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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제적인 시선] '자본주의 자존심' 상업은행을 벼랑에 모는 두 킬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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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아주 경제적인 시선] '자본주의 자존심' 상업은행을 벼랑에 모는 두 킬러의 정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병수 편집국장
2021-09-02 06:00:00

자본주의 잉태하고 키운 상업은행, CBDC·플랫폼금융 진격에 노심초사

금융자본주의 지휘하는 절대권력 중앙은행의 가깝고도 먼 CBDC 고민

고객 송두리째 앗아가는 플랫폼금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뱅커들

눈 앞에 펼쳐진 메타캐피탈리즘, 그들의 헝거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7월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장점이 단점보다 큰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9월 초 CBDC 연구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디지털달러가 생기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유형의 화폐 논의가 활발해졌는데, 이것이 중앙은행에 약인지 독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고민은 2019년 1월 한국은행이 펴낸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라는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 새로운 기술(CBDC)이 중앙은행의 권력 행사 메커니즘에 균열을 낼 수 있어서다.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CBDC도 현금과 같이 '결제 완결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처리된 거래가 사후에 취소될 소지가 없는 단일 원장방식이나 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정리했다. 비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은 정당한 거래요청이 이뤄지고 이를 기록한 블록체인이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되더라도 주(main) 블록체인과 연결되지 못하고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해 결제 완결성 보장이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2019.1.25]]


비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은 비트코인 등을 말한다. 디지털화폐를 '기존 현금의 전자적 쓰임새'라고 정의한다면 하등 다를 것이 없는데도, 결제 완결성을 이유로 CBDC와 비트코인을 구분했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인증시스템이다. 결국 파월과 한국은행의 관점은 블록체인의 효용성을 거부할 수 없어 CBDC 수용을 검토하면서도, 중앙은행의 승인(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전 세계 중앙은행은 권력을 놓을 생각이 없다.

◆은행 시체가 필요한 CBDC를 품은 중앙은행의 딜레마

디지털화폐 CBDC의 활성화는 중앙은행의 충실한 대리인인 상업은행의 지위를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다. CBDC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상업은행의 역할이 줄어든다. 이는 자본주의 운영 메커니즘의 균열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이를 '통화정책 파급효과의 약화', '시스템리스크 증대' 등으로 표현했다.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연계해 자본(화폐)의 회전을 유도하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자본주의 작동 원리가 도전에 직면한다는 얘기다.

CBDC 발행량이 늘어나면 중앙은행의 신용 배분 기능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의 신용 배분 기능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중앙은행으로 자산·부채가 몰려 상업은행의 기능이 모호해지고 역할이 줄어,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2019.1.25]]


비거주자에게 CBDC 보유를 허용하면 거래 당사자 간 CBDC가 P2P(Peer-to-Peer) 방식으로 이전(移轉)할 수 있어, 중앙은행의 외환 관리·통제에 어려움도 발생한다. 금융이 불안해지면 국제통화로 전환이 쉬운 CBDC가 국내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삐끗하면 비기축통화 국가들의 줄도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금과 같은 CBDC지만, 은행 예금 중 CBDC로 교환·보유하기에 이자 지급 문제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내수진작 효과를 위해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재산권 침해 문제(헌법 재23조, 헌재결 1990.9.3, 89헌가95)를 야기한다.

이런 CBDC가 일반 상업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조금 먼 얘기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스스로 상업은행을 내치는 선택할 가능성은 작다.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역할 분담은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CBDC를 다룬다.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기능과 역할을 기존 시스템에 녹이는 방식이다. 비트코인 등의 탈중앙화 디지털화폐를 파괴적 혁신 또는 혁명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플랫폼금융은 지금 당장의 문제

그러나 현존하는 플랫폼은 지금 당장의 문제다. 카카오뱅크 상장을 계기로 카카오그룹 오너 김범수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고 부자가 됐다. 회사 가치(시가총액)는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카카오톡이라는 가두리에 갇힌 우리 국민 90%의 위력이다.

 

디지털금융을 대표하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4년여 만에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의 금융이 혁신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IT 기술 발전과 절묘한 정책적 지원이 만나, 새로운 금융 생활패턴에 최적화한 메기를 넘어 호랑이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게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쏟아부으며 확보한 메신저(카톡) 고객 기반은 빠르게 그들의 금융시스템에 녹아들었다. 영업 5년째인 올해 상반기에만 116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순익(1136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눈앞에 뒀다. 국내 리빙뱅크 KB금융을 더블 스코어로 앞설 기세다. 주식시장의 반응으로만 본다면, 카뱅은 이미 기존 상업은행들의 상대가 아니다.

 

 

카뱅의 금융업은 이제 출발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 메신저 고객에 기반해 다른 금융 영역으로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가두리 고객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무엇을 해도 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간다. 카뱅과 네이버금융은 이미 무엇을 해도 되는 상황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기존 상업은행의 해체를 가속할 게 뻔하다. 플랫폼 기반 디지털금융이 기존 상업은행의 역할 중 일부만을 잠식하더라도, 경쟁력을 상실한 영역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이미 빠른 속도로 없어지는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재용의 실패를 발판삼아 일어선 김범수와 김범석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메타캐피탈리즘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2000년쯤부터다. 당시 인터넷 신경제의 핵심인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따른 기업의 변화를 e-변환(transformation)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4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PwC는 후반부의 2단계를 기존 자본주의 체제와 다른 특성으로 보고 이 단계에서 통용되는 경제 법칙을 '메타캐피탈리즘'이라고 불렀다. 기존 자본주의를 토대로 하지만 답답한 속도, 제한된 도달 범위와 부자유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PwC의 전망을 전제로 하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은 메타캐피탈리즘 시대를 대표하는 상황이다.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도 이 시대의 한 축을 그려가고 있다. 이젠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도 또 다른 한 축을 분명히 형성했다.

재밌는 건 일찍이 삼성그룹도 이런 시대를 내다보면서 꿈을 꿨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한참 받던 2000년 5월 e삼성과 e삼성 인터내셔널 얘기다. 당시 이재용 상무보는 400억원을 들여 인터넷·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인터넷 벤처지주 기업 두 회사를 차리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투자한 회사들이 설립 첫해부터 217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2001년 3월에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손을 뗐다. 정리 과정도 좋지 못했다. 당시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실패한 닷컴 기업을 살리는 쉬운 방법은 아빠의 기업에 팔아버리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두 회사의 휴지 주식을 삼성그룹 계열사에 떠넘긴 것을 꼬집은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2021년 지금이 PwC가 말한 메타캐피탈리즘의 어디쯤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내·외 상업은행들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와 플랫폼금융의 공격을 모두 받고 있다. 디지털화폐와 플랫폼 모두 인터넷이 키워낸 꽃이다. 지금까지의 경쟁은 일방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업은행, 그들의 헝거게임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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