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의 친환경 규제 역설…코로나 이전 수익성 회복

백승룡 기자입력 2021-10-22 16:28:05
약 2년 만에 복합정제마진 배럴당 7달러 돌파…"2~3년 호황 기대" 동남아 석유제품 수요 느는데 친환경 탓에 공급 부족…항공유 회복도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정유산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친환경 전환이 빨라지면서 화석 연료 공급이 부족해져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그린플레이션(Green+Inflation)'이 나타나면서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친환경 전환에 나선 정유업계의 공급은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2~3년에 걸친 호황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배럴당 7.4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운송비용 등을 차감한 것으로,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4달러를 밑돌던 정제마진은 지난달부터 개선세로 돌아섰다.

정제마진이 7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아직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휘발유·경유·등유 등 다른 석유제품의 마진 증가 폭이 이를 상쇄해 전체적인 정제마진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처럼 정제마진이 급격히 회복세를 보이는 까닭은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동남아 석유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내외 정유사들은 친환경 전환으로 인해 화석 연료 투자를 줄이면서 공급량이 크게 늘지 못하면서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7월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정유 사업의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도 단기적으로는 올레핀 등 석유화학 사업을,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사업 진출에 집중하는 등 정유 사업과 관련한 투자계획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 및 탄소배출 감소 등을 위해 민간 정유업체(Teapot)를 대상으로 경순환유(LCO) 수입 소비세 부과 및 석유제품 수출 쿼터 축소를 감행하면서 순 수출 규모가 줄어든 것도 아시아 역내의 수요 강세를 부추겼다. 장기화하는 해운 물류대란으로 선박 연료유 마진도 증가했다.

친환경 추세 속에서 정유산업 투자가 줄었지만, 이로 인해 공급 부족이 발생해 정유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난방유로 쓰이는 등유 수요도 늘어나는 등 계절적 성수기까지 더해져 내년 1분기까지 정제마진이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외 정유사들이 신규 투자를 중단해 공급도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2~3년에 걸친 호황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올 초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이달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오름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서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재 성격인 미국 셰일오일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하에서 투자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5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 4사는 본업인 정유업의 반등에 힘입어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 등 탄소배출 규제를 통한 친환경 자체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아직 우리의 소비패턴은 화석 연료에 치우친 것이 사실이기에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시장 상황보다도 급격히 나아가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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