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의선 승계 핵심 지목되던 글로비스, 회장 취임 후 뒷전으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11-10 03:07:00

현대차·모비스·기아차·현대제철만 이사 등재...책임 경영 ‘명분’ 강화

지배구조 개편과정에 매각 타이밍 고심…‘터널링’ 이슈 부각될 수도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개인지분을 보유한 대표 기업인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사 등재는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개편 후 글로비스 등은 책임경영 테두리에서 더욱 멀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터널링’ 이슈가 지속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2월에 열린 현대차 정기이사회에서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으면서 그룹 리더 교체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제는 정 회장이 취임하자 시장에서는 ‘왜 지금인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면적 이유로는 책임 경영 필요성이 지목된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미래차 중심 자동차 산업 변화 등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산재하고 있는 탓이다.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인 것이다.

품질 논란은 과거 ‘일시적 영향’을 넘어 최근에는 반복되는 이슈로 부각되는 모습이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에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기업의 존폐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정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보여준 가장 큰 결단은 품질비용 관련 대규모 충당금 설정이다. 일종의 빅배스(big bath)로 세대교체를 다시 한 번 확인토록 했다.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듯보인다. 정 회장은 그간 회장직을 고사해왔기 때문이다. 수석부회장 직함을 달고도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었던 만큼 굳이 직함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회장과 수석부회장은 엄연히 다르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핵심주주 이사 등재, 기업가치에 긍정적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상징성’으로 귀결된다. 현 상황에서 정 회장이 회장 직함을 다는 것 외에 그 입지를 견고히 할 만한 단어는 없다.

회장은 법적으로 담당업무가 존재하지 않고 규정된 것도 없다. 정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4곳에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그룹 중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주체들이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2개의 큰 축으로 돼 있으며 정 회장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정의선 회장이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계열사 주주를 등한시할 수 없다.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추진 당시 반대의 벽을 경험하기도 했다. 주요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 회장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 그만큼 정 회장 일가의 현대차그룹 지배력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주주들을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주주 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다. 과거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좋은 지배구조는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며 핵심주주의 이사 등재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보면 핵심주주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고 지분보유 측면 일반주주와 같은 위치에 있다면 기업가치 제고는 모두에게 이롭다.

하지만 핵심 주주가 지분만 보유한 채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으면 해당 기업가치 제고는 어렵다. 소위 말하는 ‘책임경영’ 부재 탓이다. 터널링(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등을 통한 부를 축적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정 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 리더에 오르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 역시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이다.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정 회장이 보내는 지배구조 개편 신호라 할 수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글로비스 등 지분,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듯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직접 보유한 지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글로비스(지분율 23.29%), 현대오토에버(9.57%), 현대엔지니어링(11.72%, 기업공개 준비) 등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성장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았다. 물류(글로비스), SI(현대오토에버) 등은 과거 국내 그룹 대부분이 승계 재원으로 활용한 업종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글로비스와 오토에버는 그룹 성장동력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대부분의 사업을 속속 추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후 글로비스와 오토에버, 엔지니어링은 책임경영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든 시나리오의 공통점이다. 정 회장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비스, 오토에버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의선 회장 취임(10월 14일) 이후 계열사 주가 등락률(단위: %). [사진=한국거래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을 두고 그룹은 책임경영을 강조했다”며 “정 회장이 주력 계열사 이사 등재는 물론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직함은 ‘회장’뿐”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반면 지배구조 개편에서 정 회장이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글로비스, 오토에버인데 해당 주주들은 점차 소외되는 느낌”이라며 “정 회장이 이사 등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등을 매각하면 터널링 등을 통한 먹튀 논란이 커질 수 있고 기업가치 등에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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