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ESG①

​착한 ESG 경영?…서방의 '탄소관세' 칼날 숨어있다

이성규 기자입력 2021-01-19 05:00:00
‘탄소관세’ 무역장벽 세우는 유럽·미국...자본주의 강화 포석 수출 중심 한국 기업...정보 공개 요구 거세진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만 이면엔 서방국가들이 ‘탄소관세’를 앞세우면서 보호주의무역을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자본주의 대표주자인 영국과 미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SG경영이 불가피한 시대지만 과도한 정보 공개와 이에 따른 비용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건 친환경, 책임·투명 경영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기업은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 시장과 신뢰를 쌓고 원활한 자금조달과 공급을 통해 성장을 하게 된다. ‘착한 기업’은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성장하게 되고 ‘나쁜 기업’은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

ESG 경영으로 기업이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자금 조달비용 감소다. 유엔 책임투자원칙기구(PRI)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지난 2006년 6조5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0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50조 달러에서 90조 달러로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ESG 투자가 집행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철저히 따르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부담을 현저히 낮추는 배경이 된다.

경제는 거대해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금은 특정 분야로 집중된다. 주도적으로 성장한 산업은 여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시 전체 경제를 이끌어간다.

즉 ESG 경영은 단순 조달 비용 감소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시장과 소통을 통해 사회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굴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과 달리 시장평가는 박하다. ESG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ESG가 기업 생존 여부와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국내서는 주요 그룹들의 승계와 사업재편 등이 활발해지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반면, 글로벌 시장은 이전부터 환경과 사회에 집중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지난 1990년 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환경 관련 국제무역 회의와 협약 체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이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기후협약 당사국들을 중심으로 도입됐으나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탄소배출 규제가 없는 국가들로 탄소집약 산업이 몰릴 경우 교토의정서의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 탄소관세다. 탄소관세는 교토의정서 목적을 광범위한 차원에서 달성하는 수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무역주도권을 확보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려는 취지로 해석했다.

실제로 당시 미국은 중국 생산물품에 대해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프랑스도 탄소관세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그린보호무역주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유럽연합(EU)은 2023년을 목표로 탄소관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탄소관세를 공약하면서 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경제·산업 성장 측면에서 보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대비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수입 대비 수출의존도가 높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는 기업은 선진국으로 수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도 어렵게 된다. 단연 기업 가치는 점차 하락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단순히 탄소배출만 줄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ESG채권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등급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하고 사후보고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ESG 관련 투자자와 ‘약속’을 지켰는지 지속 감시를 받게 된다. 이러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성장’이 없다면 ESG 경영은 오히려 독이 된다. 따라서 성장을 위한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ESG경영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ESG등급 조정 대상은 CJ대한통운, 포스코, 한온시스템, 한화솔루션, 효성, 애경산업, 한익스프레스 등 7개 기업이다. 각기 다른 이슈가 ESG평가 등급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공통점은 비재무정보다. 비재무정보는 재무정보 대비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ESG는 환경문제로부터 출발해 각국 기업의 세부 정보 공개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ESG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영국이며 뒤이어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나라이며 미국은 달러를 통해 글로벌 통화 패권을 쥐고 있는 곳이다. ESG가 단순 경영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 기존 자본주의가 업그레이드된 형태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과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구도 측면에서 보면 ESG는 서방국가들의 힘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 기업은 물론 수출주도국들이 만반의 준비를 해도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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