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성년후견인…재벌가에선 경영권ㆍ재산분쟁 단골 손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환 기자
2020-11-10 06:00:00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여동생 부친 성년후견 신청

한국테크놀로지그룹ㆍ롯데그룹도 형제 간 싸움에 활용

[사진=픽사베이]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하는 '성년후견제도'가 최근 재벌가 오너 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룹 회장이 자식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정하고 지분을 몰아줄 때, 다른 자식들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회장의 여동생이 종로학원 회장인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일 신청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열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성년후견인 제도가 활용된 사례를 알아본다.

◆"의사결정 어렵다"···후견인 신청한 여동생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 정모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정씨는 정경진 회장이 고령과 치매로 올바른 의사결정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법정후견인을 지정을 신청했다. 정씨는 매주 1회 아버지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도 요청했다.

정씨 측은 장남인 정태영 부회장이 다른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90세인 고령의 정경진 회장을 이사시키고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채 접견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년후견 신청은 정태영 부회장과 형제들 간 재산분배 분쟁의 연장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태영 부회장은 어머니가 남긴 상속 재산 일부를 달라며 동생들을 상대로 2억원 규모의 유류분 반환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정태영 부회장의 어머니는 2018년 3월15일 자필로 쓴 유언증서에서 '대지와 예금자산 등 10억원 전액을 딸과 둘째 아들에게 상속한다'고 남기고 이듬해 2월 별세했다. 이후 정태영 부회장 형제는 유언 효력 등을 놓고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조양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각사 제공]

올해 7월에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을 대상으로 성년후견인 제도를 신청해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당시 조양래 회장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주식 전부를 2400억원에 매각하며 승계구도를 확정지으려 했으나 조희경 이사장이 반발하고 나서며 형재 간 분쟁이 시작됐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고령이어서 건강하지 않은 정신 상태로 진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양래 회장의 한국터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넘겨 받은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은 총 42.9%로 최대주주가 됐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두 딸인 조희경 이사장(0.83%), 조희원(10.82%)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0.97%로, 조현범 사장과 격차가 크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3세간 경영권 분쟁은 아버지와 차남을 두고 장녀와 장남, 차녀인 조희원 씨가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다. 

2015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성년후견을 활용한 '형제의 난'으로도 유명한 일화다. 당시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했다. 반면 신동주 부회장은 신 회장이 고령임에도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신격호 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가 법원에 정신건강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했다. 법원은 장기간 심리를 거쳐 신격호 명예회장이 중증 치매 등으로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한정후견인을 지정했다. 결국 법원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판담함에 따라 신동주 부회장 측의 주장이 신뢰를 잃게 됐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총괄회장. [사진=아주경제DB]

성년후견인 제도를 신청한 자식들과 달리 정작 그룹 총수들은 본인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경우 정신건강 상태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것에 대해 "나는 건강한데 왜 입원을 해야하나"며 거부하기도 했다. 또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도 오래 전부터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계획이었다며 자신은 매우 건강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년후견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방어에 이용되거나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툼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미리 재산 배분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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