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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페이퍼컴퍼니’ 제재 어려워”…해외 법인 설립 시 국내 규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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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컴 ‘페이퍼컴퍼니’ 제재 어려워”…해외 법인 설립 시 국내 규제 ‘무용지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환 기자
2021-05-27 13:26:02

자본금 1000만원 미만에 대표는 그룹 회장 부인의 측근…"코인 제재대상 아냐"

한컴, 코인 발행 위한 특수목적사라 해명···"코인 제재하려면 법부터 만들어야"

[한글과컴퓨터 판교 사옥, 사진=한컴 제공]


한컴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코인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실상 국내에서 이를 규제할 방안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해 불법적 이득을 취득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코인 자체가 법적 제재수단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가 해외 ICO(코인공개) 규제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로와나테크 대표는 한컴그룹 회장 부인의 측근···“한컴 지분은 42만원에 불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을 발행한 아로와나테크가 상장사이자 투자사인 한컴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세운 기업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아로와나테크의 자본금이 약 840만원(1만 싱가포르 달러)에 불과한데 이중 약 800만원이 대표 지분으로 돼 있고 한컴 지주회사인 한컴위드가 보유한 지분은 42만원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현지법인 주소지에 등록된 회사는 약 400개로 확인됐다. 이는 하나의 사무실을 여러개 회사가 함께 사용한다는 의미인데,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회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로와나테크의 대표가 한컴에서 내세운 ‘바지사장’이라는 점도 의혹을 짙게 만들었다. 아로와나테크의 윤성호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에 종사한 적이 없으며,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악기박물관 부관장으로 재직하다 대표로 취임했다. 윤 대표는 최근 제기되는 의혹에 26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로나와토큰 백서(사업계획서)에서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와있지 않았으며, 상장 후 한 달간 ‘백서’(사업 계획서)를 4번 가까이 수정하면서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정부 기준에도 아로와나테크는 페이퍼컴퍼니로 볼 수 있다. 2019년 금융당국이 해외 ICO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자본금이 1000만원 미만, 임직원 3명 내외인 법인을 페이퍼컴퍼니로 규정했다.

아로나와테크 뿐만 아니라 캐리프로토콜, 보라 등의 코인 발행사들도 자본금이 2200원~85만원 선이며, 임직원 수도 3~5명 수준이다.

◇한컴 “페이퍼컴퍼니 아니라 특수목적사” 주장···투자자 보호 위한 규제 필요성 확대

문제는 해당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으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그룹의 투자 소식에 상장 직후 50원에서 5만원까지 1075배 급등했으며, 이후 3000원선까지 폭락했다.

일반적인 주식 상장이었다면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투자를 통한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마땅히 처벌할 법적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만으로는 상법이나 형법적 제재 대상이 안 되고 해당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세금 탈세나 시세조종과 같은 불법행위가 나타났을 때 처벌할 수 있다”며 “따라서 코인 발행에서의 위법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관련해서 법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 법인에서도 적법절차를 거쳤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 이득을 취한 것을 확인한 뒤에도 암호화폐 발행사와 개발사 등을 구분하기 어렵고, 현지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발생시 책임을 묻기 힘들다.

한컴 측은 “국내는 코인공개(ICO)를 금지하고 있어 암호화폐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현지 법에 맞춰 회사를 설립한 것”이라며 “정부에서 내세운 페이퍼컴퍼니 요건에는 맞지만, 외화 유출이나 부정이득 편취 등의 목적이 아니라 암호화폐 발행이라는 순수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로 설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정부가 해외 ICO 규제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무법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암호화폐가 더 이상 외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식으로 가상자산업권법 등을 만들어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책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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