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파이널

①ITC, SK 패소 판결에 쐐기...“증거인멸 심각”

김성훈 기자입력 2021-03-05 10:35:13
"고위층 지시, 전사적 증거인멸" "SK, 10년 내 독자 기술 어려워"

[사진=백승룡기자]



미국 ITC가 최종 판결문을 공개하며 SK이노베이션 패소 판결에 쐐기를 박았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LG의 영업비밀을 훔치지 않았다면 SK가 지금의 기술력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현지시간 4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예비 결정(조기패소)을 확정하고, 10년간 수입금지·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 판결문에서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ITC의 시각이다.

ITC는 “SK는 훔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이내에 해당 영업비밀상 정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SK는 LG로부터 훔친 모든 영업비밀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personnel)이나 능력(ability)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동기가 확실하다는 점을 인정한 대목이다.

ITC는 또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으며, 증거인멸은 고위층(high level)이 지시해 조직장(department heads)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기록을 기초로 SK가 문서 삭제, 문서 삭제가 정기적 관행이라는 변명, 문서 삭제 은폐 시도를 노골적으로 악의(flagrant bad faith)를 가지고 자행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ITC가 판결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것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 자체만큼이나 무거운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ITC의 강도 높은 수입금지 명령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처벌을 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소송에서 ITC는 SK에 대한 적정 수입금지 기간으로 10년을 주장한 LG의 손을 들어주었다.

ITC는 이에 대해 “OUII(ITC산하 불공정 수입조사국)는 (SK의) 영업비밀 침해와 LG의 영업비밀 카테고리 11개를 각각 대응시켰으며 파기된 증거가 SK가 은폐하고자 했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 개연성 이상의 근거가 존재한다고 기술했다”며 “위원회는 이러한 OUII의 분석에 동의하고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최종 판결문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ITC가 포드 등 완성차 업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ITC는 “잘못은 SK 뿐 아니라 포드처럼 SK의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사업 관계들을 계속해서 구축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도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ITC가 SK를 옹호했던 완성차 업체들에도 경고를 하는 등 판결에 무게를 더했다”며 “ITC의 이처럼 강경한 입장은 추후 남은 재판에서도 SK를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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