격조건’을 받아들여도 신용도 유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감된 인수부담을 전부 상쇄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탓이다. 신용도에 예민한 건설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HDC그룹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28일 신용평가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대상인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변동되는 탓이다.

공통된 의견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해야 그나마 현 등급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은은 HDC현산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각각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가로 7000억원 규모 영구채도 인수할 계획이다.

HDC현산이 해당 안을 수용한다면 기존 2조5000억원 투입에서 최대 1조7000억원(가격조정 1조원+영구채 7000억원)가량 인수부담이 경감되는 격이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는 인수 후 등급하향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지난해 말 신평사들이 HDC현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대규모 현금유출에 대한 우려”라며 “당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전이었기 때문에 기존 아시아나항공 현금흐름창출력도 훼손되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부채 등이 증가하면서 작년 평가 당시보다 경영정상화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를 위한 자금부담을 덜어도 등급유지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신평사 입장에선 인수자금 규모와 현금유출 후 재무완충력 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HDC현산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으로 빠져나갈 자금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동안 HDC현산 크레딧 라인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신평사들이 제시한 등급 하향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다. 등급전망은 ‘긍정적’에서 ‘불확실검토’로 변경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과정에서 신평사들이 아시아나항공 피인수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해도 신용등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신평사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되는 자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여파가 크다는 것이 문제”라며 “당장 인수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현금흐름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계속 자금을 투입하고 결국 본체도 망가지는 것”이라며 “건설업은 외부조달이 선택이 아닌 필수 업종 중 하나인 만큼 HDC현산 고심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회동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인수무산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향후 계약금(2500억원) 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HDC그룹 측 승산은 확신하기 어렵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한화그룹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은 사례는 있다. 당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막혀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명분이 있었다.

반면 HDC현산은 한 차례 실사를 마쳐 한화그룹 사례와 비교가 어렵다. 정보 불확실성 해소를 강조한 재실사 요구가 ‘인수무산 명분 확보’로 지목되는 이유다. 향후 소송에서 2500억원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HDC현산이 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시도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 자체로 HDC그룹에 대한 신용전망은 물론 투자자 신뢰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끌어서 HDC현산에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며 “하루라도 빨리 관련 논쟁을 끝내고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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