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패션…집콕족 겨냥한 '원마일웨어' 인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바로 '원마일웨어'다. 이는 자택 인근 1마일(1.6㎞) 내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편하게 입는 옷으로, 꾸민듯 꾸미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외부활동이 제한되자 집 안팎에서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는 의복 수요가 늘고있다.

6일 의류업체 LF에 따르면 '헤지스' 브랜드에서 올해 F/W 시즌부터 새롭게 선보인 원마일웨어 전용라인 '헤지스 애니웨어'는 올해 9월 출시 이후 이달 5일까지 전 품목 평균 대비 10% 가량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카디건 아이템은 실용적 측면도 높아 조만간 완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헤지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니치 마켓으로 부상한 원마일웨어 시장을 겨냥해 헤지스 애네웨어 라인을 별도로 론칭했다. 헤지스가 내놓은 원마일웨어는 폴리에스테르와 스판덱스 소재를 혼용해서 사용해 맨투맨 티셔츠 등 일반 캐주얼 아이템 대비 신축성이 뛰어나다. 집에서 소파에 눕는 등 일상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F는 '닥스' 브랜드를 통해서도 원마일웨어의 일환으로 '라운지웨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기존 10~20대가 주로 입던 의류를 30~60대까지 확대하겠다는 실험적인 시도였다. LF 관계자는 "'집콕' 문화를 반영해 출시한 원마일웨어 제품이 브랜드 평균 판매를 웃도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내년에는 제품군을 더 확대해 원마일웨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가 론칭한 원마일웨어도 인기가 높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슬립웨어' 군으로 분류되는 원마일웨어가 효자상품이 됐다. 파자마세트부터 카디건, 티셔츠 등 활용도 높은 제품들로 올해 9월부터 11월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났다. 여성복 브랜드 '쥬시 꾸뛰르'도 트랙수트 위주의 '레저 라인'으로 트레이닝복과 레깅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출시한 벨벳 트랙수트 중 일부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초도물량의 80% 이상이 판매돼 재생산에 돌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9월 론칭한 온라인 전용 패션브랜드 '브플먼트'는 스웻셔츠와 조거팬츠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가을 상품의 경우 출시 하루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된 후에도 구매 문의가 쇄도하면서 6차 리오더까지 진행했다. 브플먼트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이 늘어난 것을 고려해 겨을 시준에 대비한 신상품 생산량을 두배로 늘렸다.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캐릭터 브랜드 카카오프렌즈도 최근 아트 크루 브랜드 '아이앱 스튜디오'와 협업해 원마일웨어를 콘셉트로 정한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했다. 가벼운 외출에 어울리는 의류·패션잡화·액세서리 등으로 '동네 마실'을 콘셉트로 내세워 에어팟프로 케이스, 스트랩 폰 케이스 3종, 슬리퍼 등을 판매 중이다.

이같은 원마일웨어에 대한 관심은 백화점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갤러리아백화점은 자체 캐시미어 PB브랜드인 '갤러리아 캐시미어'를 통해 원마일웨어 캐시미어 니트 컬렉션을 출시했다. 퓨어 캐시미어를 중심으로 고급 실크 또는 울 소재를 혼합해 원단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올해 의류시장이 침체됐지만, 역으로 집콕족을 겨냥한 원마일웨어 시장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패션 트렌드도 각양각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