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불안 심화... 서울 떠나는 MZ세대

권석림 기자입력 2021-11-24 17:47:17
'탈서울 현상' 장기화, 수도권 신도시로 인구 몰려 민간주택 사전청약 확대 방안, 주택시장 안정화 ‘한계’

서울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데일리동방DB]

 # “취업도 어렵고, 안정된 직장도 잡기 어려운데, 몇 억씩 하는 집은 꿈도 꿀 수가 없게 됐다. 미친 집값에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대책이 궁금하다.”(한 20대 청년)
 
# “서울 광화문에 회사가 있다. 인근은 아니어도 최소한 서울에서 다니고 싶었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터무니없이 올라 포기했다.”(30대 직장인)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수도권 지역 주택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이제 막 사회생활에 들어가는 청년들은 청년대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30대 후반 부부는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서울 집값·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수도권을 기웃거리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모두 탈서울 현상이 수년째 지속하면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 [사진=데일리동방DB]

◆ 9월까지 43만4209명 탈서울… 젊은층이 절반
 
최근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치상 더 명확해진다.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서울시민 341만4397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매년 평균 56만9066명이 서울을 떠난 셈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했던 지난해에는 57만4864명이 서울을 떠났다. 올해에도 9월까지 43만4209명이 탈서울 행렬을 보였다.
 
특히 서울을 떠난 사람 중에서는 젊은층이 절반 가까이 차지해 미래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서울시민의 46%가 20대와 30대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24.1%로 가장 많았고, 20대(22.0%)와 40대(14.1%), 50대(11.8%) 등이 뒤를 이었다.
 

연도별 탈서울(서울 타지역) 현상 변동 추이 [자료=통계청]

◆ 자금여력 약한 MZ세대, 주식·가상자산에 빠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들이 자산증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과 가상자산에 빠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MZ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MZ세대는 주식·가상자산 등을 투자 수단으로 큰 관심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자산증식을 위해 필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32.4%), 가상자산(13.1%)을 꼽았다. 조사대상 중 '실제로 가상자산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40.5%나 됐다.
 
이는 지난해 시작된 암호화폐 열풍에 따라 투자를 시작한 MZ세대가 많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전경련은 “MZ세대가 부동산 가격 급상승과 경제적 여력의 한계로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부동산과 가상자산에 매달리지 않도록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는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주거 불안을 느낀 수요자들이 서울 인근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장기화한 수급불균형의 영향으로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MZ세대가 선택한 미래 자산증식 위해 중요한 재테크 [자료=대한상공회의소]

◆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 중인 ‘신도시’ 인구증가 가팔라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주요 지역의 인구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KOSIS 자료를 보면 경기 하남시는 6년 새 인구가 92.8%나 늘었고, 화성시(55.5%), 김포시(45%), 시흥시(33.8%), 광주시(32.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된 지역들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다시 늘면서 올해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역대 처음 많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을 보면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인구(2596만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보다 약 14만명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도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21% 올랐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김포 풍무 푸르지오(전용면적 111.89㎡)가 종전 신고가보다 1억원 오른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기대감이 있는 경기 지역 아파트 분양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추이 및 전망 [자료=통계청]

◆ 내년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줄어… 수도권 불안 요인 지속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갈수록 불안하다. 집값 급등에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91가구로, 지난해(4만9455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도권 공공주택에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를 민영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시행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민간주택 사전청약 확대 방안’의 후속 조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실거주자들의 심리적 안정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즉, 주택시장 안정엔 효과가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민간주택까지 사전청약이 확대됐지만 공공 뿐만 아니라 민간청약 대기수요까지 임대시장에 머무르게 됨에 따라 전세시장에 불안정성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청약은 절대적인 물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미래의 물량을 당겨오는 시스템이라 실질적인 공급 효과는 없고, 입주 대기 수요가 늘어나 전세 수요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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