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최태원의 금융춘몽]② 금융업 이해 못한 SK의 예고된 두번째 굴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환 기자
2020-09-04 09:33:51

1위 통신 SKT의 야심 찬 카드업 진출…공격 마케팅으로 초반 흥행

메기 꿈꾼 하나SK, 그렇게 돈 쓰고도 3년 동안 점유율 0.4%p 올려 8%에 그쳐

이후 페이백 혜택 일방 축소하며 금융회사로서 신뢰 잃으며 몰락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사진=SK텔레콤 제공]


 하나SK카드는 2010년 2월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하나금융그룹과 SK그룹이 전략적 제휴 회사 설립을 공개하자, 신용카드시장을 뒤흔들 메기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수족관에 일반 물고기의 천적인 메기를 풀었을 때, 기존 물고기들이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1위 SKT와 금융의 시너지에 주목했다. 2000만명이 넘는 SKT 가입자를 기반으로 펼치는 마케팅은 상상만해도 가슴을 뛰게 했다. 금방 카드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기존 카드 고객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귓등을 때리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합작회사의 CEO로 유통업계 출신의 이강태 전 삼성테스코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세운 것은 충격의 시작에 불과했다. SKT 출신의 박상준 부사장, 하나은행에서 온 고형석 리스크관리본부장, 현대카드에서 영입한 이승훈 전략기획본부장 등 경영 일선에 포진한 면면은 시쳇말로 어벤져스 급이다.

기존 생각에 젖은 인물들은 과감히 배척하고 유통과 통신사, 카드업계에서도 유독 튄다는 현대카드에서 인재를 영입해 경영진을 꾸렸다. 전체적인 경영 주도권은 사실상 SK가 쥐고 가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곧바로 하나SK카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2012년 5월 ‘클럽SK카드’. SKT 통신 요금을 자동이체하고 전월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1만원, 60만원 이상이면 1만5000원을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이 카드는 출시 1년 만에 75만장이 팔려나갔다. SKT의 위력을 실감한 카드다.

예나 지금이나 카드로 제일 많이 쓰는 금액이 교통 부문이다. 대중교통과 주유 할인에 특화한 ‘해피오토 프리미엄 카드’. 결제금액의 약 1%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메가캐시백 카드’ 등 공격적인 상품을 연이어 내놨다. 2012년부터는 모바일카드에도 힘을 쏟았다. 하나SK카드의 모바일카드 가입자 수는 2012년 23만명에서 2013년 62만명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경영 성적표는 초라했다. 출범 첫해인 2010년 하나SK카드는 589억원 적자로 시작했다. 2011년엔 반짝 255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12년(-203억원), 2013년(-141억원)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외형 성장은 더욱 이상했다. 카드는 많이 팔려나갔는데, 2010년 7.6%였던 하나SK카드 시장 점유율은 외환카드 합병 이전인 2013년 8.0%로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공격 마케팅에 허리 ‘휘청’…팩토링 사업도 무산

카드업계에선 하나SK카드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엔 너무 작은 회사였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최소 5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당시 하나SK카드는 400만명 정도의 회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며 “차라리 SKT가 1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안정적인 카드사에 투자했거나 인수·합병(M&A)을 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다르게 통신업종과 카드업종 간 시너지가 약했던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SKT 이용고객이 하나SK카드로 수평 이동을 해야 하는데,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실적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SK하나카드는 SKT의 단말기 할부채권을 사들여 유동화하는 팩토링 사업을 했다. 판매자에게 단말기 대금을 주는 대신 고객으로부터 원금과 할부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쪽으로 돌아섰다. 2012년 기준 단말기 할부금융 채권은 5조8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4년에 중단했다.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규제로 채권을 더 살 수 없었다. 본업인 신용매출 사업도 부진한 데다 추가 수입원마저 끊긴 셈이다.

이 상황은 신용카드 시장의 메기로 주목받은 통신과 금융회사의 합작회사 진로가 이미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났음을 시사한다. 팩토링에 손을 댔다는 사실 자체로 경영의 주도권이 SK에서 금융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암시한다. 보수적인 금융업에 통신업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SKT의 창의적인 발상을 얹는 실험은 출격 2년여 만에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하나SK카드는 카드 혜택을 슬쩍 축소해 고객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을 자초하며 급속하게 나락으로 빠져든다. 히트상품이던 ‘클럽SK카드’는 출시 1년 만에 전월 실적 요건을 대폭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772종의 체크카드도 상품 혜택을 줄여 국정감사에 이름을 올리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금융업에서 가장 기본이며 최고의 가치인 ‘신뢰’를 내팽개쳐 스스로 구렁텅이로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하나SK카드는 ‘가장 소비자 불만이 많은 카드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2년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하나SK카드는 고객 10만명당 민원발생이 9.2건으로 전업 카드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10월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신규 카드 발급 시 고객에게 연회비의 10%를 넘는 현금을 제공하지 못하는데, 무실적자에게 1만~2만원의 현금을 줘 제재를 받은 것이다.

◆ 횡령, 최 회장의 구속···무너진 금융 동맹

초기 기대와 달리 SKT가 큰 공을 들였던 하나SK카드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는 최태원 회장의 실책을 꼽을 수 있다.

하나SK카드가 시장에 출범할 당시 SK와 하나금융은 끈끈한 동맹이 형성돼 있었다. 과거부터 하나금융은 SK그룹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금융사로도 유명하다. 하나은행은 2003년 초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 시 SK글로벌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주도해 파산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SK글로벌을 구해냈다. 같은 해 말에는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서자 SK 지분을 매입해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반대로 하나SK카드의 합작 설립은 SKT가 하나금융을 도운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하나금융은 카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26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한 SKT와 손을 잡게 되면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구조였다. SKT 가입자가 하나SK카드를 사용하면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던 파격적인 혜택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강력했던 동맹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2012년 3월, 지난 47년의 금융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퇴임식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1년 전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터라 명예로운 퇴장은 아니었다.

이로부터 약 1년 뒤인 2013년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고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받아 법정구속된다. 2014년 2월에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이 확정된다.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사면으로 출감할 때까지 2년 7개월의 경영공백 기간은 사업 기반을 다져 경쟁사 추월에 주력해야 했던 하나SK카드의 힘을 빼놓는 작용을 했다.

금융회사로서 신뢰를 잃은 하나SK카드는 2014년 외환카드에 흡수합병 당하고 합병 카드사의 법인명을 하나카드로 바꾸면서 금융강자로 도약하겠다는 SKT의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현재 남아있는 SKT의 하나카드 지분은 15%(약 2537억원)다.

업계에서는 SKT가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여서 하나카드의 남은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완전히 결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SKT가 보유한 하나카드 지분을 매입할 곳이 마땅치 않고 하나금융지주는 여전히 SKT와 관계 유지를 원한다는 데 있다. 지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카드 지분을 사들일 만한 곳은 사실상 하나금융지주뿐”이라며 “하나금융지주로선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T와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것이 유리해, 쉽게 지분을 사주면서 (SKT) 발목을 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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