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메타버스·MZ세대...주목해볼 산업계 키워드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가고 2022년이 밝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창궐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졌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기업의 총수들이 해외 출장에 올라 경영 보폭을 넓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둔 기업도 적지 않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메타버스 유행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었다. MZ세대(1981~2010년 사이 태어난 사람을 통칭하는 말) 등 30~40대 임원을 발탁해 젊은 임원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시도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2021년 산업계에서 화제가 된 키워드 가운데 2022년에도 꾸준히 주목 받을 만한 주요 이슈를 꼽아 봤다. 

◆기업의 존폐 가르는 필수 항목으로 떠오른 ESG  

연초부터 태동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요 기업이 반드시 챙겨야 할 경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즉 생사를 가늠할 주요 항목으로 떠오르면서다. 민감함 감염병을 소재로 무리한 마케팅을 펼쳐 불매운동 상황에 놓였다가 끝내 지분 포기 결정을 내렸던 모 기업의 사례는 순간의 판단이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남겼다. 

기업별로 ESG 전담위원회를 만들고 사회공헌 부서를 확장하면서 총력 태세에 나섰다. 한화그룹의 경우 2020년 5월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그룹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주주의 책임, 윤리경영 등의 항목을 담은 '한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했다. SK그룹은 2022년 신규 임원 10명 중 6명을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의 분야에서 발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고 있는 분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강화의 초석으로도 풀이된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문화가 키운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 합성어다. ​가상 사회를 구현한 것으로, 디지털과 게임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통 창구로 부상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팬미팅과 시상식, 제품 쇼케이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는 최근 조사를 통해 2020년 476억9000만 달러(약 57조372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8년 8289억5000만 달러(약 991조4242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평균 43.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부 주도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메타버스과 연계된 초연결 신산업 육성 분야에만 2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이기로 했다. 메타버스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스타트업 등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출장 나선 총수들...광폭 경영 행보 초석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기로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 출장을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힌 총수들이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말 미국에 이어 11월 초 유럽을 순방하며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그린 비즈니스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 중 하나인 ‘글로벌 스토리’를 실천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생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2020년 11월 미국 출장에 나섰다.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2030' 계획에 날개를 달았다. 미국 출장 열흘간 정보기술(IT) 업계와 제약업계 수장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2022년도에 인공지능(AI), 5G 등 신성장동력의 근간 기술에서 협업을 이뤄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출장을 마친 지 12일 만에 중동 출장길에 오르는 등 연말까지 해외 경영에 나섰다. 

◆쪼개고 합치고...포스트 코로나 해법으로 떠오른 IPO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전문 영역을 확보하기로 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2020년 12월 LG화학의 이차전지 부문을 물적 분할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성장동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까지 오창 공장에 645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생산 라인을 추가하고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2GWh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달 27일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에 돌입했다.

2021년 10월 1일에는 SK그룹의 배터리 부문 신설 법인인 'SK온(SK on)'이 공식 출범했다. SK온은 분사를 계기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영토를 넓힌다는 목표에 맞춰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본격 글로벌 양산 체계 구축과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배터리 제조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지역별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R&D분야에서는 미래 배터리 소재 등 선행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2022년 조직 이끌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 임원들

4대 그룹은 올해 30대 임원을 배출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1970년대생 임원' 등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년보다 더 젊어지고 새로워졌다. 본격적인 3, 4세 경영 체제에 접어든 데다 시대 흐름에 따라 직급·연차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한다는 성과·능력주의를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단행한 200여명의 승진 인사자 가운데 40대 부사장은 8명, 30대 상무 4명이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인 179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상무로 승진 발령한 인원만 132명인데, 이들 중 62%인 82명이 40대 이하 젊은 임원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인 203명의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40대로 나타났다. 

MZ세대가 트렌드를 관통하는 아이콘으로 통하는 만큼 2022년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터넷과 정보기술(IT)에 친숙하고 이미지‧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메타버스, 클라우드 등 인공지능(AI)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