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금융춘몽

③ ​간보다 놓친 두 번의 기회…불운의 아이콘 'SKT'

김태환 기자입력 2020-09-07 09:48:46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기회마다 미온적 태도 일관 컨소시엄 참여 후, 이렇다 할 존재감 없이 '퇴장' "처음부터 무리수란 시각도…5G 등 본업에 주력할 때"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사진=SK텔레콤 제공]


2015년 말 금융당국은 고착화된 국내 금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신규 업체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무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국내에서 출범하는 것으로 진입 자체가 막혀있는 은행업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였기에 전 업계는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봤다.

SK텔레콤(SKT)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기회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금융업 진출을 시도한다. 결과는 두 차례의 도전과 예정된 고배. SKT가 남긴 은행업 도전기의 초라한 성적표다. 은산분리법이라는 제도적 한계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흔치 않은 기회마다 SKT는 미온적 태도를 일관하며 꾸려진 판에서 조연을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 기회마다 살짝 발 담갔다 물러난 SKT

2015년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공식화하고 참여 사업자를 모집을 추진한다. 신규 은행업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혁신적인 서비스 차별화였다.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획득을 위한 전 업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펼쳐졌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뭉친 3개의 연합전선이 형성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슈는 4차 산업혁명의 강한 물결에 힘입어 세간의 이목을 사로집기 충분했다. 핀테크가 모든 산업군의 최대 화두였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급속히 이뤄지던 탓에 서비스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이유다.

2015년 8월 SKT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획득 경쟁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한다. 이후 SKT는 3개의 대형 컨소시엄 중 인터파크 진영에 참여해 ‘KT컨소시엄’ 및 ‘카카오 컨소시엄’ 등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시장에서는 SKT가 참여한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한 것을 근거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대주주가 명확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인터파크가 경쟁 진영의 카카오와 KT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3개의 컨소시엄 중 가장 주목받은 곳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국민은행으로 구성된 ‘다음 컨소시엄’이었다. KT와 우리은행·KG이니시스·다날 등이 참여의사를 밝힌 ‘KT 컨소시엄’ 역시 시장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반면 인터파크와 SKT·NHN엔터테인먼트·옐로금융그룹 등이 참여한 ‘인터파크 컨소시엄’ 진영은 처음부터 경쟁 컨소시엄과 비교해 열세로 평가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당시 은산분리법의 지분구조 문제를 모두 충족했다. 카카오 역시 모바일지갑 등이 흥행하면서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여기에 리딩뱅크였던 KB국민은행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서비스 독창성, 규모의 경제, 규제 준수 등을 충족했다.

KT와 우리은행, KG이니시스, 다날, 그리고 교보생명 등이 참여한 KT 컨소시엄은 통신과 금융, 결제, 보험업이 협력한 형태였다. KT와 교보생명이 경영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 벌이며 마찰을 빚었지만, KT가 은행업 진출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체 컨소시엄을 주도해 사소한 잡음을 해결했다.

이에 반해 인터파크가 전면에 나선 인터파크 컨소시엄 진영에서는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SKT가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세간의 주목을 끄는데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SKT는 그 존재감마저 묻혀버리는 형국이었다.

같은 해 11월 금융위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다음 컨소시엄’과 ‘케이뱅크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터파크와 손을 잡고 은행업 라이선스 획득에 도전했던 SKT는 시장이 미리 예상했듯 제대로 힘한번 쓰지 못한 채 쓰디 쓴 고배의 마셔야 했다.

◆ 키움과의 재도전, 허 찔린 두 번째 탈락

금융업 진출을 꿈꾸는 SKT에 또 한 번의 기회가 다가온다. 금융위가 2020년 상반기 중 최대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출범하기로 결정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SKT의 금융업 도전기가 다시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2020년 1월 중 설명회를 진행해 신규 인가에 대한 평가항목과 배점 등을 공개하고 3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아 5월쯤 2곳의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토스와 키움증권이었다. 2109년 초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할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된 터라 3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 획득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한층 더 달궈진 상황이었다.

2019년 2월 SKT는 하나금융그룹, 키움증권 등과 손을 잡고 두 번째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획득에 도전장을 내민다. 컨소시엄 구성사도 화려했다.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하나금융, 온라인 증권회사 1위 기업 키움증권이 참여한 상태로 이변이 없는 한 은행업 진출이 확실해 보였다.

당시 강력한 경쟁사였던 토스는 신한금융과 손을 잡아 주목받았지만, 외형만 놓고 본다면 SKT가 참여한 ‘키움 컨소시엄’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SKT는 인공지능(AI)과 미디어, 자율주행, 양자암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규제 문제 등으로 대기업인 SKT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제한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SKT는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갔고 같은 해 5월 금융위로부터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가능성 미흡“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통보받은 채로 두 번째 고배를 마시게 된다.

◆ “처음부터 무리수” 지적도…은행업 진출 끝내 좌절

두 번에 걸친 SKT의 금융업 진출 도전이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본업인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와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 등을 병행 중인 SKT가 노력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먼저 SKT의 경운 꾸준히 제기된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와 의결권 없는 지분 6% 등 최대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이른바 ‘은산분리법’이 그것이다.

최근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4%에서 50%로 확대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SKT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어 법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지분율이 제한된다. 막상 의결권을 포기하고 은행 설립에 참여해도 낮은 수익성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두 차례에 걸친 은행업 진출의 기로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SKT의 현실적인 한계인 것이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현재 5G 투자, 중간지주사 전환,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M&A) 등 인터넷은행보다 훨씬 중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며 "본업을 살린 다음 부수적인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역량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0만명 이상의 가입자 정보를 활용해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던 SKT의 야심찬 도전이 앞으로도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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