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11번가, 韓진출 앞둔 아마존의 '리트머스 시험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지수 기자
2020-11-19 10:21:37

신주인주권 받은 아마존, 11번가 IPO 고려한 사전 투자

'탈통신' SKT, 아마존과 쇼핑 넘어선 통신·바이오 협력 기대

11번가, 아마존 제품 선매입 대신 직매입 택할 가능성도

[사진=각사 제공]

한국 진출을 앞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해외 국가에 법인을 세워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벗어나 굳이 SK텔레콤의 11번가를 선택해 우회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11번가에 투자까지 염두에 두고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한 속내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향후 11번가의 사업성과에 따라 IPO(기업 상장)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 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11번가 지분을 최대 30%까지 순차 인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진출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보유한 정보기술인프라와 물류망,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산업 등을 고려했을 때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마존이 지금까지 17개에 달하는 해외 국가에 직접 진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왔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200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단숨에 1위에 올라섰다. 아마존은 현재까지 라쿠텐과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이 굳이 11번가를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한국의 거대 통신망과 데이터를 가진 SK텔레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11번가에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시험해보려는 속내가 깔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마디로 11번가는 아마존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SKT 탈통신 행보...11번가 IPO로 가치 높이고 'AI 혁신' 앞당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업계는 아마존과 11번가가 손을 잡은 큰 이유 중 하나로 SKT가 탈(脫)통신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무선 사업의 한계를 주장하며 꾸준한 탈통신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2018년 6월에는 SK플래닛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독립시키며 가치를 높여 IPO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마존 이전에는 모빌리티 우버와 손을 잡으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에 힘을 쏟기도 했다.
 
지난 3분기 SKT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 분야인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의 매출(1조526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45%에서 올해 32%로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이 40.3%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박 사장은 특히 SKT가 AI로 모빌리티 혁신을 하면서 뉴(NEW) ICT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때문에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AI와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아마존과의 협력에도 적극 뛰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쇼핑을 넘어 SK그룹의 통신과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반면 아마존은 경쟁이 심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시범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 물류 시스템과 재고 문제, 고객 센터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11번가를 통해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11번가 성장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도 함께 발생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11번가 신주를 받을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우선주(CPS)로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향후 11번가 IPO 등을 고려한 사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양사가 시너지를 내며 11번가 가치가 높아질 경우 양사가 '윈윈'인 셈이다.
 
◆11번가, 아마존 제품 어떻게 판매할까
 

아마존이 18일부터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을 시작한다. [사진=아마존 캡처]

 
양사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11번가와 제휴를 맺었던 '아이허브'를 판매한 방식과 유사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11번가는 지난해 '직구계의 강자'로 불리는 미국 아이허브와 제휴를 맺었다. 미국에서 상품을 직매입하는 아이허브는 11번가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서비스를 통해 국내로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일각에서 11번가의 아마존 상품 판매 방식으로 추측하고 있는 아마존 상품 선매입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아마존은 진출한 해외 국가에 FBA(Fulfillment By Amazon)을 세우고 있다. 아마존 제품을 사들여 직매입하는 대신 아마존 물류창고와 시스템을 자산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형태다.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직매입을 줄이는 추세라는 점도 이같은 직배송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11번가 또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직매입을 줄이고 있다.

11번가가 미국내 물류센터인 코리아센터를 활용해 '직구'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번가는 2018년 12월에는 미국내 물류센터인 코리아센터에 275억원을 투자해 코리아센터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 무료 직배송 프로모션도 이러한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자체 상품을 99달러(10만9573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까지 무료 직배송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서비스 준비가 완료된 시점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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