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약한 제약·바이오업계… 고질적 병폐 도려내야

백승룡 기자입력 2021-04-13 04:00:00
불법리베이트·분식회계·실적 뻥튀기 여전 대웅제약, 경쟁사 영업방해로 공정위 제재 씨젠, 회계위반에 과징금 시총 25% 증발 ESG 등급 하락·기업가치 훼손 등 리스크

[사진=아주경제DB]

[편집자주]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그동안 기술수출·해외 제품허가 등 글로벌 진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리베이트·회계문제 등 고질적인 병폐도 여전히 암존하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각종 편법·불법으로 덩치를 키워 온 제약바이오업계가 우선적으로 자정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미래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R&D 예산 확대, 규제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 전반에 걸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부각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달리 혁신기술 하나로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면서 내부 통제체계 확립에 소홀했던 관행이 리스크로 되돌아오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업규모가 커지는 만큼 불법 리베이트 등 고질적인 문제들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이달 발표한 'ESG 등급 조정' 결과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웅제약과 씨젠의 ESG 등급이 강등됐다. 대웅제약은 경쟁사 영업 방해로 사회책임경영(S) 등급이 A에서 B+로 두 단계 하락했고, 씨젠은 회계처리기준위반 등으로 지배구조(G) 등급이 C에서 D로 낮아졌다. 씨젠의 경우 ESG 통합 등급도 C에서 D로 하향 조정됐다. D등급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부여하는 7개 ESG 등급 가운데 최하 등급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올초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등급을 평가한 이후 1분기에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웅제약이 경쟁 제품을 출시하려는 파비스제약·안국약품 등을 상대로 부당하게 특허침해소송을 걸고 판매행위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지난달 과징금 약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씨젠은 실제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의 제품을 대리점으로 임의 반출한 뒤 이를 매출로 잡아 매출액·매출원가·관련자산 등을 과대 또는 과소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월 담당 임원 해임 권고를 비롯해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SG 경영을 외면한 대가는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 올초 2조원을 웃돌던 대웅제약의 시가총액은 공정위 제제가 불거지면서 이달 기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져 25% 가량이 증발했다. 씨젠도 같은기간 시총이 약 5조원에서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주가 급락이 지속되자 씨젠은 분기배당·무상증자 등을 발표하며 9일 기준 4조4000억원 수준까지 다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는 그간 오너 위주 경영방식을 띈 데다가 병원을 상대하는 B2B 영업방식 등으로 폐쇄적인 문화가 자리잡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ESG 경영이 강조되는 등 기업에 요구하는 사회 전반적인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도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병·의원 중심의 영업 네트워트에 사활을 거는 관행은 끊임없는 불법 리베이트 논란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만 해도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JW신약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유니메드제약·피엠지제약이 식약처로부터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의원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불법 리베이트로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는 동아에스티·씨제이헬스케어 등 32곳에 달했다.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병·의원에게 현금이나 물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고질적인 관행은 소비자 선택권 박탈과 약품 가격인상 등으로 이어진다.

임상과정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도 꾸준히 반복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고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를 출시했지만,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인보사 성분 중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허가받은 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위험이 있는 형질전환 신장세포로 뒤바뀐 사실을 지적했다. 인보사는 허가가 취소됐고,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상장폐지 심의가 진행 중이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019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님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했다는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지난 2월 한국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상시험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는 공통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논란에서 비롯됐다.

이 외에도 임상실패나 기술수출 계약해지 등 악재성 공시를 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주식 대량매도 의혹이 불거지는 등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한 '모럴해저드'도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ESG 평가에서도 정책이나 조직구성 등이 타 산업 대비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온다"면서 "비교적 신생기업들이 많고 특정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기업가치가 커진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객관적인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업계 내에서 관행으로 여기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는데,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그 리스크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면서 "내부 통제체계를 갖추고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정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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