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신평사 안테나에 감잡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김성훈 기자입력 2020-11-13 13:54:01
나신평, 삼성물산 등급 하향 요인으로 '지배구조 개편' 꼽아 그룹 내 현 지위 변화 가능성 고려…삼성의 '두마리 토끼 잡기' 주목

[삼성물산 본사 사옥, 사진=삼성물산 제공]

신용평가사들이 삼성물산의 신용등급 하향요인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들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 초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위가 약해진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삼성물산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생명이 배당 성향을 올리고 삼성 계열 금융사들이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신용도 방어라는 새 과제가 부상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책이 절실해지고 있다.

◇신평사, 삼성물산 등급 하향 요인으로 '지배구조 개편' 꼽아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이스신평)는 지난 12일 삼성물산 회사채 정기 신용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근거로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해당 업종에서 우수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점 ▲건설 부문의 양호한 수익이 이어지고 있으며 바이오사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점 ▲보유 계열사 지분 등을 통한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점을 들었다.

전망도 밝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환경이 나빠졌지만, 보유 자산을 기반으로 한 재무완충력과 그룹 내 중요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현재의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스신평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 즉 지배구조 상 지위를 신용등급 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들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평은 삼성물산의 등급 하향 요인을 언급하면서 “회사의 그룹 내 지배구조 상 지위와 계열 전반의 신인도 등이 회사의 사업 및 재무 위험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그룹 내 중요도 변동 여부, 즉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그룹 내 중요도가 약화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때에 따라선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스신평은 지배구조 관련 주요 모니터링 사항으로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한 진행 상황 및 지분 상속 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 쟁점 사항’을 꼽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요지는 계열사 주식 가치 반영 방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로 변경하고,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지분은 7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지면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현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뿐 아니라 故 이건희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강화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시나리오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48%를 보유한 대주주이긴 하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며,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도 약 5%에 그친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삼성물산 신용등급의 하락 요인으로 제시했다.

한신평은 정기 보고서에서 “당분간은 삼성물산의 최상위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산분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보험업법 개정 추진 등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정리 필요성이 증대될 수 있고, 최대 주주 일가의 상속 과정에서 그룹 지분구조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룹 지배구조 변동으로 계열 주력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큰 폭으로 저하되는 경우 등급 하향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지배구조 상 지위, 신용도에 중요...실제 등급 하락 사례도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상 지위는 해당 기업에 대한 그룹의 집중도·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 등을 결정하는 요인이기에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신평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그룹 내 최상위 지배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삼성물산 신용도의 주요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지연·김유진 박사는 지난 2019년 학술지 회계 저널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신용평가기관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채무불이행 위험과 관련된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여러 선행연구에서 지배구조와 신용등급 간의 유의한 관련성이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3일 한국신용평가는 SGC이테크건설(전 이테크건설)의 신용등급을 BBB+(하향검토)에서 BBB0(안정적)로 낮췄다.

SGC이테크건설의 기존 신용도에는 주력 자회사로서 수익창출력이 우수한 ‘군장에너지’의 존재가 중요한 평가요인이었는데, 지난달 말 지배구조 개편으로 군장에너지가 모회사인 SGC에너지에 합병되면서 SGC이테크건설의 재무안정성이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설·패션·리조트 부문의 실적 저하도 등급 하락 요인으로 꼽히긴 하지만, 삼성물산의 재무 안정성을 고려할 때 결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작다”며 “결국 삼성그룹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부합하면서 삼성물산의 지위와 신용도도 지킬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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