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해부

​③지배구조 개편, 정의선 부회장 지분가치 제고에 달렸다

이성규 기자입력 2020-09-22 04:07:00
글로비스·오토에버 합병 시너지 충분...부품 사업부 조정 통한 경영 효율성 확보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비용부담 감소...각종 규제는 ‘골머리’

[출처=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수다. 현재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 고민은 현저히 줄어든다. 계열사별 사업부 조정 등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가 요구된다.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은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지배구조 개편 방안 중 가장 이상적이다. 그룹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세금도 덜 내고 지분율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는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고려하면 시간도 촉박하다. 금융그룹 계열사를 분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지주사 전환은 비가역성 문제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만큼 지배구조 개편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무산된 원인은 불합리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적은 돈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현대모비스 사업부문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비상장사’와 ‘상장사’라는 큰 괴리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안을 선택할지는 현재로서 알 방법이 없다. 확실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뿐이다. 예를 들면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을 분할 상장해 시장 평가를 받고 이를 토대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추진 명분은 부족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또 다른 대안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아, 현대차,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양도세가 발생한다. 이를 감안하면 주요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합산 23.7%)을 사들이는 데 6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약 3조원을 웃도는 자금 동원이 가능한 정 부회장에게 실익이 크지 않다.

결국 현 상황에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들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23.29%)와 현대오토에버(9.57%)를 합병하는 것이다. 물류와 IT 시너지 효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두 업종은 국내 주요 그룹 승계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정도로 캡티브(계열사 간 거래) 물량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 지분의 3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변경된다. 정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합산 29.99%)을 10%가량 매각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 대비 현대오토에버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합병비율 산정 시 현대오토에버에 무게를 실으면 매각해야 하는 지분율을 줄일 수 있다.

지난 2018년 그룹 부품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을 합병한 것처럼 이와 유사한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그룹 부품사 핵심이라는 점, 2018년 지배구조 개편 무산 과정에서 주주 반발은 결국 ‘가치’ 문제였다는 점에서 합병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는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이전부터 부품사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 단순화와 효율성 등을 검토해왔다”며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전에 검토했던 사안이었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그룹 전반 사업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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