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776.6조 국민 돈 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자치’보다 ‘눈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성훈 기자
2020-10-28 15:36:57

대한항공·한진칼 땐 여론 의식해 각각 반대·찬성표

휠라코리아·삼성물산 땐 주주권익 우려에도 '찬성'

[전북 전주 국민연금관리공단 본청 / 사진=국민연금]

국민연금공단이 주주가치 희석을 이유로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지킨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수탁자위원회를 열고 약 3시간의 회의 끝에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반대하기로 했다. 앞서 서스틴베스트를 제외한 대신지배구조연구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민연금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찬성했다. 자문사의 의견은 ‘자문’으로 남긴 채 의결권 자치를 펼친 것이다.

이를 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 국민청원에까지 나서며 LG화학 물적분할을 결사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 반대 결정에 환호하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말한다.

반면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의결권 행사에 큰 관심이 없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펴 찬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분개했던 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사건이 터진 지난 2019년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다.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로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1년 뒤인 올해 3월에도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싸움에서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휠라코리아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찬성’ 표를 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10월 휠라코리아의 지주사 전환을 찬성한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주주권익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의 우려가 적어 찬성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LG화학 경우와는 다르게 주주권익보다 기업의 입장을 생각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눈치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표=김성훈기자]


◆참여연대 "수탁자 책임 방기" 지적

사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의 국민연금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국민의 눈치조차 보지 않았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반대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높이 평가받아야 국민의 연금을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가치 절하와 제일모직 가치 부풀리기에 적극 동참했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 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만 열어 찬성 결정을 내렸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에도 많은 의결권 행사에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사실상 수탁자 책임을 방기하고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실망스러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더해 “올해 초에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이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새로 꾸린다는 이유로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찬반 의결권 행사 외에는 어떠한 적극적 주주권도 행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대마초 흡입·정보누출 등 비위도 많아

국민연금 조직의 태만은 비단 의결권 행사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운용역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하고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운용역들이 소속된 대체투자 부문의 자산은 90조5000억원으로, 전체 752조2000억원의 12%에 달한다.

지난 2017년 2월에는 퇴직예정자 3명이 기금운용 기밀정보를 누출했으며 2018년에는 직원 114명의 해외연수 자금을 해외 위탁운용사들로부터 지원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성희롱, 음주운전, 사내 갑질, 기밀유출, 출장비 부정 수령 등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지른 공단 직원이 57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 필요"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으로 쌓은 수익과 연금보험료를 더한 총액은 1000조1000억원이다. 여기서 연금급여와 관리운영비를 제외하면 776조6000억원이 국민연금의 손에 달려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기업은 작년 말 기준 313개사, 지분 10% 이상인 기업은 98개사 정도다. 이처럼 국민과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조직의 기강 해이를 지적받고,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움직인다는 것은 국민의 연금공단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요인이다.

참여연대 측은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사실상 수탁자 책임을 방기했다"며 "내년부터는 법령상 위반,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 행사한 사안 등을 중점 관리 사안으로 선정하고, 문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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