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홀로서기’ 역부족...회사채 발행에 SPV 지원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 전환 후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SK그룹과 지분관계를 청산하면서 최창원 부회장 ‘독립 경영’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미매각이 아닌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면서 SK디스커버리의 자신감은 다소 떨어져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A0, 안정적)는 2일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렌치(tranche)는 3년물(800억원)과 5년물(200억원)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0.5~+0.5%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 목적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관업무는 삼성증권과 SK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SK디스커버리가 201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다.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SPV가 참여한다. SPV는 전체 금액(1조550억원) 대비 2~3%를 지원 한도로 두고 있어 최대 300억원가량을 소화해 낼 전망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이 더해지면서 우량채 중심 위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PV 덕에 비우량채라는 수요측면 불리한 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역으로 보면 신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은 아직 그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가스를 제외한 자회사들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탓이다. SPV가 미매각이 아닌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SK디스커버리가 금리 수준에 민감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11월 SK가스 지분공개 매수에 나섰다. 지분율은 55.76%에서 65.5%로 상승했다. SK가스는 현재 SK디스커버리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자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SK가스는 국내 LPG산업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고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해 수익 안정성이 보장된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지분 추가 매입을 두고 성장성 배팅과 지배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SK가스로부터 나오는 배당을 직접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이는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에서도 드러난다. SK가스는 AA-인 반면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와 또 다른 주력 자회사인 SK케미칼은 A0를 부여받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현금흐름이 우수한 SK가스로부터 배당을 확보해 여타 계열사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다. 즉 SK가스 현금흐름이 그룹 전반 신용도를 좌우하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수년째 적자행진을 이어왔던 이니츠(폴리페닐렌설페이드 생산)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에도 흑자전환은 역부족이었다. 혈액제재 전문기업 SK플라즈마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최태원 회장(SK디스커버리 보통주 0.11%, 우선주 3.11% 보유)이 이끄는 SK그룹과 지분관계가 전혀 관계가 없다.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지분율 40.17%)이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7년 SK케미칼의 존속법인(SK디스커버리)과 신설법인(SK케미칼)으로 인적분할이 지주사 전환과 최 부회장 체제 본격 출범이었다면 지난해 SK건설(PRS 방식으로 매각)과 SK네크웍스 지분 매각은 SK그룹과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계기가 됐다.

SK디스커버리가 ‘홀로서기’엔 성공했지만 걸음마를 하기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이번 수요예측은 ‘독립 경영’에 대한 시험대로 평가되는 만큼 투자자의 이목이 쏠린다.

IB업계 관계자는 “SK가스로부터 확보한 배당으로 이자를 충당할 수 있는 만큼 현금흐름에 큰 우려는 없다”며 “SPV 지원은 회사채 공급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해 수요예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해결과제”라며 “수요예측 결과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SK케미칼 성장에 대한 투자자 평가가 반영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