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끝나면 경영승계 재판…삼성 반도체 초격차 목표 ‘흔들'

파기환송심 끝나면 경영승계 재판…삼성 반도체 초격차 목표 ‘흔들'

김성훈 기자입력 2020-12-30 18:46:01
수조원대 투자, 오너 결정 없이는 어려워...경영 공백 영향 클 듯 내년 초 선고 이후 경영승계 관련 재판 대기…사법리스크 장기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데일리동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지만 검찰이 강수를 둔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삼성전자의 목표도 불안해졌다. 특히 이 재판이 끝나도 또 경영승계 관련 재판이 대기하고 있어 삼성의 경쟁력 약화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3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결심에서 “이 부회장에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본건 범행은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대통령의 뇌물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총수 의지에 달린 제도를 이유로 법치주의적 통제를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불만 토로하며 시정하라고 요구한 점을 보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관계는 질책하고 질책받는 관계”라고 해명했다. 특검이 제기한 뇌물공여가 ‘수동적’이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특검의 9년 구형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삼성은 ‘목자 없는 양’ 신세가 된다. 삼성전자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도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연말인사를 통해 자신의 경영 공백을 메울 삼성전자 출신의 인물들을 계열사에 배치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전문가가 전면에서 경영을 한다고 해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오너의 결정 없이 내리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신성장 사업에 대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계획은 이재용 부회장 없이 실현되기 어렵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삼성이라 할지라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특검의 구형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확률은 낮다. 특검은 지난 2017년 12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징역 2년 4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판결처럼 재판부가 형량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검 측이 지난 공판기일에서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가 징역 5년에서 16년 5개월 사이"라며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늘어난 점도 양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설령 형량이 크게 줄어 1~2년이 된다 해도 경영 공백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 기업들이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애플은 2024년까지 최첨단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도 지난 23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합작법인의 흑자 전환 시점을 2022년으로 잡았고, 2023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가 다르게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아는 삼성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한 달의 경영 공백도 아쉬운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결심 이후 한 달 후에 최종 선고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선고는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회장 관련 재판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경영 공백에 대한 불안을 키운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내년 초 재판부의 최종 선고로 마무리되지만 지난 10월 시작된 불법 경영승계 관련 재판이 남아있다. 파기환송심으로 인한 공백에 더해 추가로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경영승계 재판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면서까지 기소를 강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빠진 삼성그룹이 하루아침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길어지는 사법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삼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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