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소외 가속화] ②“해외 사례 참고해 韓 현실에 맞는 대안 마련해야”

금융권의 디지털전환 가속화로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심화하자,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소외는 전세계 화두인 만큼,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 한국의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의 디지털소외 현황 및 각국의 대응’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증가하면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대면창구 업무를 인터넷 모바일 앱에서 가능하도록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대면창구인 점포는 줄이고 있다.

문제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디지털 활용에 친숙한 계층은 금융서비스 이용에 편리함을 누리는 반면, 반대로 디지털 환경이 낯설은 고령층은 디지털 정보격차로 소외(Exclusion)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초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가 124.1%, 30대 121.1%, 40대 111.1%, 50대 102.2%로 나타난 반면 60대 이상은 85.6%, 70대 이상은 29.7%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경희 자본시장 선임연구원은 “디지털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우 온라인에서만 받을 수 있는 상품이나 혜택, 우대 등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전자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재산권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스마트기기 조작 실수에 따른 착오거래 등의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고령층의 금융소외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대면창구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은행대리업 제도를 활용해 은행점포 폐쇄에 대응하고 있다. 은행대리업은 전통적인 은행창구가 아닌 우체국 지점, 유통ㆍ통신대리점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디지털금융과 비대면 금융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의 점포폐쇄가 증가하자, 디지털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으로 추진하게 된 제도다.

영국은 ‘은행업에 대한 접근성보장 기준’을 발표하고 은행이 점포를 폐점하는 경우, 고령층 고객에 대한 영향분석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다. 지점폐쇄로 고객에게 피해가 없도록 대체접근수단 제공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우체국에서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한편 ATM 축소에 대한 대응과 서비스 유지를 위한 ATM 운영업체의 감독도 강화했다.

미국은 최근 ‘고령층을 위한 금융보호실’을 설치해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필요한 디지털 기기로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고령층을 위한 자문 및 지침을 제공하는 등 금융소외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일부 미국 은행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식 점포, 시니어 전용 창구 등 오프라인 채널을 특화하는 한편, 그들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금융위윈회가 지난해 8월 고령친화금융환경조성방안을 수립하고 지점폐쇄 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더욱 강화했다. 지점폐쇄 시 해당 점포 고객에게 3개월(현행 1개월 전) 전 통지토록 사전절차도 강화했다. 이 외에도 영상통화, 신분증 스캔 등으로 본인 인증을 거쳐, 예금‧대출‧펀드 등 창구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고령자들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앱과 구분된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개발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