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삼성공화국' 비아냥 피하려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은주 기자
2021-08-25 17:39:28
삼성전자가 통 큰 투자 보따리를 꺼냈다.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만 240조원. 지난 2018년 내놓은 180조원 투자 계획을 뛰어넘는다. 투자액의 75%에 달하는 18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동학개미들은 다시 '10만 전자'를 연호하고 있다.

기업 총수가 출소한 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진 않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다. 이번 투자 계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왔다. 출소 직후부터 현장 행보를 서둘렀다고는 하지만, 웬만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3년 치 투자 계획을 열흘 만에 뚝딱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가석방 특혜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어차피 주요 전략 사업은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것이고, 이번 계획이 사전에 나왔다면 총수 없이도 어차피 진행됐을 텐데 '대놓고 정경유착'이라는 것이다. 

기업 본연의 목적이 이윤을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사업에 투자하려는 것도 기부가 아닌 이상 결국 회사 이윤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3년 동안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은 눈길을 끌지만, 고용의 질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올 상반기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09만원(세전 기준)이었다. 4인 가족 기준 생활비는 평균 486만원이다. 평균 소득을 웃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245만원)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515만 원)의 절반도 못 미쳤다. 채용만 해서 경제난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소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삼성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이 부회장 출소를 계기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240조원 투자 계획에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심도 적지 않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실행해야 하는 목표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2018년 발표한 3개년 투자 계획을 보란 듯이 성공시켰듯 말이다. 

삼성 측은 이번 계획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짐을 지켜 특혜의 불명예를 벗어던지길 바란다. 무작정 '대규모 투자',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고 넘기기엔 국민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하나금융그룹
신한라이프
기업은행
신한은행
대원제약
우리은행
주안파크자이
신한금융
넷마블
신한금융지주
경남은행
kb_지점안내
kb금융그룹
한화손해보험
KB희망부자
보령
하나증권
KB희망부자
부영그룹
국민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KB금융그룹
NH투자증권
스마일게이트
하이닉스
한화손해보험
KB희망부자
메리츠증권
KB증권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