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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영끌…청년의 조바심만 키운 文 정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병수 편집국장
2021-01-06 08:35:30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시 빚으로 13년째 이어가는 신자유주의

빚 돌려막기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인류학자 그레이버 교수

진보라는 文 정부에서 벌어지는 내로남불 포퓰리즘의 역설

젊은이의 피와 살을 파먹으며 거품만 키우는 愚를 어찌할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미국은 2009년 3월 18일부터 무제한 돈 풀기에 들어갔다. 무려 13년째다. 이 아이디어는 일본산(2001년 3월)이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빚이 터지자 전 세계가 허겁지겁 차용했다. 이 정책의 끝은 풀린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이 정책을 고안(?)한 일본조차 풀린 돈(빚)의 회수는 엄두를 못 낸다. 설계안엔 경제가 살아나면 풀린 돈을 회수(tapering)하겠다 했으나,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시도한 적이 없다. 이론적으론 경제 회복이 테이퍼링 부담을 압도하면 된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다.

테이퍼링 기미가 보이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빚으로 돌려막은 그 돈을 회수하려는 순간 자산 가격 하락의 기폭제(trigger)가 꿈틀댄다. 그래서 빚으로 친 얇은 방어막 뒤에서 금융시장을 떠받치고, 경제가 정상화하면 금융시장의 버블을 터트리지 않고 바람을 서서히 뺀다는 테이퍼링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후 소비 진작책으로 쓴 카드 정책이 있다. 카드빚으로 소비를 늘렸더니 경제가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역시 빚으로 돌려막은 것일 뿐. 빠르게 늘어난 현금서비스 문제는 2003년 카드대란을 불렀고, 카드사의 퇴출·인수합병으로 이어졌다. 버블은 결국 터졌다.

◆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 그리고 빚의 도발 "꼭 갚아야 하는 걸까?"

글로벌 금융위기 후 현대 경제 사회를 되짚는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소득과 불평등 문제에서 어렴풋하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방대한 기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증명했다.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이끈 런던정경대 교수 데이비드 그레이버 교수의 저서 '빚, 그 첫 5000년(2011년)'도 현대 경제 문제를 분석한 수작으로 꼽는다. 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던 지난해 9월 2일 이탈리아에서 별세한 그는 무정부주의자다. 현대 경제학 핵심인 신용(Credit)과 부채(Debt) 문제를 새롭게 해석했다.

그레이버 교수에 따르면 5000년 인류 역사에서 신용을 통한 부채는 계속 있었다. 화폐가 생기고 난 후 신용에 기반해 부채(빚)가 생겼다고 보는 현대 경제학의 기본개념을 부정했다. 늘 있었던 이 부채가 현대에 문제가 된 건 금융자본(월가)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아큐파이 운동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10월,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모습을 드러낸 비트코인과도 연결된다. 비트코인 거래는 기본적으로 국가를 중심으로 한 화폐 금융 통제권자인 중앙은행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그것의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5000년 역사 속 빚(부채)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은 주기적으로 탕감이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도발적인 '빚은 꼭 갚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국가의 해체와 전 세계적인 부채 탕감'인 셈이다. 그의 주장은 아나키즘만큼이나 공허하다.

◆ 뒤늦게(?) 뛰어든 코리아 영건들

 


1682조1000억원.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밝힌 가계 빚(2020년 9월 말 현재) 규모다. 작년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1%를 기록했다. 이로써 가계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GDP를 뛰어넘었다. 기업 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5% 불어 1332조2000억원. 민간부문의 신용(가계·기업 부채)은 명목 GDP의 2배(211.2%)가 됐다.

돈이 풀리고 금리는 낮으니 머니무브도 심해진다. 대출 금리는 낮고, 전통적인 투자 방식은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코리아 영건들도 어느새 글로벌화했다. 언어 장벽은 무너졌고, 정보통신기술(IT)이 더 친숙한 그들이다. 지난해 우리 주식시장을 휩쓴 동학개미 열풍과 이어진 서학개미, 출퇴근 자투리 시간에도 유튜브로 주식과 부동산을 공부하는 영건들이 대한민국의 풍경을 바꿔놨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민간신용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증가 폭이 분명히 크다는 점이다. 2020년 2분기 말(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민간신용/명목 GDP 비율은 206.9%. 조사대상 43개국 중 13위다. 코로나19 이전(2019년 말) 대비 변동 폭은 9.9%포인트로 14위.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가계 신용/명목 GDP 비율이 95.2%(2019년 말)에서 2020년 2분기 말 98.6%(7위)로 3.4%포인트 상승(11위)했다. 기업 신용/명목 GDP 비율은 101.8%에서 108.3%(17위)로 6.5%포인트(17위) 높아졌다.

 

 


◆ 청년을 '난파선 쥐 떼'로 만들어버린 문재인 정부

이런 청년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기업이나 가계 모두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세운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을 풀고 소비 진작책을 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양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계 부문은 무엇엔가 쫓겨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 화제다. 양적 완화로 돈이 많이 풀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상식 수준이어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자고 하는 것은 그 부작용 때문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젠 안정적인 집이 필요한데, 그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모든 것이 혼란에 빠진다. 정부는 여전히 '집값은 곧 내려갈 것이니 무리하게 영끌해서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20여 차례의 관련 발표에선 '함량 미달'과 '근거 없는 자신감'만 확인했다.

이 공약으로 당선됐으니 공약만 수행하면 된다는 논리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발언과 국민 전체의 삶의 개선과는 본의 아니게 차이가 있다. 집권 후엔 제시했던 공약도 보완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희망 사이에 괴리만을 확인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2020년 대한민국의 부동산과 주식 투자 그것도 빚투 열풍은 어떻게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은 현 정부의 관련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불신이 지배하면 각자도생이다.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조바심이 영끌의 원인이고, 그 조바심을 불러낸 장본인은 바로 문재인 정부다.

'기다리면 집값이 내려간다'가 아니라, '기다리면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먼저여야 한다. 격차가 없지는 않겠지만 언제든 직장을 찾을 수 있고, 수입이 있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 빚내서 무리하게 주식에 몰방하는 위험에 뛰어들지 않는다. 난파선에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는 쥐 떼처럼, 무리한 빚투가 가져올 참상도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집어삼킨 지 1년. 그래도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는 가고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을 알리며 반격의 깃발도 올렸다. 이 신출귀몰한 바이러스 전쟁도 언젠간 끝날 것이라는 희망도 품기 시작했다.

우리 청년들에게도 난파선의 쥐 떼가 아니라 우직한 소처럼 끈기와 노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을 제시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흔히 진보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데, 우리의 진보는 그저 포퓰리즘이 아니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피와 살을 파먹으며 거품을 키우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할 의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6일)로 재임 1338일을 맞았다. 앞으로 일할 날은 489일이다. 좌(左)든 우(右)든 국민이 희망을 품게 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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