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막한 글로벌 전지 산업전 ‘인터배터리 2020’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전시관이 나란히 설치돼있다. 입구 쪽을 기준으로 LG화학이 가장 큰 면적의 전시관을 차려놓았고 SK이노베이션은 맨 끝자리에, 삼성SDI 전시관이 가운데 자리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배터리 소송 등의 이슈로 인한 거리감이 물리적 거리로 표현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인터배터리 전시관 인테리어에서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주 색상은 흰색으로 두 기업이 같지만 LG화학 전시관은 완전히 개방된 구조에 배터리와 관련 부품 실물이 많이 전시됐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전시관은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는 폐쇄적인 구조이며,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스크린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구조의 차이는 느낌의 차이를 만들었다. LG화학 전시관에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SK이노베이션 전시관에서는 비전에 대한 확신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두 기업의 은근한 신경전도 관찰된다. LG화학은 전시관에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과 ‘냉각 일체형 배터리 모듈’ 실물을 배치했다. 안전성 강화 분리막은 SK이노베이션과의 특허침해 소송 중심에 있는 기술이다. 냉각 일체형 모듈은 현대차 전기차 코나EV의 화재 원인이 배터리가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공개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지 대표는 LG화학 전시관을 둘러보긴 했지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모습은 상대 회사 전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삼성SDI 명찰을 건 방문객들은 전시관을 자유롭게 관람하고 있었다.
참가기업들의 우수한 기술과 제품 외에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은근한 경쟁이 이번 인터배터리 2020의 ‘주요 관람 포인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