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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이 남양했다’

주진 생활경제부 부장입력 2021-08-31 11:33:49
남양유업 매각 사실상 결렬 수순…'매각가·백미당' 핵심 요인인 듯 오너 일가 버젓이 회사 출근…'회장사퇴·가족승계포기' 대국민약속 저버려 오너리스크로 인한 불매운동에 매출 '뚝'…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대리점주·낙농가 떠안아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소송전으로 가게 됐다. 계약당사자간 파기 책임을 두고 여러 설이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오너 일가가 매각 계약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번 '매각 노쇼' 사태로 ‘남양이 남양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불매운동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져 기업간 거래 신뢰도와 회사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매수자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사태를 방치할 경우 나쁜 선례로 남아 앞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이라며 "운용사로서 마땅한 책무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소송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한앤컴퍼니는 “매도인 측은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무리한 사항들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며 “8월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시 주식매매계약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한앤코와 홍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5월27일 공시했다. 계약은 홍 회장 지분 51.68%를 포함한 부인인 이운경씨, 손자 홍승의씨 등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3107억2916만원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앤코와 홍 회장 측은 지분 인수가격을 정한 뒤 현장실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도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홍 회장 측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쌍방 당사자간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돌연 약속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한앤코에 재협상 카드를 내민 것으로 추정된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매각가’와 ‘백미당(百味堂)’이 요구 조건으로 거론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백미당은 2014년 남양유업이 론칭한 아이스크림 디저트카페 브랜드로, 전국에 85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남양유업에서 외식사업 등을 포함한 기타 매출이 30%에 육박하는데, 이 가운데 백미당 매출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씨가 백미당 브랜드 론칭부터 깊이 관여했고, 차남 홍범석 상무는 외식사업본부장을 맡아 백미당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홍 회장 일가로선 백미당은 포기하기 아까운 알짜배기 사업인 셈이다.

 

[사진=인터넷]

홍 회장은 여전히 사내이사·상근 직위를 유지하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상반기 보수로 수령한 금액만 약 8억원에 달한다. 회사 자금을 부당사용해 논란이 빚어졌던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도 한 달 만에 은근슬쩍 복귀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으며 회장 부인 이운경 고문도 전무 직급으로 근무하며 업무용 차량과 법인카드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운경 고문은 지난 6월19일 저녁 자택에서 14인 식사 모임을 열어 코로나 방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불가리스 사태'로 홍 회장이 구시대적 오너경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무리한 경영권 세습에도 나서지 않겠다며 눈물을 보이는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런 약속이 모두 '쇼'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홍 회장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 노동조합도 지난 26일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고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오너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남양유업 구성원 전체가 위기"라며 "주총을 돌연 연기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남양이 남양했다', '남양스럽다'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회사 이미지와 가치는 바닥을 치는 것을 넘어 회생불가한 수준"이라며 "회사를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직원들을 한낱 도구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매각 ‘노쇼’ 사태에 불매운동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 갑질 사태 이후 대대적인 불매운동 타격을 입어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올해 4월에도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이후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심지어 맘카페에서는 남양분유를 사용하는 산후조리원에는 가지 않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신생아 첫 분유로 선택한 회사 제품을 계속 이용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남양 GT우유와 컵커피 등을 사지 않겠다는 글들도 다수다.

그러나 오너일가 리스크에 정작 피해가 극심한 쪽은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주,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다. 매출은 아예 반토막이 났다.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 탓에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억원) 대비 80% 가까이 손실이 늘었다.

오너 일가의 '버티기' 행태에 ‘남양스럽다’는 소비자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남양유업 사태가 장기 소송전으로 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과 대리점주, 낙농가에 돌아갈 것이란 우울한 관측이 나온다. 대리점주들은 오너 일가에 맞서 단체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 회장이 지난 4월 사퇴 기자회견장에서 흘린 ‘악어의 눈물’을 이제 국민은 ‘코미디 쇼’로 기억하지 않을까? 소나기를 피하자 슬그머니 약속을 뒤집는 오너 일가의 모럴헤저드를 더 이상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홍 회장과 그 일가는 지금이라도 남양유업 경영에서 손을 떼고,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국민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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