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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대리점주 죽음, 누가 책임지나

주진 생활경제부 부장입력 2021-09-02 16:33:07
40대 택배대리점주 사망 원인 놓고 노조와 유족측 공방…CJ대한통운 선 긋기 대리점-기사 '을과 을의 싸움'…"원청업체가 대리점에 책임 전가"

[사진=인터넷]

 그도 노동자였다. 세 아이를 둔 아버지였고 가장이었다.
경기도 김포에서 12년간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마흔 살 A씨. 그는 지난달 30일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대리점 소속 노조원들의 업무 방해와 집단행동으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유서에 썼다.
분구 공개입찰 문제로 시작된 조합원들과의 갈등은 '주5일제에 배송 수수료, 집하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더욱 커졌다. 조합원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물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 업무를 거부했고, A씨와 가족들까지 나서서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늦은 밤까지 배송 작업을 하며 그 공백을 메워야 했다. 결국 A씨는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에 대리점 포기 각서를 냈다. 포기 기한은 그가 숨지기 전날이었다.

◇ 원청 택배사인 CJ대한통운, "대리점과 택배노조간 갈등일 뿐" 개입에는 선 그어

택배노조는 지난달 31일 "A씨와 노조의 갈등은 수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서 "원청은 약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물품 배송을 계약하고 노조가 시정을 요청하면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왔다"는 입장문을 냈다.

노조 측은 집단 괴롭힘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대리점주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외면한 CJ대한통운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은 수수료를 포함한 이번 사안에 대해 대리점과 택배노조의 갈등이라며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 문제를 짚어보려면 원청(CJ대한통운)과 하청(대리점), 택배기사 간의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 택배기사는 택배회사나 대리점 사업자와 체결한 위‧수탁 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고정급은 없다. 배송 수수료는 택배화물의 수량에 따라 결정되며, 집화 수수료는 집화 택배 물량으로 산정된다. 원칙적으로 배송‧집화 수수료는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과 기사 간 계약으로 결정된다. 배송기사 수수료는 택배 운임에 의해 결정되는데, 수화물 개당 배송가격의 40%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평균 택배 운임단가는 2221원으로, 택배물 1개당 수수료는 대략 880원인 셈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택배 물량이 급증해 분류작업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새벽‧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배송 일을 해야 하는 등 노동 조건과 처우는 더욱 열악해졌다. 그런데도 택배사간 대리점간 출혈경쟁에 따른 낮은 택배단가 때문에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수수료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대리점 '갑질' 문제도 불거졌다. 일부 대리점은 시설개선 비용, 분류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거나 부당한 위약금을 부과하기도 하고, 택배기사에게 수수료 명세를 공개하지 않고 수수료를 지연지급하거나 수수료 일부를 편취, 산재보험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삭감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병폐를 원청인 택배사나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대리점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수수방관하면서 '을과 을의 다툼'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중노위,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사용자’…원청 ‘실질적 지배력’ 인정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하청 노조)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데 대해 CJ대한통운을 단체교섭 상대방이라고 판정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노조가 요구한 교섭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입해야 한다”면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전부 결정하거나 전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 중 일정 부분에 대해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중첩적으로 교섭의무를 가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노위 판정 배경에는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 관련 대법원 판결’ 논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청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당사자(하청)이 아닌 원청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원에서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다시 따져보겠다는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택배노조의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대리점연합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택배노조]

◇CJ대한통운, 택배인상분 절반 이상 챙기나?···택배노조 "처우 개선에 반도 안써"

그럼에도 CJ대한통운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으로서 이익은 악착같이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상한 택배요금 170원 가운데 60% 이상이 원청 택배사인 CJ대한통운에 돌아가는 취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인상금액으로 결정된 170원 중 택배기사를 위한 분류비용과 산재고용 보험료 등에는 약 65원만 투입되고, 나머지 약 105원은 CJ대한통운의 초과이익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담긴 CJ대한통운과 택배대리점연합회 간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의 합의문에는 170원 중 분류비용으로 50.1원, 산재고용보험 명목으로 15원(추정치)을 대리점에 지급하고, 분류인력의 모집과 관리는 대리점의 책임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105원은 원청사업자인 CJ대한통운의 몫으로, CJ대한통운의 연간 배달물량 예상치를 고려하면 연간 1800억~2000억원의 초과이윤이 예상된다.

CJ대한통운과 연합회가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을 별도요금으로 책정한 부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을 별도 요금으로 책정하고 건당 계약 금액에서는 이를 빼 (사실상) 기사들의 배송·집하 수수료가 삭감된다는 것이다.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 일명 ‘까대기’ 공정에 인력을 투입하는 데 쓰라는 게
택배요금 인상 취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된 내용에는 2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 1일부터 1000명의 추가 분류인력에 상응하는 노무 또는 비용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회적 합의안에 명시된 ‘택배노동자 분류업무에서 완전 제외’, ‘주당 평균 노동시간 60시간으로 제한’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것인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원청 택배사들은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장 이달 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위한 전담 인력을 순차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모두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들의 총 작업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이행을 위해 대리점연합회와 협의를 진행 중이고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 ‘소나기 쏟아질 때만 땜질 처방’···정부, 실효성있는 대책 내놔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코로나 방역조치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데다 추석 대목까지 겹치면서 또다시 택배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택배 과로사로 추정되는 노동자는 21명이다.

폭발하는 택배물동량 증가와 달리, 택배서비스 프로세스와 관련 법 규정은 과거의 시스템에서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7월 27일부터 시행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간 보장과 더불어 표준계약서 도입, 안전시설 확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택배기사의 고용 안정과 안전한 노동 환경을 일정 부분 보장했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택배기사의 업무 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명확히 제외하는 내용도 빠졌다. 분류작업은 택배산업 전반을 지시하는 원청 사용자의 책임이 큰데, 이 법안에는 분류업무가 사용자 책임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또 영업점 단위에서 택배노동자 안전·보건조치가 이뤄지는지 본사가 직접 점검하도록 했는데, 이를 방기할 경우 처벌 문제도 모호하다.

생활물류서비스법과 노동관계법이 사업장에서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도와 근로감독이 필요하다. 반쪽짜리 법이 되지 않도록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감독하고, 필요한 법제도를 시급하게 보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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