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TV 휴전 이재용·구광모, 반도체·배터리 1위 총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9-20 06:13:00

올레드 전쟁 멈추고 후계자 역량 보여줄 먹거리 확보 집중

이재용 비메모리 키울 때 구광모 배터리 분사 선택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고 LG 회장[사진=아주경제DB]

삼성·LG그룹을 이끌고 있는 후계자들이 ‘TV 전쟁’ 이후 반도체·배터리 사업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창업주 이후 선대 회장들의 희비를 가른 전자·반도체 역사를 자기 시대에 맞게 쓰는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일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입국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게이오대 경영학 석사인 이 부회장은 일본 내 탄탄한 네트워크로 삼성전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번 만남으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지역총괄 법인과 연구소가 일본에 있다는 점이 재차 주목 받았다. 현지 주요 통신사와의 5G 통신장비 납품 사업도 진행한다.

◆아버지 메모리, 아들은 비메모리 1등으로

이재용 시대 삼성전자 비전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고용을 약속했다. 이후 평택 캠퍼스 내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시설과 낸드 플래시 생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5조4300억원이다. 전분기 3조9900억원보다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어느 분기에도 달성 못한 기록이다. 하지만 2018년 1~2분기 영업이익이 11조원대인 점을 볼 때 반도체 시장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공략이 더 시급해졌다.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를 약속한 이 부회장은 고비마다 발로 뛰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7월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들어선 올해 5월 일본과 중국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틈틈이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국민의 성원’과 ‘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기소로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달에도 디지털프라자 깜짝 방문 등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너리스크를 빼면 이 상황을 부러워 할 기업이 LG다. 국내 첫 가전시장을 열고 반도체 사업도 키우던 LG는 삼성의 질주를 두고 보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기술력을 혹평하던 LG전자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제품을 분해했고, 같은날 삼성전자도 LG 제품이 특정 영상 재생을 못한다며 망신 줬다.

갈등은 LG 측의 제품 비교 광고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과장광고)로 이어졌다. 삼성도 맞제소했다. TV 전쟁은 해를 넘겨 지난 6월에야 상호 신고 취하로 멈췄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에 놓인 두 회사는 소모전을 멈추기로 했다.

사돈 집안인 삼성·LG는 창업주 시절부터 전자 사업 진출로 갈등했다. 1968년 골프장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구인회 LG 창업주에게 “우리도 앞으로전자 산업을 하려고 한다”고 한 뒤 화해 못한 일화가 유명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월 22일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미래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LG 제공]

◆반도체 뺏기고 배터리서 미래 찾은 LG

이후 두 회사가 가전에서 세계 정상을 다투고 있지만 반도체는 아니다. LG는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하고 이듬해 미국 AT&T와 합작해 금성반도체를 세웠다. 삼성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한 지 5년 만이었다. 당시 LG는 지금 삼성이 매달리는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했다. 그러나 1999년 정부의 대기업사업조정(빅딜) 과정에서 의사와 상관 없이 현대에 반도체 사업을 넘겨야 했다. 훗날 현대는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고, 이 회사는 SK하이닉스가 됐다. LG 반도체는 정부의 시장 개입 실패 사례이자 억울하게 빼앗긴 사업으로 기록됐다.

반면 20년 후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정상을 달리며 비메모리 1등도 자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메모리 1등 삼성을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비메모리 1등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LG 4세 구광모 회장의 선택지도 아버지가 내어줬다. 고 구본무 LG 회장은 1992년 영국에서 여러번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처음 봤다. 한국에 배터리를 가져온 그는 1996년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옮겼다. 1999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97년 세계 최고 용량(1800mAh)에 최경량(150Wh/kg) 시제품을 내놨다. 이후 전기차 시장 발전을 내다본 그는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세웠다. 사업 초반인 2005년 2000억원 적자에 시달렸지만 “투자는 길게 보고 하는 것”이라는 독려 속에 성장을 거듭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25.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91%에 달한다.

구광모 회장은 이 유산의 이름을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지었다. 17일 LG화학 이사회를 통한 LG에너지솔루션 분사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배터리 전담 신설 법인으로 태어나게 된다. LG화학이 신설 법인 발행주식 총수(100%)를 갖는 물적분할이다.

구 회장은 전가차 배터리가 구조적 이익을 창출한 지금이 적기라고 봤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2조8230억원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특허는 1만7000개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등 4각 생산 체계도 세웠다. 완성차 고객사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과 포드, 폴크스바겐 등 20여곳에 달한다. 목표는 2024년 매출 30조원 달성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3조원이다.

취임 직후 ‘1등 LG’를 강조한 3세 구본무 회장처럼, 구광모 회장 역시 철저한 실용주의로 ‘미래 LG’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 역시 화면을 돌려쓰는 ‘LG 윙’과 내년 롤러블 폰 출시 예고로 삼성 갤럭시 추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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